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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전지전능한 관찰자의 허황된 힘 “적이 누구인지를 명확히 하라” 내가 두고두고 읽고 있는 ‘전쟁의 기술’이란 책의 첫번째 조언이다. 하필 첫번째 조언부터 삭막하게 ‘적이 누구인지를 명확히 하라’ 일까.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내가 먼저 좋게 대하면 상대방도 마음을 열어줄 것이란 기대는 4살짜리 어린애 같은 어리석은 순진함 이었다. 이런 순진함은 과거 다니던 회사의 싸움에서도 증명되었다. 과거 회사 어른들이 4살짜리 순진함으로 대했던 그들은 가차없이 깊은 상처를 주었다. 그래서 나와 주변 조직을 갉아먹는 ‘적’을 식별하는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반드시 치명적인 독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깊이 새겼다. 나는 ‘적이 누구인지를 명확히 하라’ 를 가슴 깊이 새기고 있다. 이것이 ‘전쟁의 기술’에서 얻은 지혜다. “문장으로 발신한 대신들의 말은 기.. 더보기
적립금 5만원, 내 가난한 손바닥의 새로운 가치 온라인 서점에서 이주의 리뷰에 뽑혔다고 적립금 5만원을 줬다. 기분이 좋았다. 공식적으로 내가 글을 못쓰지는 않는다는 것을 인정받았거든. 나는 자랑하고 싶어졌다. 직장 동료들에게 자랑하기는 그렇고 친한 친구와 친동생과 후배 등한테 자랑했다. 반응이 놀라는 것 같기도 하고 시큰둥 한 것 같기도 했다. 상관없이 나는 기분이 좋았다. 내가 창조해낸 것들이 인정받았다는 것은 정말 뿌듯한 일이기 때문이지. 적립금 5만원으로 나를 위한 책과 아이들용 책을 샀다. 어둠속의 미지의 영역에서 무한한 능력을 이끌어준 김훈선생의 책을 또 샀다. 잠깐 읽어봤는데 역시 김훈선생의 문장은 신동엽의 재치, 구글의 천문학적 가치처럼 정말 대단했다. 아이들용 책은 직장 상사 분의 아이들과 사촌형 조카에게 줄려고 샀다. 그런데 조카에게.. 더보기
김훈, 남한산성을 읽고 (건조한 문장 속의 처절함) 고개가 갸우뚱 거렸다. ‘칼의노래’와 ‘개(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 처럼 글이 쉽게 읽히지 않았다. 김훈 작가의 글이라면 그 시대 그 상황에 그림같이 빠져들게 하는 경험을 해주는데 이 글은 일반 소설책처럼 건조하게 읽혔다. 그러나 책을 덮은 지금 이 책의 슬픈 여운이 ‘처절하게’ 와 닿았다. 나의 몸속 깊은 곳에서 열등감과 게으름과 들키고 싶지 않은 치부들을 바늘로 사정없이 찌른다. 나는 감추고자 했던 어둠을 들춰주는 이 책이 창피하면서도 고마웠고 남한산성의 무력한 우리나라와 가난한 내가 많이 닮아있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친근했다. 남한산성은 시대의 흐름을 무시한 채 망해가는 명나라만 바라보다가 청나라의 침략을 받고 남한산성에서 무력하게 겨울을 버틴 끝에 결국 청나라 칸에게 큰절하며 항복하는, 무력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