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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쓰기/연습장

군 시절 24살의 여름 어느날 - 소설 쓰듯

나는 어떤 삶의 경계에서 나 자신과 싸우고 있었다. 아늑하면서도 깊은 동굴속에 갇힌 잠과 출근해야된다는 현실속에서 싸우고 있었다.

눈을 겨우 뜨고 윗몸을 일으켰다. 팔의 근육이 은근하면서도 강하게 찌르듯 아파왔다. 다리를 움직이니 다리 또한 은근하면서도 강렬한 통증이 몰려왔다. 그리고 머리는 저 멀리 깊은 동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허우적 거렸다. 이렇게 된 것은 어제의 노가다 때문에 몸이 말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이런 피곤함에서 나를 잠시 위로시켜줄수 있는 체조를 하였다. 체조하는 몸동작 하나하나가 무거운 아령을 들었다 났다 할만큼 무거웠다.

이제 비틀거리며 씻고, 거울을 보며 짧은 스포츠 머리를 위로 향하게 다듬었다. 거울을 보니 남들은 나의 까만 얼굴의 색을 구별할수 없다지만, 훨씬 더 까맣게 탄 모습이 몸과 마음의 피곤함보다 더 착잡했다.

흙이 묻어 깨끗하지 않은 전투복을 입었다. 전투화를 신을려고 하는데 너무 드러웠다. 오랜만에 광을 내고 싶다는 욕구가 잠시 들었다.

문을 열고 상번하는 차량 대기소를 향해 걸었다. 아침부터 햇살은 SF영화에서 레이저빔을 쏘듯 강렬하게 나를 쏘아댔다. 크게 공기를 마셨다. 공기를 마시면 그 특유의 향기와 분위기와 느낌이 나의 코를 통과해 뇌에서 어떤 작용을 하였다.

우리 부대 공기는 특별했다. 그 특별한 향기와 분위기와 느낌은 어린시절 또래 꼬마들과 놀던 아늑하고 편안 꼬마시절의 향기가 나는 것 같고, 내가 입대할때 안타까워하며 조용히 눈물을 흘리던 어머님의 아련한 슬픔도 느껴지고, 외롭기만 한 나의 일상을 더 외롭게 느끼게 해주는 외로움 같기도 했다. .

산에 올라가는 덜컹거리는 차안에서 어제 노가다를 뛰었으니 오늘은 일이 없이 조용히 시간 때우기를 바랐다. 그 바람은 숨 막혔다. 비포장도로를 올라가며 생기는 먼지를 내가 모조리 마시듯 숨 막혔다.

강력한 소나기도 지금 나의 땀처럼 나를 적시지는 못할것이다. 나의 땀은 나에게서 이렇게 나오는게 신기할정도로 나의 전투복과 전투화와 온 몸을 적시고 있었다. 나는 30도 전후의 산비탈에서 단장님 방문에 대비해 제초기를 돌리고 있었다.

제초기의 몸통의 강력한 모터를 잘지탱하지 못한 강력한 진동이 나의 팔을 정신없이 흔들고 있었다. 나는 그 흔듬의 고통과 소나기 보다도 더한 땀의 축축함과 30도 전후의 산비탈의 경사의 불편함을 애써 이겨낼라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 노력의 이유는 바로 옆에 후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후배앞에 제초기 하나 못돌리는 선배가 될 수는 없었다.

턱턱막히는 더위에 제초기를 돌려야 했던 어려움도 막상 일을 마치고 얼음물로 몸을 달래니 시골 오두막에 앉아 수박을 먹는 운치있는 시원함처럼 시원하고 기분이 좋았다.

오늘도 역시 노가다 했구나 하며 퇴근을 했다. 사실 노가다는 내 전문이 아니었고 나보다 훨씬 성실하게 잘하는 선후배들이 많음에 미안해하면서 퇴근했다. 그래도 ‘나는 컴퓨터를 잘하지’ 라는 위안을 삼으며 퇴근했다.

퇴근을 했는데 원사님이 나를 기다렸다. 순간 더위속에 제초기 돌릴때의 숨막힐때처럼 숨이 턱턱 막혀왔다. 온갖 사적인 컴퓨터일을 나한테 시키는 사람이었다. 이번에는 컴퓨터를 어디서 주워왔는데 나보고 살려놓으라고 했다.

옛날 장비라 도저히 살릴수가 없었다. 안되는게 어딨냐며 날이 어두워지도록 나를 채근하고 있었다. 나는 얼굴이 빨개지고 이마에 핏줄이 스고 있었다. 화가 났다. 여지껏 쌓이고 쌓인게 하나 하나 폭발하고 있었다. 그 폭발은 결국 행동으로 표출됐다. 나는 만지던 그 원사의 컴퓨터를 집어던지고 그 원사에게 대들었다. 그 원사가 너 미쳤냐며 가지고 있는 망치로 나를 강하게 때렸다. 나는 정신을 잃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탄약고에 서있고 사람들은 총과 군장을 매고 분주하게 뛰어다녔다. 나는 후배와 병들과 함께 K-6라는 작은 대포라고 할수 있는 중형 무기를 수령하고, 내가 있어야될 위치로 내 부하들과 함께 뛰어가고 있었다. K-6의 무게는 정말 위압적으로 무거웠다.

우리 위치에서 K-6을 조립해야 했다. 나는 부하들 앞에서 멋있게 조립하고 싶었는데 잘 되지 않았다. 방송에서는 실제상황이라고 사이렌이 울려대고 주변에서는 사람들이 소리지르며 뛰어다니니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겨우 조립을 마치고, 경계태새에 돌입했다.

얼마후 하늘에서 작은 점 하나가 다가오는게 보였다. 순간 사이렌이 강렬하게 쏘아댔다. ‘적이다~’ ‘적이다~’ 게임에서 레이저 광선이 하늘을 향해 쏘듯 ‘두두두~’ 하면서 불빛이 점을 향해 쏘아대고 있었다.

우리도 똑같이 해야했다. 이제 헬리콥터로서의 모습이 보이는 점을 향해 K-6를 조준하고 숨을 헐떡이며 방아쇠를 당겼다. 굉음과 반동의 느낌이 나를 압박했다. 계속 연사했다. 순간 ‘뻥~’ 하고 점이 화염속에 휩싸였다.

‘우리가 맞췄다~’ 라며 우리 부하들과 함께 미친 듯이 기뻐했다. 그런데 그 점과 점을 둘러싼 화염이 두 동강 난 헬리콥터 형상으로 우리위치로 미사일을 쏘듯 미친 듯이 다가왔다. 우리는 피해야한다는 생각할 틈도 없었다. 그대로 우리위치에서 폭발했다.

나는 갑자기 1인칭에서 3인칭 시점이 되서 그 폭발 화면을 지켜보았다. 순간 지켜보던 화면이 어두워지더니 저 멀리 아늑한 세상에서 어떤 전자 멜로디가 들려왔다. 그리고 강하게 어딘가로 끌려가고 있었다. 아니 원래 가야될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눈을 번쩍 떴다. 핸드폰에서 알람소리가 울렸고, 창문은 밝은 아침임을 알리고 있었고, TV 소리가 들렸고 어머님이 출근준비를 하고 계셨다. 나는 2006년 5월에 어느날 아침을 맞고 있었다.

지금의 아침은 그때처럼 피곤에 절어 저멀리 동굴속에 갇힌 꿈과 싸움을 할필요도 없었다. 출근길에 마시는 공기도 슬프고 아련했던 특별한 향기와 분위기와 느낌이 없고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속에 역동적인 분위기를 느낄수 있었다. 회사에서는 내가 잘 할수 있는 일을 할수 있었다. 사적으로 심한 개인적인 일을 시키는 못된 상사도 없었다. 2006년 5월의 지금은 지낼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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