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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쓰기/연습장

경인 지옥철, 이제르론 회랑의 한계

2006년 3월 2일 출근길 도로가 꽉 막혔다. 평소 한산했던 버스 정류장에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전철역에 도착했는데 까만 머리로 승강장을 꼼꼼하게 매운 모습을 보고 파업이 남의 일이 아니라 바로 내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버스를 겨우 탔는데 못탄 사람들이 어떻하든 더 탈라고 아우성이고 버스 기사 아저씨는 제지하느라 싸움이 벌어졌다. 사람들에 끼어 겨우 견디며 부천에서 신도림까지 가는 길은 끝이 안보였다. 신도림에 도착하여 보니 8시에 집을 나섰는데 11시가 조금 안되서 신도림에 도착했다.

부천에서 신도림까지 3시간이 걸리다니..이것을 누가 믿을 것인가.. 더 어이 없는 것은 2호선, 5호선으로 갈아탔는데 여기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평온했다. 1호선에서만 벌어진 충격적인 일이었다. 매일 아침 인천에서 서울로 인구의 대이동이 일어난다는 것을 알았으며 인천에서 서울 가는 길에 1호선은 유일한 교통의 생명줄이라는 것을 여지없이 깨달은 하루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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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3월 2일 전철 파업 당시 상황 재현

위의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도 매일 아침 인천에서 서울 가는 출근길은 매일 고통의 체험장이다. 부천역에 도착하는 용산 급행 열차안에는 도저히 사람이 들어갈 것 같지 않지만, 나를 포함한 부천역의 수많은 사람들은 그래도 꾸역꾸역 들어간다. 후덥지근한 날씨와 수많은 사람들의 열기에 전철안 에어컨은 헛돌고, 나와 붙어있는 사람들의 뜨거운 열기속에, 살이 찰싹~ 달라붙어서 흐르는 땀은 흐르지 못하고, 바로 새 옷으로 흡수되어, 새 옷은 엉망이 되고 나의 짜증은 한계를 넘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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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안의 수많은 시민들, 이미지 출처 : http://blog.naver.com/this771222

 
중요한 것은 이런 고통을 매일 체험하더라도 지하철 관계자들을 쉽게 욕을 못하겠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용산역 급행열차는 내가 볼 때 최대한 가능한 간격으로 부지런히 와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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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7,8시 대에는 평균 5분 간격으로 전철이 온다.


태워줄수 있는 만큼 최대한 부지런히 인천 사람들을 날라주는 대도 사람들은 끝도 없이 몰려오고 겨우 타는 사람들과 겨우 날라주는 전철은 아침 출근길을 겨우 버티는 것 같다. 내가 볼 때 매일 아침 인천에서 서울로 인구의 대이동이 벌어진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그리고 인구의 대이동은 거의 필수적으로 1호을 거쳐야만 하고 나머지 이동 방법은 도로를 이용한 버스와 자가용일 것인데1호선에 비하면 그 수송 인구는 사막의 모래 한알 처럼 작을 것이라 생각한다.

옛날에 은하영웅전설을 재밌게 읽은 적이 있다. 은하영웅전설에는 동맹국과 제국군이 있는데 둘 사이를 연결하는 통로는 오로지 이제르론과 페잔을 통해서만 이동 가능하다. 특히 이제르론 회랑을 놓고 동맹국과 제국군은 치열한 싸움을 벌인다. 내가볼때 1호선은 이제르론 회랑, 도로는 페잔 회랑이라고 비유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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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상단 파란색 ISERLOHN(이제르론), 동맹국과 제국군은 유일한 통로인 이곳을 놓고 치열하게 싸운다.

가운데 하단 회색 PHEZZAN(페잔) 은 중립 지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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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서울로 가는 방법이 다양하지 않고, 지금처럼 유일무이한 이동 방법인 이제르론/1호선을 거쳐야 한다면 매일 아침 인구의 대이동에서 매일 같이 고통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특히 나는 여성들이 걱정된다. 우리 어머니 같은 경우는 나이 60이 넘으셨고 키는 150이 겨우 되는데 매일 아침 고통스런 인구의 대이동을 감수하며 일을 나가신다. 어머니가 매일 아침 뜨거운 열기 속에 부대끼어 겨우 버티며 매일 출근 한다고 생각하니 크게 돈 벌지 못하여 어머니를 쉬게 하지 못하는 내가 무력할 뿐이다.

젊은 여성들은 젊은 여성들대로 성추행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어쩔 수 없이 사람들과 밀착되어 이동해야 되기 때문에 젊은 여성들은 불쾌한 느낌을 매일 참고 견뎌야 되는데, 내가 젊은 여성이라면 어떻하든 중고 작은 차라도 사서 경인지옥철의 위험스런 출근은 피하고 싶을 정도이다.

내가 경인지옥철의 문제점을 썼지만, 위에서 말했듯이 전철은 나름대로 부지런히 날라주고는 있고, 이제르론/1호선, 페잔/도로 외의 다른 이동 경로는 떠오르지 않아, 평범한 전철 이용자로써 대책은 떠오르지 않는다.

그저 매일 아침 경인지옥철의 고통을 체험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