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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쓰기/연습장

블로그 이사와 글 정리

오른쪽 눈 아래의 핏줄인가 근육인가가 미세하게 떨린다. 의자에서 일어났는데 엉덩이 윗부분이 바위에 눌린 듯이 아프다. 어머니는 회사에서도 컴퓨터 하면서 집에서도 종일 컴퓨터냐고 엄마다운 잔소리 하신다.

올해는 오히려 작년보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사람들과 교류도 뜸하다. 다른 게 있다면 예전에는 이런 나를 답답해 하고 초조해 했지만 올해는 시골 오두막에서 수박 먹고 난 다음 낮잠 자는 꼬마처럼 느긋하다. 이유는 블로그에 있다.

블로그 이사는 생각처럼 잘 안되 서 오늘에서야 마무리 됐다. 돈이 움직이는 금융 사이트를 몇 번 리얼오픈 해보고도 정작 내 블로그 이사는 이리저리 해맸다. 그래도 예전처럼 초조하지는 않았다. 이사 계획의 대부분은 역시 데이터를 옮기는 것이다. 방법은 티스토리 백업파일의 XML 구조와 예전 블로그의 DB 테이블 구조를 분석하여, 예전 블로그로부터 데이터를 자동으로 티스토리 XML 구조로 파싱하여 변환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한번에 끝낸다…가 아니고 사실은 종일 수작업으로 옮겼다.

수작업으로 옮기면서 예전에 썼던 글중 괜찮은 것만 옮길 생각 이었다. 그래서 나는 옛날에 썼던 대부분의 글이 버려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누구나 다 그럴 것 같기도 한대 공개된 글을 쓰면 은근히 '나 잘났다~', '나의 마음을 알아달라~' 라고 저절로 써지는 것 같다. 사실 이렇게 글 쓰는 것 자체가 '나좀 알아달라~' 라고 쓰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옮길 대상에서 제외된 내 글은 본 모습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덕지덕지 화장한 여자처럼 비장하고 과장된 문체로 잔뜩 화장하고 있었다. 이런 글을 다시 읽으면서 창피 했다. 그러나 어떤 내 글은 사물을 꿰뚫어 보는 듯한 밝은 눈을 가진 아이처럼 소박한 고민을 안고 있는 것이라고 나름대로 위로하기도 했다. 그래서 1/3의 글들만 지금 블로그에 옮겨져 있다.

옮기면서 웃음이 저절로 나올 만큼 재미 있었다. 내가 쓴 글들의 내용 과 결론이 하나같이 똑같았다. 그렇게 여러 글을 쓰고도 글의 내용이 하나같이 비슷한 것이 재미 있었다. 2003년부터 지금까지 쓴 글의 내용은 ‘지금의 나는 많이 부족하므로 엄청나게 노력해야 한다. 나는 이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실천이 안 된다. 나는 이런 내가 정말 답답하다. 어떻게 하면 실천 할 수 있을까?’로 전부 통일 되었다. 하나도 틀리지 않고 대부분의 내가 쓴 글이 전하고자 하는 게 똑같아서 웃음이 나왔다.

지금은 이런 똑같은 내용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것 같다. 그래서 오른쪽 눈 아래 근육이 떨리는 것 하고, 엉덩이 아픈 것 하고, 어머니의 잔소리가 견딜 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