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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수영

새벽 수영 가는 길

5시 20분 즈음에 알람이 울렸다. 아고 졸려~ 하며 일단 앉았다. 수영장에 갈까 그냥 잘까 내 몸이 갈팡질팡한다. 이성으로 갈등하는것이 아니라 내가 제어 못하는 내 몸이 갈등한다. 비몽사몽 졸린 몸상태는 그저 자고 싶지만 수영후의 상쾌함을 알고 있고, 새벽 수영 가는 길에서 매번 느끼는 바를 알고 있는 내 몸은 결국 수영장에 가자고 한다.  

반쯤 뜬 눈으로 버스 정류장으로 간다. 가는 길에 시장을 관통한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생선가게 아저씨들의 으쌰~ 소리가 들렸다. 찌지직~ 거리는 스티로폼 소리도 귀 따갑게~ 들린다. 생선이 담긴 스티로폼 박스를 굵은 팔둑과 얼굴의 깊은 주름과 까만 피부를 자랑하는 아저씨들이 힘차게 나르고 있다.

생선가게를 지나 다른 가게를 바라보았다. 파란 용달차가 털털~ 엔진소리를 내며 과일가게에 멈췄다. 용달차의 아저씨가 차안의 여러 과일을 가게로 나른다. 나이드신 아줌마는 과일 정리에 바쁘다. 과일가게 오래된 늙은 누렁이는 주인님이 바쁘던 말던 바닥에 엎드려 가게 밖을 심드렁하게 응시한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사실은 야하게 차려입은 아가씨가 내 눈을 멈추게 만든다. 밤문화를 화려하게 즐긴 아가씨 같다. 원하던 버스가 오자 피곤한 눈으로 머리를 쓸더니 곧 사라졌다.

허억~ 퉷~ 걸쭉하게 침뱉는 소리가 들렸다. 생선가게 아저씨처럼 굵은 팔둑과 깊은 주름과 까만 피부의 아저씨 몇명이 거친 사투리를 앞새우며 걸어온다. 작업복으로 무장한 아줌마들도 보인다. 이분들은 틀림없이 노가다 가실 분들이다.

버스를 타고 수영장 가는길에 졸음과 함께 생각에 잠긴다. 같은 대한민국의 사람 풍경이 이렇게나 다를수가 있을까.

신입사원때 종종 들리던 여의도 근처의 사람 풍경은 대한민국 최고로 멋진 비즈니스맨, 커리어우먼들로 가득 찼다. 시골총각이 처음 서울 구경할때처럼 정신이 없다. 한창 일할 나이의 멋진 도시남녀들을 바라볼때면 나도 저 멋진 도시사람들처럼 되고 싶다는 부러움으로 가득했다.

신촌이나 강남에 갔을때는 또 다른 사람 풍경에 놀란다. TV에서 보던 대한민국 최고 멋진 남자, 최고 예쁜 여자는 이곳에 다 모여있는 것 같다. 패션 모델 뺨치는 남녀들을 바라보면서 대한민국 사람들이 ‘최소한 겉으로는’ 참~ 멋있어 지는것 같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새벽수영 가는 길에 보이는 사람 풍경은 저 멋진 풍경과는 달랐다. 대한민국 서민의 향기가 바다 내음처럼 짙게 느껴지는 풍경이었다. 서민들이 사람들이 깨기도 전에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졸린 가운데서도 나는 무엇인가 느끼게 된다.

새벽부터 치열하게 사는 서민들 보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하지만 그분들에게는 죄송한 마음이 들면서, 내가 남과 다른 핵심 기술을 확실하게 익혀 나는 좀더 여유있게 벌고 살아야 겠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야근이니 박봉이니 투덜투덜 거리지만 나는 지금 수영이라는 문화생활 하러 갈때 저 분들은 벌써부터 치열하게 살고 있구나~ 하며 지금 나에 대해 좀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그래도..나에 비해서는 저분들이 훨씬 잘 벌고 잘 살고 계실지도 모른다.

버스에서 여기까지 생각하게 되면 역시 잠안자고 수영장 가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잠도 거의 깨게 된다. 수영장에 도착했다. 매주 월수금 새벽 이런 생각을 9개월째 반복하고 있다. 새벽 수영 가는길은 서민 향기가 물씬 풍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