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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쓰기/연습장

큰아버지의 생활속의 평생학습

작은 친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멀리 수원까지 가야했는데, 그 길은 까마득해 보였습니다. 나는 차 욕심이 없었지만 이럴때는 차가 필요하다는 것이 와닿았습니다. 다행히 나를 배려하여 큰아버지가 가는길에 태워준다고 하셨습니다. 퇴근을 하고 큰아버지가 근무하는 사무실로 갔습니다.

수원으로 출발할 시간까지 남아서 큰아버지 사무실에 앉아 있었는데 큰아버지가 '아래아 한글'로 조심스럽게 문서를 만지고 계셨습니다. 은근히 놀랐습니다. 큰아버지는 '예순다섯'이나 되시는 분인데 워드를 할줄 아십니다. 마치 젊은 우리가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한문중 천자문을 아는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작업중인 큰아버지가 문득 나를 보더니 '마침 너 잘왔다~ 이것좀 봐주라~' 라고 하시며 '비서 프로그램이 있는데 실행이 안된다~' 라고 하셨습니다. 큰아버지는 비서 프로그램으로 일정과 인맥 관리를 한번에 하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프로그램을 별도로 업데이트하여 문제를 해결 하였습니다. 우리 젊은이로 따지면 천자문을 넘어서 명심보감까지 통달한 실력이다~ 라며 속으로 탄성을 내질렀습니다.

큰아버지, 큰어미니와 그냥 사는이야기 하는데 내가 무슨일 하냐고 하시길래 '인터넷 뱅킹 개발' 하는 일 한다고 하니깐 큰아버지가 무릎을 딱~치면서 잘됐다~ 이것좀 봐달라고 하셨습니다. 큰아버지가 '인터넷 뱅킹을 하면서 인증서를 USB에 넣어갔고 다니는데 USB를 통한 인증서 인식이 잘되지 않는것 같다~' 라는 말씀 입니다. 나는 그야말로 감동 받았습니다. 예순다섯된 큰아버지가 인터넷 뱅킹은 물론이고 인증서 개념까지 아시는데, 더구나 USB에 인증서를 보관함으로써 편리함과 보안까지 추구하실줄 안다~는 사실이 나한테는 경이로왔습니다. 문제를 해결해 드리고 나는 주름살과 넉넉한 배 가득한 큰아버지를 경이롭게 바라보았습니다. 우리 젊은이로 따지면 천자문, 명심보감외 사서삼경까지 통달하고 서예까지 왠만큼 할줄아는 경지라고 비교해 보았습니다.

우리야 워드, 개인업무관리, 인터넷뱅킹은 끼니 먹듯이 자연스럽게 하는 일상이지만, 예순다섯된 분에게 이런일들은 우리 젊은이가 멀게 느끼는 한문을 알고 쓰는것처럼 아마도 어려울 것입니다.

그 어려운 것들을 소화하신 결과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 뒤쳐지지 않고 늦은 나이까지 일을 하시는 큰아버지를 보며 어려운 경영 서적에서 다룬 '평생 학습' 이란 의미는 바로 가까운대서 찾고 배울수 있는 것이라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아는 블로거들 중에도 교장 선생님 퇴임하시고 열혈 블로거로 활동 중인 청석님을 비롯하여 늦은 나이에도 열심히 배워서 젊은 블로거들 이상의 멋진 활동을 펼치는 노장 블로거들이 많이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큰아버지와 노장 블로거들의 평생 학습을 보며, 아직 배울게 많은 내가 많은 자극이 되었습니다. 수원에서 돌아오는 늦은 시각 전철길 안에서, 유독 그날은 열심히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