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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쓰기/연습장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7월 첫째주 모임 후기

그럼에도 내가 개발자를 천직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개발자들이 선하기 때문이다. 4년의 군대생활 동안 훌륭한 분들 많았지만 거친 사람도 많았다. 한달의 신입사원 대기 기간 동안 영업사원들과 지냈는데 험한 영업세계에서 살아남아야 했기 때문인지 그 사람들도 거칠었다.

개발자들과 본격적으로 어울려 지내면서 깐깐한 개발자 조차 나름의 순진함을 발견하고는 나는 이쪽 세계에 발 들여놓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몇년후 예를 들었던 깐깐한 개발자는 거친 SI세계를 겪으면서 그 순진함이 냉소로 가득 바뀐것을 보고 깜짝 놀랬던적이 있긴 했다.

 그럼에도 개발자는 대개 선하기 때문에 개발자들이 좋고, 내가 개발자란 것이 좋다. 사실 좋다고 강조하는 것은 IT맨의 사직서등의 열악한 환경에 대비하고자 일종의 최면을 거는것과 비슷한 안타까움이 있기도 하다. 좌우지간 최근 개발자들처럼 선한 사람들을 또 발견했는데 바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이다.

 두번째 오프라인 모임은 느긋했다. 김훈 작가의 '개:가난한 내발바닥의 기록'을 보면 엄마개의 첫째 새끼가 단단히 닫힌 엄마 자궁을 힘겹게 겨우 뚫고 나오느라 다리뼈가 부러졌는데, 나머지 새끼들은 형이 이미 길을 뚫어놨기 때문에 수월하게 세상밖으로 나온 얘기가 있다. 시작이 반이라고 한번 길을 뚫으면 다음은 쉬워지는 법이다. 이번에는 다행히(?) 남자분들도 많이 나오셨다.

 오후 두시부터 밤늦게 까지 무슨 대화를 해야 되나 고민했지만, 남자분들은 우리회사 형들처럼, 동생 처럼 털털하여 편했고, 여자분들은 사촌 누나, 여자 후배들 처럼 자연스러워서 편했다.

 아닌 경우도 간혹 있지만, 책에는 보통 인류가 지향하고자 하는 바른 지식이 담겨져 있고, 바른 삶을 추구하는 이상이 담겨져 있다고 보는데,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바른 지식을 얻고 있고, 바른 삶을 추구할것이라고 거창하게 생각해보았다.

 그래서 이번에 만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선하고, 털털하고, 꾸밈이 없었다. 나도 책을 더 읽고, 계속 오프라인에 참석하다 보면 어설프게 선하고, 어설프게 털털하고, 어설프게 꾸밈 없어 보이는 내 모습을 개선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말하기를 귀찮아하는 내가 오후 두시부터 밤 열시까지 나름대로 대화로 어울려 보느라고 애쓰다 보니 역시 5Km 완전군장 구보 뛴것처럼 피곤하여 오자마자 바로 쓰러져 잤다.

 서서히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균형을 찾아가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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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나눔 시간에 '찐따' 님으로부터 받은 책, 나는 깊이있는 분의 사색이 담긴 이런 책을 제일 좋아한다. 다 읽고 꼭 리뷰를 올려야 할 것이다, 나는 '남한산성' 과 '지도 밖으로의 행군'을 책 나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