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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쓰기/연습장

화려함속에 어울리지 않은 사진 한장

몸은 찌뿌둥하고 머리는 탁하다. 신체적으로 느껴오는 나쁜 신호는 매연 가득한 도심 가운데 있는 것 같다.

나쁜 신호를 제거하기 위해 디지털 카메라 하나 들고 집을 나왔다.

집을 나왔는데 어디로 가야 하는지 잠깐 해맸다. 마침 당시(2달전 쯤) 청계천 축재를 한다길래 청계천으로 무작정 갔다.

지하철 안에서 디지털 카메라 작동법을 잠깐 공부했다. 어두운 곳에서 찍을 것 같으니 셧터스피드는 느리게 해야된다는 카메라 지식은 아직 생소하다.

도착한 청계천은 화려하다. 불빛이 화려하고 사람들이 화려하다. 나도 화려함속에 같이 참여한다.

그러나 화려하지 않은 나는 어색하게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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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가 좋지 않아서 그런지, 내가 못찍어서 그런지, 아마 둘다 해당될것인데 어두운 밤에 좋은 사진 찍기가 힘들었다. 빛을 받아들일려면 셧터 스피드를 느리게 해야 했는데 사람들이 유령이 되어 보이고 화면은 흐릿하다.

야간에는 삼각대가 필수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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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에 물든 바다가 아름답지만 조명에 물든 '청계천'도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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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자연스러운 풍경은 아니지만 인공적인 조명속에 인공적으로 꾸민 돌담길등의 인공적인 풍경은 순수 자연스러운 풍경 못지 않은 신선함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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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릿한 사진이라(사실은 다 그렇지만 ^ ^;) 올리지 않을려고 했지만 재미있는 사진이라 올린다.

청계천을 돌아다니다가 잠시 앉아서 쉬고 있는데 앞에 사람들의 모습이 모두 커플이고, 다정하게 찰싹~ 붙어 앉아서 행복한 모습을 자랑하고 있는것이 아닌가.

일정 간격으로 찰싹 붙어앉은 다수의 커플들의 모습은 보기좋았고 재미있었지만, 화려함속에 참여하고 싶은 나의 기대를 더욱 더 어색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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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함속에 자극받고 기분이 좋아졌기 때문에 신체의 나쁜 신호들은 없어졌다. 사진 찍는 연습을 더 하면서 나들이 많이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화려한 거리 구경을 마치고 광화문역으로 들어갔다. 무심코 계단을 내려갔다. 앞을 보고 걷다가 멈췄다.

노숙자가 기둥 사이에 누워 세상에서 제일 편한 자세로 누워있었다.  화려하고 세련된 풍경만 보다가 가난한 풍경을 보니 어색했다.

같은 동네 안인데 이렇게 틀릴수가 있나, 웃음 가득하고 윤기가 도는 사람들속에 노숙자는 어색했다.

노숙자의 모습이 강렬하여 사진을 찍었다.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며 힐끗 힐끗 보길래 어색하고 뻘쭘했다. 겨우 사진을 찍고 집으로 돌아왔다.

거리의 화려한 풍경과 노숙자의 모습이 똑같이 생각났다. 나는 어느 세상에 있을 것인가.

부지런하게 살아야 겠다. 언제나 결론은 똑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