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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쓰기/연습장

사촌형 결혼식, 차분함이 주는 즐거움

사촌형은 엘리트다. 외국계 회사를 다니면서 각종 디자인 대회에서 상도 타면서 인정받다가 굴지의 대기업 S전자 A콜(?)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사촌형 뿐만 아니라 내 친척들은 대부분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다. 이런 사실에 나는 주눅이 든다기 보다는 뿌듯하고 어깨에도 힘이 들어간다. 이런 멋진 사촌형이 그저 자랑스러울 뿐이다.

멋진 사촌형이 23일 토요일날 결혼을 했다. 역삼역으로 가는 길은 멀었다. 어머니는 가까운 친척이라고 머리하고 한복까지 입느라고 결혼식장까지 늦게 되었다. 허둥지둥 출발하는 길은 덥고 습했다. 한복 입어 불편한 어머니와 함께 겨우 예식장인 역삼동 성당에 도착하니 땀과 함께 몸은 달아올랐고 허둥지둥 오느라 내 마음은 불편했다. 더구나 성당 결혼 예식은 오래 걸린다고 하니 짜증이 더 한다.

성당 안 미사보는 곳으로 들어갔는데 큰 산을 보는 것처럼 안이 넓었고 천장은 높았다. 이런 넓은 곳에 처음 와봤는데, 허둥지둥 조바심이 극에 달한 나의 마음이 그 웅장한 위엄에 달래지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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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배예식이라 불리는 미사가 시작되었다. 옛스럽고 웅장한 피아노 소리에 맞춰 사촌형과 형수님이 입장했다. 중년의 여성분이 사회를 보는데 부드러운 목소리가 옛스런 피아노 소리와 잘 어울렸다. 흰머리 가득하지만 뚜렷한 이목구비가 멋진 신부님이 차분하고 여유 있는 목소리로 미사를 진행하신다. 크고 웅장한 건물과 옛스런 피아노와 부드러운 위엄의 여유있는 목소리의 신부님을 보니 습한 여름날 허둥지둥 먼 곳을 오느라 지치고 짜증나 있던 내 몸과 마음이 아늑해진다.

성당 예식이라 오래 걸릴 것이라는 짜증은 없어지고, 이런 한 없이 평온한 분위기에 감화되어 혼배 예식을 경청하였다. 경청하였다는 표현이 어울렸다.

결혼식 하면 북적되는 사람들과 정신없이 진행되는 결혼식과 허겁지겁 먹는 식사를 떠오르게 되는데 이렇게 차분하고 여유 있게 진행되는 결혼식을 보고 나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모처럼 마음의 여유를 느끼면서 결혼하는 커플을 축하해 줄 수 있다면, 성당 예식이야말로 괜찮은 결혼예식이라고 생각해 보았다.

사촌형 회사 동료들은 S전자 A콜 디자이너라 그런지 다들 고급스럽고 엘리트 스러웠다. 세련된 형수님의 친구들로 보이는 축하객은 모델 뺨치게 예뻤다. 그럼 정장 입으면 선보러 올라온 농촌 총각 같다는 장난을 듣곤 하는 나는 뭐지? 그렇더라도 웅장한 성당과 부드러운 신부님의 목소리와 옛스런 피아노 소리가 주는 여유 있는 결혼식에서, 나는 여유가 주는 즐거움을 느껴볼 수 있었다.

나도 나중에 성당에서 결혼식을 해야겠다. 무엇보다 일반 결혼식장 보다 저렴하다고 한다.

관련 글 : 결혼식의 가치 그 속의 축의금
역삼동 성당 : http://www.yscatholic.com 역삼동성당안내 > 혼배안내 참고
이미지 출처 : http://blog.naver.com/mikpe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