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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쓰기/리뷰

부의 미래, 우리나라는 비동시화중

좋은 책 인 것은 알겠는데 잘 안 읽히는 책들이 있다. 엘빈 토플러의 유명한 '부의 미래'라는 책도 잘 읽히지 않았다. 번역체라 그런 것 도 같다. 사실 부의 미래는 번역 잘 된 편이다. 그럼에도 번역된 책들은, 우리집보다 훨씬 편한 남의 집에서 자더라도 그 이질감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는 것과 같다. 5월에 5일 연속 쉬는 황금 연휴가 있었다. 그때 이 책을 겨우 다 읽었다. 읽었으나 머리에 기억된 것은 거의 없다. 책에서 배운 지식을 말로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잊어버렸지만, 무의식에 ‘직관’으로 스며들어 은근히 나의 생각과 행동에 유익한 지식으로 쌓였기를 바랄뿐이다.

그래도 부의 미래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어 최근에 다시 읽기 시작했다. 1/3을 읽었는데 유독 나에게 와닿은 ‘장’이 있었다. 바로 ‘동시화’에 대한 설명이었다.

‘동시화’란 비슷한 요소들을 묶은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발전하려면 어느 한 요소만 발전되서는 안되고 모든 요소가 골고루 발전되어야 해당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로 정리했다.

예를 들어 성공적인 동시화의 예가 있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개인 컴퓨터의 부상은 마치 기술적인 2인 발레를 이루는 것과 같았다. 마이크로소프트가 PC용 소프트웨어 윈도우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출시하면 인텔이 그것을 지원하기 위해 더 빠르고 효과적인 칩들을 개발해냈다. 수년간 언론은 두 기업을 마치 하나의 기업처럼 윈텔(Wintel) 이라고 지칭했다. 때로 불완전하기도 했지만 이 같은 두 기업의 동시화는 PC를 세계적으로 퍼뜨리는 경이적인 원동력이 되었다. (부의미래 P87)"

반대로 어긋나는 동시화의 예도 있다.
"일본의 중소기업 사장인 나이토 미노루는 딸의 생일을 맞아 동경의 우아한 초밥 전문점으로 외식을 하러 갈 생각이었다. 때는 토요일이었고, 그는 근처에 있는 현금자동입출금기에 돈을 인출하러 갔다. 그때 시간의 오후 6시였는데 이미 기계는 작동이 멈춰 있었다. 그는 그날 밤 초밥을 먹을 수 없었다. 이 사례에 대해 일본의 언론은 “24시간 영업하는 소매점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현금자동입출금기를 너무 일찍 폐쇄하는 은행의 조치는 기막힌 일이다”라고 전했다. 은행이 일본 경제의 소매 부문에서 일어나는 발전에 동시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 후 몇 년 후 2003년이 되어서야 은행 한곳이 24시간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부의 미래 P88)

이렇게 동시화는 IT, 서비스업외 모든 분야에 해당될 수 있다. 특히 동시화는 '시간'이란 요소가 중요하다. 스타크래프트에서 드랍쉽 작전을 하려면 다른 지상부대가 먼저 엄호하면서 적의 눈길을 빼앗은 그 짧은 순간의 기회를 살려 몰래 쳐들어 가야 하듯이, 드랍쉽 부대와 타 아군 부대간의 아슬아슬한 동시화는 작전 성공의 매우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부의 미래 ‘동시화’ 부분을 읽으면서 나는 흥미로웠고 한번 대한민국 IT, 대한민국 사회/경제분야의 동시화 상황과 비교해보았다.


> 대한민국 IT산업의 동시화
>> 잘되고 있는 대한민국 IT산업의 동시화
IT야말로 발전을 원하는 시스템을 밀리세컨드 단위로 동시화 해줄 수 있는 도움 기술이다. 특히 전자 정부는 동사무소 가지 않아도 주민등록등본을 뽑을 수 있고, 등기부등본을 열람 할 수 있으며, 인터넷뱅킹은 10분 거리의 농협을 걷지 않아도 은행 업무를 볼 수 있게 해주고 있다.

>> 대한민국 IT산업의 비동시화
IT산업과 정부와의 동시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IT산업은 동시화가 중요한 지식기반산업의 핵심기술 임에도 이명박은 “정보화 시대에는 IT(정보기술) 접하는 사람은 소득이 높고 접하지 못하는 쪽은 소득이 낮기 때문에 소득 격차가 벌어집니다. IT 기술은 일자리를 계속 줄였습니다.” 라고 망언을 했단다. 일본 정치인의 식민지 시대 망언 보다도 더 악랄한 망언이다. 우리나라 경제는 빙하기, 우리나라 IT산업은 핵빙하기가 올꺼라고 한다.


> 대한민국 사회/경제 분야의 동시화
>> 잘되고 있는 대한민국 사회/경제 분야의 동시화
..2008년 이후 없음..

>> 대한민국 사회/경제 분야의 비동시화
우리나라 사회/경제 분야의 비동시화는 이명박, 강만수의 ‘리만브러다스’에 의해 가속되고 있다. 그 비동시화 속도는 ‘환율’ 상승 그래프처럼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고, 주가 하락 그래프처럼 그 끝을 모르고 진행되고 있다. 코스피 지수 747 목표는 쉽게 이루어질 것이다.

모든 세계경제가 위기에 빠졌다. 세계 경제가 위기에 빠져도 우리나라 나름대로 최선의 대응 방법이 있을 것이고, 지금 세계위기에 대처하는 우리의 대책은 초단위로 중요하고 신속하게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리만 브라더스는 자신의 지지기반 명백을 이어가기 위한 금산분리법 완화, 건설업체 지원, 종부세 폐지 등의 실책을 내놓고 있다. 아고라 경제 고수들의 지적처럼 뜨거운 태양 아래 선수들이 힘들게 마라톤을 뛸 예정인데 체계적인 훈련과 대응책을 새우는게 아니라 당일날 마약과 모르핀주사를 투여하고 선수를 보내는 것과 같다. 선수는 만신창이가 될 것이다.


이상 부의 미래-동시화 편을 읽고 흥미로워서 관심 분야에 비교를 해봤는데 우리나라 얘기하면서 시사얘기로 빠질 뻔 했다. 특히 우리나라 IT산업과 경제 위기를 대하는 정부의 비동시화 대책은 희망의 한줄기도 용납하지 않고 '시멘트'로 꽉꽉 막아버렸다.

주식하락 그래프처럼 대한민국 비동시화가 가속되는 지금,
부의미래등의 좋은 책 읽으면서 살길을 찾아야 할 때다.


부의 미래 - 10점
앨빈 토플러 지음, 김중웅 옮김/청림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