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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쓰기/리뷰

짝(SBS 프로)에서 배우다. (이성보다는 감성)

감성이란 '이성에 대응되는 개념으로, 외계의 대상을 오관으로 감각하고 지각하여 표상을 형성하는 인간의 인식 능력(네이버 사전)' 이라고 합니다. 이성적인 따분한 내용보다 감성적인 내용으로 훌륭한 연애 교재가 되는 티브이 프로가 있습니다. 짝이란 프로입니다. 저는 일반적인 짝의 안티 팬들 처럼 짝을 안좋게 보았습니다. 연예인 지망생들의 짜고치는 고스톱, 상업적인 방송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죠.

최근에 독감에 걸려 지독한 고생을 할때 우연히 짝을 다시보기로 보게 되었습니다. 짝을 보면 볼수록 제 생각과는 다른 내용에 점점 감탄하고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짝은 연예지망생이 아닌 진짜 짝을 절실하게 찾는 남녀들이 나오는것 같고, 그들이 벌이는 다양한 이벤트들이 PD들이 통제하는 짜고치는 고스톱이라고 하기엔 리얼하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짝을 보면서 깨달은 것은 여자의 마음을 얻으려면 이성보다는 감성을 움직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성적으로 나는 집도 있고 차도 있고 돈도 많고 직장도 좋고 무엇보다 너만 평생 좋아할수 있기 때문에 넌 나의 짝이 되야되~라고 설득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는 여자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합니다. 자동차 안에서 엑셀을 밟지만 여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기름이 없어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녀의 마음을 얻으려면 감성을 자극하고 감성을 움직여야 합니다. 한순간의 이벤트와 달콤한 즉석 맨트가 아닌 꾸준한 작은 이벤트와 배려 그리고 남자다운 멋진 모습을 보이다가 한순간에 낭만적인 이벤트로 스트라이크를 날리면 여자는 넘어오기도 합니다. 물론 실패하기도 하지요. 이것은 이성적인 설득 노력과는 별개로 꾸준하게 여자의 감성에 접근해야만 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여자 스스로 이성적으로 판단하기전에 자기의 감성을 자극해 주고 움직이는 저사람이 왠지 좋아~라는 마음이 들게 하면 성공 확률이 높은 것 같습니다. 

짝을 보면서 이런 말로 설명할수 없는 미묘한 교훈들을 깨달았고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성보다는 감성을 움직이라는 조언은 남녀간의 마음을 얻는데 쓰이는것 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의 협상이나 나 자신과의 협상에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요즘 느꼈습니다.

저는 요즘에 더 어려워졌다는 PMP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그 어려운 용어들을 단순히 암기만 하려니 잘 안됩니다. 그러나 내가 프로젝트 관리자가 되었다고 최대한 생각하고 그 상황과 내용을 이해하려고 하니 조금씩 이해가 되는것도 같습니다. 이것 역시 내 두뇌의 이성보다는 감성을 자극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남녀간의 사이든 사회생활이든 나를 다스릴때도 이성보다는 감성을 움직이자~ 라는 것이 내가 짝의 열혈 팬이 되면서 한가지 배운점 입니다.

 
이성보다는 감성을 움직이자~ 라는 주제와는 별도로 짝에서 느낀점 한가지가 더 있습니다. 마치 남자는 하인, 여자는 공주가 되어 남자가 (인기있는) 여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한다는 것이죠. 남자는 이른 아침날 여자를 위해 요리를 해주거나 엄동설한에 빨래도 대신해주기도 합니다. 한땀한땀 대형 이벤트를 힘들게 셋팅하기도 하지요. (인기있는) 여자는 공주가 되어 고개를 치켜들고 콧대를 세우며 이런 남자들의 노력을 살펴봅니다. 그리고 마지막 날 판사가 근엄하게 판결을 내리듯 마음에 드는 남자를 선택합니다.

사실 인기있는 여자여야 한다라는 전제가 있어야 하지만 요즘 우리나라 연애가 이와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심지어는 친한 여자 지인이 내가 봐도 요즘 남자들이 안쓰럽다~라는 얘기도 합니다. 내 남동생이 그런 고생을 할까봐 걱정된다~ 라고 얘기도 합니다. 짝에서 어느 인기있는 여자 출연자의 맨트가 기억에 남습니다.

'나에게 노력해준 분들이 다들 너무도 귀한 아드님들 이시고 밖에 나가면 다 인정받는 훌륭한 분들이신데 내가 뭐라고 이렇게 가분한 노력들을 해주시는것 보면 너무 죄송하다..' 라며 눈물을 흘립니다. 그 출연자가 인기있는 이유가 확실히 있었습니다. 

짝을 통해, 한편으론 여자들의 소녀시절 꿈인 백마탄 왕자의 자리라는 까다로운 자리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그 정도 노력을 해야겠구나~라는 생각도  들게 합니다. 누군가의 마음을 얻는 것은 힘들지만 특히 상대방의 평생의 반려자라는 단 하나의 자리를 얻기 위해서는 훨씬 더 힘든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본 짝 프로는 농촌총각 특집 1편입니다. 중후하고 진중한 멋을 풍기는 38살 폭풍간지남의 활약이 담긴 2편도 곧 봐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