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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쓰기/연습장

친구가 공무원이 되었습니다.

사촌 조카의 새까만 눈동자처럼 어두운 밤에 전등이 희미하게 켜져있고, 계곡물소리가 시원하게 들리는 여름휴가 간곳, 그곳의 구석에서 친구가 아무소리도 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인상좋고 덩치큰 녀석의 그런 모습을 보니 나는 침을 꼴깍 삼키며 당황했습니다. 아까전만해도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끼리 신나게 떠들며 즐거워 했는데 갑자기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나는 짐작을 했습니다. 그 친구는 4년을 공무원 공부에 매달렸습니다. 4년 내내 월화수목금토일을 독서실에서 딱딱한 수험서의 활자를 받아들이는데 매달렸습니다. 얼마전에는 면접까지 갔습니다. 될것 같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이제 지옥같이 따분한 수험생활이 끝나겠구나~라는 축하를 미리 해줬습니다. 그런데 친구는 떨어졌습니다. 그 뒤로 계속 독서실에서 하루종일 공부를 했습니다. 나는 그 숨막히는 생활이 상상히 갔습니다. 상상할때마다 고개가 저절로 흔들어 졌습니다.

짐작이 맞았습니다. 친구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해도 해도 안되는 바늘구멍 통과하기에 답답해 하며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일류대 나온 형들도 안되는데 자기는 과연 이 수험 생활을 계속 할수 있을까~라는 자괴감까지 있는것 같았습니다. 친구의 눈물과 한숨 섞인 말은 오랫동안 이어졌습니다. 나는 묵묵히 들어주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회생활을 해야하는 우리나이대의 고민은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오랫동안 이어졌습니다.

그랬던 친구가 어제 전화를 했습니다. 소리없는 눈물은 어디가고 장난기 가득한 거만한 목소리로 나한테 말을 걸었습니다.

“친구야~ 나 공무원 됐다아~ 그것도 두군대나 됐다아~” (잔뜩 거만한 목소리)

우와~ 평소 속이 좁아서 남 좋은일에 배아파 하던 내가, 남의 일을 내일처럼 기뻐한적이 이번만큼은 없지 않을까 싶을정도로 기뻤습니다.

친구는 이제 숨막히는 수험생 생활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친구는 요즘 인정받는 최고 직장에서 안정된 사회생활을 하게 될 것입니다. 명색이 공무원이니 일등 신랑감이라 조만간 여자친구도 생길것 같습니다.

나는 친구한테 크게 한턱 쏘라는 말을 하고 굳게 다짐까지 받은다음 전화를 끊었습니다. 친구의 고생이 절실하게 느껴졌던 눈물과, 행복함이 가슴깊이 느껴지는 거만한 말투가 비교되었습니다.

오랜 고생끝에 이뤄낸 친구의 성공적인 사회생활 첫발을 축하하며, 그 거만한 목소리를 오랫동안 듣기를 바랬습니다. 전화받던 그날은 뿌듯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