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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쓰기/리뷰

진중권 호모코레아니쿠스를 읽고 (대한민국 비판)

어떤 능력에 대하여 잘난척 하는 사람과 진짜 잘난 사람의 차이는 천지차이다. 아직 어설픈 수준임에도 내가 잘난줄 알고 자아도취에 빠지는 사람처럼 어리석은 경우도 없다. 그러나 자아도취에 빠져본 사람으로 굳이 변명을 하자면, 자아도취라도 하지 않으면 우리 인생은 한없이 막막할지 모른다.

만약 대한민국, 우리 한국인들이 자아도취에 빠졌다면 기분이 어떨까. 불쾌해서 더욱 더 대한민국 우리 한국인이 최고라고 합리화 할지 모른다. 만약 정치인들, 경제파탄, 대기업등의 술안주 대상을 욕한다면 모르겠지만, 대한민국의 문화와 국민 고유의 습속(=국민성)까지 불쾌할정도로 비판하는 책이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는 내가 한국인으로서 가진 자긍심이 자아도취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들정도였다.


나는 에헴~ 소리 내뱉는 답답한 양반처럼 보수적이었다. 개인은 국가를 위해 충분히 희생할 각오를 해야 한다. 대를 위해 소는 당연히 희생 한다. 대의를 실행하는데 약간의 과실이 있더라도 덮어야 한다. 가끔 어느 단체들이 시위를 하는 모습을 보면 대의를 실행하는데 방해만 하는 놈들이라고 비난했다.

내가 이런 사고를 갖게 된 것은 초,중,고등학교때의 보수적인 이념 교육과 장기간의 군대생활(나는 부사관으로 4년 4개월 보냄), 그리고 군대에서 조선일보를 열심히 구독한 결과였다.

나는 한국인의 대표적인 습속(=국민성과 비슷)을 가지고 있다. 성격이 몹시 급해서 빨리~빨리~가 안되면 안절부절 못한다. 생각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는 얼굴이 빨개지면서 흥분하는 다혈질이다. 목소리톤도 높아서 시끄럽다. 음식도 시끄럽게 아작~아작~ 먹는편이다. 대부분 이성적이기 보다 감상적인 습속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나의 천성이고 한국인의 습속에 포함되어 있다.

이렇게 나는 한국인으로서의 습속을 천성으로 가졌으며, 후천적으로 보수적인 교육과 미디어를 접하면서 집단주의, 전체주의적인 가치관을 갖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 진중권은 전형적인 한국인 나와, 이런 나를 길들인 한국의 수구보수 문화를 치부까지 발가벗겨버린다.

나는 내가 가진 다혈질 습속과 보수적인 가치관이 나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역동적이고 아름다운 희생을 바탕으로 하는 한국인의 멋~이라고 자긍심을 갖기도 했다. 그러나 이책을 읽으면서 내 치부도 발가벗겨지는 충격을 받았고, 나와 우리 한국인들, 그리고 지도자들이 자아도취에 빠진 것은 아니었나 되돌아 보게 되었다.

그때 모골이 송연해지면서 책을 읽은 나의 모습이 저자 진중권이 이 책을 통해 대한민국에 바라는 목표다. 진중권은 이책에서 실랄하게 비판은 하지만 대안은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자아도취에 빠진 한국인이 이책을 읽고 좀더 객관적이고도 넓은 시야로 자신들의 모습을 되돌아보면서 깨어나게 만드는데 목표가 있다고 본다.

진중권의 호모코레아니쿠스는 매트릭스에서 네오를 깨어나게 한 쓰지만 유익한 빨간알약인가, 아니면 결벽증에 걸린 사람의 지독한 독설처럼 김치속에 숨겨진 쓰디쓴 생강덩어리인가.

지금 우리나라 정부를 보면 그 답을 알 수 있다.


호모 코레아니쿠스 - 10점
진중권 지음/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