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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쓰기/연습장

명동을 떠나며, 두 직장동료의 선물

직장생활은 온갖 경험과 함께 장소에 대한 추억도 남겨준다. 강남은 신입때 좌충우돌 사람과 일에 적응하려고 애쓴 기억, 여의도는 멋있는 셀러리맨들에게 압도당하며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 목동은 이제 평범한 직장인들과 동화된 느낌, 그리고 잠실은 극악의 교통과 업무량에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곳, 나에게 직장생활의 추억은 그 지명을 생각할때 저절로 그려지곤 한다.

처음 명동에서 일할때 나는 상상했다. 지금 서 있는 이곳 명동을 떠나면 나는 명동을 어떤 이미지로 상상할까. 나는 생각외로 많은 업무량과 높은 업무 난이도에 당황하며 혼자 저녁 밥을 먹었다. 밥을 먹고 명동 거리를 걸었다. 멋지고 화려한 젊은이들을 보니 왠지 기분이 들떴다. 그러나 나에게 명동도 왠지 고생의 이미지로 남을것도 같았다.

6개월이 지나고 이제 명동 구석을 제법 돌아다니게 되었다. 명동 구석을 돌아다니며 나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멋진 거리를 알고 그 속에 함께 어울리는 젊은이가 된 듯한 뿌듯함이 생겼다. 나는 시골스러운 이미지가 있기에 도시적인 이미지를 약간은 동경하였고 명동은 멋진 도시인도 되고 싶은 나의 바람을 채워주는 듯 했다. 비록 산골이미지는 변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일단 대한민국 최고의 번화가의 최고 멋진 젊은이들과 함께 있다는 관찰자 시점의 즐거움을 느꼈다.

[점심 시간에 대충 아이폰으로 찍은 명동 거리..]

[이곳에서 틈틈이 다른 회사 다니는 친구 만나서 식사하곤 했다.]


[여기는 명동 한복판]


[내가 일했던 사무실 입구]

여기서 끝이라면 명동은 강남, 목동, 여의도처럼 대한민국의 멋진 거리라는 관찰자 시점의 기억만 남을 것이다. 여기 명동 생활을 몇배 즐겁게 해준, 명동을 기분좋게 추억하게 만든 친구들이 있다.


내가 몰래 찍은 두 아가씨 뒷모습 사진을 어렵사리 허락받고 블로그에 올린다. 이 두 아가씨를 빼고는 명동을 추억하기 어렵다. 두 아가씨 뒷모습을 몰래찍고 두 아가씨의 어이없는 실소 섞인 승낙으로 이 사진을 블로그에 올릴 수 있었다.

또래 직원이 이 두 여직원 뿐이라 두 여직원과 많이 어울리며 명동 생활을 했다. 처음에는 남자 직원 위주로 지냈던 내가 예쁘장한 여직원들하고 지내니 좋았다. 중간쯤에는 또 편하게 대할수 있는 또래 남자 동료가 그립기도 했다. 사실 유독 여직원들이 성격이 까칠한 면도 있는 것 같다. 그러다가 이제는 여직원들하고 지내기 편해지니 이것저것 잔재미가 많아 즐거웠다.

예를들어 또래 여자의 관심거리, 화제거리, 싫어하는 것 들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두 여직원과 명동시내 파스타 식당 에서 분위기 있게 파스타 먹고 스타벅스니 커피빈이니 하는 비싼 커피집에서 커피한잔 하는 여유는 낯설지만 즐거운 경험이었다.

그러나 중요한건 이 둘은 다 임자가 있다는 것이다. 이 사실에서 모두 에~ 하며 김도 새고 어이없어 하겠지만, 덕분에 나는 둘을 편하게 대했고 이것저것 여자랑 잘 어울리는 법을 배웠다.

글을 쓰며 명동 시대를 정리해보니 내가 다른 장소에 비해 명동을 기분좋게 추억할수 있는 이유를 명확히 알게 되었다. 다른 장소는 항상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그 장소에 어울리는 사람들을 부러워 하기만 했는데 명동에서는 나름 나도 구석 구석 동화하듯 어울렸다는 것에 있다.

명동 한 가운데 관찰자가 아닌 당사자가 된듯한 즐거운 추억은 한마디로 두 여직원 덕분이다. 덕분에 즐겁게 명동을 추억하며 떠났다. 그리고 명동에 있던 사무실은 잠실로 왔다. 사실 나는 다시는 잠실로 오지 않겠다고 2번이나 다짐했는데 벌써 3번째 잠실로 출근하게 됐다. 잠실은 직장생활 가장 안좋은 기억들이 몰려 있는 곳 이다. 그래도 지금은 또 어떤 일들이 생길까. 남은 근무 기간 잘 마무리 짓기를 기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