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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쓰기/연습장

두 자매님의 호의

스마트폰 프로젝트에 넣어주신다는 얘기를 듣고 지금 사장님과 같이 일하기로했다. 그러나 일단 웹프로젝트 한달 만 있다가 오라고 하시곤 나를 그 프로젝트로 보내셨다. 한달이 두달되고 두달이 여섯달 되는 이쪽 일의 생리를 잘 아는 나는 입맛을 다셨다. 진짜 한달만 해야지 하고 웹프로젝트 일을 시작했다.

어느날 커피 사오려고 명단을 조사했다, '갑'의 젊은 여자 과장님이 반갑게 맞아주셨다. 보통의 사무적인 말투가 아닌 친절한 말투에 당황했다. 과장님의 눈을 잠깐 보았다. 보는 순간 '아~ 나는 저렇게 나를 보는 눈을 기억하고 있었지~'

몇년전 회사 다닐때 어느 여직원이 '굉장히' 호의적인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뒤 그 여직원이 내가 생각하기엔..꽤 친하게 말도 걸고 웃기도 잘 웃고 잘지낸적이 잠깐 있었다. 그러나 알고보니 그 호의는 이성으로서의 호의가 아니고 뭐 내가 순진해보이고..그런 호의였던것 같다. 이미 남자친구가 있었다. 그래도 눈이 정말 컸던 그 여직원이 잠깐이나마 나를 바라볼때 호의로 가득찼던 그 눈을 기억한다.

그 뒤 그 눈을 띄엄띄엄 볼 기회가 있었지만 대개 무덤덤하거나 관심없거나 차가운 눈이 대부분이었다. 이제는 '그렇게 나를 보는 눈'이 있었나 하고 잊어갈때쯤 프로젝트 갑의 차장님과 과장님으로부터 그 눈을 보게 되었다.

그 프로젝트의 '갑'은 젊은 차장님과 과장님으로 둘다 여직원이다. 이미지가 한마디로 '엘리트' 다. 두분다 꽤 젊은 나이에 외국계 큰 회사에서 그 직급을 단것 자체가 엘리트임을 자연스럽게 알리는 것이고, 보이는 모습도 꽤 고급스러운 분들이다.

처음에 차장님 과장님이 장난식으로 잘해주길래 기분은 좋았다. 그러나 '갑'이라 어렵게 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잘해주시니 다른 직원들이 나만 예뻐한다고 장난식으로 부러워한다. 마지막 떠나는 날 차장님이 아쉬워하시길래 '여기도 곧 스마트폰 프로젝트 있다고 하던데..' 했더니 '어머~ 그럼 그때 같이 일할수 있는거에요~?' 하면서 장난스럽게 말씀하셨다. 순간 나는 착각했다.

어제는 오랜만에 그 프로젝트에 일이 있어서 갔다. 한창 최고조로 스트레스 쌓일때 임에도 불구하고 두분다 반갑게 맞이해주셨다. 그때 두분과 얘기를 하다가 과장님이 명함을 주면서 '이거 제 명함인데...연락해요~' 하며 장난스럽게 말씀하셨다. 순간 나는 착각했다.

어제 오랜만에 호의적으로 나를 보는 눈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옛날 그 눈이 큰 여직원도 생각났다. 그때랑 상황이 비슷하네~ 호의적인 눈, 그러나 그 호의적인 눈은 내가 좀 순진해 보여서 그랬을 것 같고..그리고...이것도 비슷하다...두분다 아기 엄마 ㅠ.ㅠ ..., 위에 '순간 나는 착각했다' 라고 쓸때 당시, 나는 그분들이 아기 엄마란 사실을 잊을 뻔했다.

프로젝트 했을때 두분 덕분에 기분은 좋았지만, 사무적인 갑을관계라 떠나면 당연히 잊으실줄 알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지금도 가끔 내 블로그 보시는 것 같다. 나도 나중에 두분을 기억할수 있도록 글을 썼다. 두 자매님 감사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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