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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쓰기/연습장

백화점

꼬마때 나는 나의 삶이 가난한지 풍요로운지 몰랐다. 그냥 먹고 자고 씻는 것이 좀 불편했고, 이런 생활이 당연한줄 알았다.

물건을 사는 곳은 동네 허름한 시장이 전부인줄 알았다. 어느날 엄니가 외출준비에 공을 들이시더니 동생과 나를 데리고 어느 으리으리한 건물로 갔다.

생전 처음보는 화려한 조명, 화려한 물건, 무언가 고급스러워 보이는 사람들, 그곳은 백화점이었다. 엄니는 10만원짜리 수표 한장을 들고 다니셨지만, 물건 살 생각을 안하셨다.

그러다가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하셨는지, 이거 얼마에요~ 수표계산이 되나요~ 안된다고 하자 차라리 잘됐다는 표정으로 결국 아무것도 사지 않고 우리를 데리고 다시 집에 돌아왔다.

그때 처음 무엇인가 느꼈다. 우리가 잘살지는 않구나. 엄니는 우리를 데리고 저 중산층 이상의 생활을 한번 경험해보고 싶으셨던 것 같다.

이십몇년이 지난 지금, 가끔 백화점 가면 많이 쓰기도 한다. 아마 이번주에 백화점 갈것인데, 벼르고 별렀던 물건들을 지를 것 같다.

가끔 지나치게 지르려고 할때마다 가슴찐한 그때 생각도 해봐야겠다. 내 물건만 사지 말고 엄니 선물도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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