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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쓰기/연습장

주변과 나를 보니 꿈의 직장은 없다.

몇년 한전에 취직했다는 군대 동기의 연락을 받고, '와~좋은데 취직했구나~' 라며 반 졸린 눈으로 심드렁하게 축하했는데, 몇년 뒤 나는 한전에 취직한것이 어떤 의미인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꿈의 직장', '신의 자식들이 가는곳', 우와~ 그 친구는 그야말로 1등 신랑감 이었던 것이다. 얼마전 꿈의 직장 다니는 친구를 만났는데, 이럴수가~! 그 친구는 심각하게 이직을 고민하고 있었다. 먼 시골 타지에서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에 질렸으며, 지금 이곳에서는 내가 자아실현을 할수 없으니 꼭 그만둬야 겠다는 것이다. 나는 어딜가든 다 고생한다며, 반드시 후회한다고 했지만 그 친구의 눈을 봤을때 더 이상의 설득은 무의미 했다.

나이는 많이 들었지만 엄청난 배움의 열정으로 공부하던 내가아는 형은 그렇게 공부만 하더니, 구글도 쉽게 보지 못하는 굴지의 검색기업 N사에 입사했다. 나는 고생끝에 얻은 성과에 약간의 배아픔이 섞인 찬사를 보냈다. 그런데 얼마전 형이 메신저로 심각하게 '어디 장사하거나 사업하기 좋을 만한 아이템 없을까~'라며 물어보았다. N사의 업무가 너무 빡빡하게 돌아가면서 개발자를 막 쪼이는 압박감이 장난이 아니며, 진급도 쉽지 않다고 했다. 나는 그 형한테 우스개 소리로 '프로 블로거' 를 추천했지만 형은 한숨만 쉬더니 담배피러 간다며 메신저 자리를 떠나버렸다.

내가 아는 얼마 안되는 친구(여자) 중에 예쁘면서 굴지의 대기업 다니는 1등 신부감 친구가 있는데, 이 친구는 몇개월째 엉망이 된 프로젝트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IT맨의 사직서'의 일과와 비슷하게 하루하루를 겨우 지낸다. 외모는 손에 물도 안묻히고 살 정도인데, 여자가 새벽까지 엉망이 된 프로젝트에서 헤어나질 못하니 안타깝기가 이만저만 아니다.

군대있을때 나는 자주 노가다~스러운 일을 해야 했다. 땡볕에, 추운 겨울에 여지없이 노가다 작업을 할때마다 제대하면 꼭 에어컨 나오는 사무실에서 내가 하고 싶었던 프로그램 짜면서 편하게 일하리라~ 라고 다짐했다. 최소한 그 꿈은 이루어졌다. 그래도 세상이 그렇게 간단할 것인가~ '
IT맨의 사직서'처럼 부조리한 IT세상에서 살고 있으며, 그속에 나는 근심하다가 올해들어서야 갈피를 잡고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볼려고 한다. 그런데 아직 바쁘지 않아서 모르겠다. 밤늦게 일하고 일이 잘 해결이 안되는 한창 프로젝트 하는 그 때가 오면 스트레스 잔뜩 받아서 투덜투덜 욕하면서 주변 분위기 흐릴지 말이다. 생각만 해도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미리 나를 다스려야 할 것이다.

그외 '어느 삼성맨의 사직서 그리고 문인과 영웅과의 차이' 등의 글을 읽어봐도 알 수 있듯이, 우리가 꿈꾸는 최고의 직장을 용케 들어갈지라도, 아마도 반드시 실망하게 되어서, 우리가 꿈꾸는 직장은 어디에도 없는것처럼 보인다.

직장생활 이야말로 사람으로써 자아실현을 하고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생활 터전인데, 꿈의 직장은 어디에도 없어보인다는 것은 결승점 없는 마라톤 처럼 난감하다.

그럼 네가 꿈의 직장을 만들어 가보렴~ 이라는 말은 고리타분하게 들린다. 그래도 그나마 꿈의 직장과 가깝다 라고 말한다면, 주어진 일이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어야 하며, 같이 일하는 동료가 다 좋은 사람들이어야 된다는 '내가 하고 싶은 일과 훌륭한 동료'를 찾아야 되는 것이 꿈의 직장을 찾는 중요한 기준이라고 보는데, 그것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면 근무 환경, 받는 월급등의 물질적인 조건에 좌지우지 되는 경우가 적어지고, 내가 볼때 직장 스트레스의 99%는 사람에게서 받는 스트레스 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리하면 나는 최소한 꿈의 직장과 가까운 곳에서 일하고 있다. 하나도 갖추기 힘든것을 둘이나 갖췄으니 얼마나 행복한가.

친구의 근심어린 눈과 형의 한숨과 피곤에 지친 예쁜 친구의 모습에서 나는 수치로 계산할 수 없는 행복의 애매모호함에 고개를 흔들었다. 나와 친구와 형들이 모두
'내가 하고 싶은 일과 훌륭한 동료'가 있는 꿈의 직장과 가까운 곳을 찾고 만들어 가길 바랬다. 그래서 직장이라는 소중한 생활 터전에서도 행복을 찾을 수 있길 바랬다. 멀게만 보이지만 반드시 찾길 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