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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쓰기/연습장

사진기 들고 처음 움직이다. (선유도 공원)

DSLR이라는 사진기는 비쌌다. 비싼 사진기는 주인이 움직이지 않을 경우 제 값어치를 하지 못한다. 사진기의 주인인 나는 움직이기를 귀찮아한다. 그래서 내 사진기는 제 값어치를 못할까 불안해 하고 있었다. 나는 안쓰럽게 사진기를 바라보았다. 나는 불안해 하는 사진기를 위해 움직여 주기로 했다.

찜질방 같은 습기가 느껴지는 무더운 일요일, 나는 사진기 하나 들고 선유도 공원으로 이동했다. 혼자 돌아다니면 뻘쭘하다. 그런데 사진기를 매니 혼자 움직여도 뻘쭘하지가 않다. 사진기는 묵직한 느낌 그대로 든든하게 내 옆에 있고, 나는 제 값어지 못할까봐 불안해 하는 사진기를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우리는 천생연분이다.

한강공원을 가로질러 한참을 걸었다. 한강공원은 TV선전에 나오는 세련된 외국의 공원처럼 멋들어지게 꾸며져 있었다. 세련된 공원에서 자전거나 인라인을 타는 시민들 역시 세련되고 행복해 보였다. 그런나 세련된 공간과 사람속을 지나는 나는 어색했다.

사진을 찍는 것도 어색했다. 선유도 공원은 사람들로 붐볐다. 많은 사람들속에서 자연스럽게 사진기를 들이댄다는 것이 어색했다.

반복경험은 어색함을 이겨낸다. 어색함을 무시하고 반복하여 아무 풍경이나 찍어대니 어색함이 사라졌고, 혼자가 아닌 사진기와 둘이 놀러 와서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누군가 함께 한다는 편안함과 든든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올 그린~(모든 DSLR 조절기능을 자동) 상태로 아무 풍경이나 찍었다. 사진기를 조작하는 방법을 공부했다지만 사진기를 만지는 내 손은 헛돌기만 하고, 세상을 담아내는 방법은 까마득하니 알쏭달쏭하여 뷰파인더를 바라보는 내 눈도 헛돌았다.

반복경험은 미숙함을 이겨낸다. 나는 끊임없이 반복연습하여 세상의 아름다운 풍경을 온전히 담아낼 것이다. 지금부터 시작이다.

사진기를 들고 처음 움직이던날은 사진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어색함을 줄일수 있었던 유익한 날이었다. 이번주 일요일날은 인사동을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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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기는 많이 찍었는데 사실은 올릴만한 사진이 없다. 아직 내 사진에서는 '느낌'도 '이야기'도 없다. 많이 찍어야 겠다.]


덧1) 저 사진속 빨간옷의 사진작가는 우리회사 동료 프리즘님으로
원래 나 혼자 갔는데 혼자 선유도 공원 갔다고 하니 나중에 프리즘님이 직접 와주셨다. 사진은 같이 찍었지만 나와는 다르게 사진속에 '느낌'이 살아있고 '이야기'가 생동감이 넘친다. 나랑 같이 찍었지만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온 '느낌'과 '이야기'가 살아있는 프리즘님의 선유도 출사 후기를 추천한다.

느낌과 이야기가 살아있는 프리즘님의 선유도 출사 후기 : http://highcolor.net/101

프리즘님이 내 사진도 찍었다. 내 모습이 잘나왔다기 보다는 사진기와 함께 찍으니 어색함 없이 폼이 난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 마음대로 생각하는 폼나는 내사진 : http://highcolor.net/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