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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스쿨 또는 뉴스쿨 프로그래밍

금요일 퇴근하는길에 직장 동료와 1층으로 내려갔다. 동료가 묻는다. "김대리님은 주말에 뭐하세요." "저는 주말에 수영하고 뒷산타서 집에와서는 그냥 쭈욱 쉬어요~ 수영이 유일한 낙이에요~" 라고 말했다. 그야말로 수영이 근 1년간 유일한 큰 즐거움이다.

나는 20대 초반 4년을 부사관으로 입대하느라 군대 촌구석에서 몽땅 보냈다. 그때도 지금의 수영만큼 고되고 외로운 생활을 잊게 해주는 나의 유일한 낙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힙합' 이란 음악장르로 힙합 음악을 듣거나 어설프게 랩을 읇조리면 나름대로 고단함을 잊을 수 있었다.

여기까지는 괜찮은데 어느날 내가 아주 고약하게 빠져든 힙합 분야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비보이' 라는 힙합 장르중 하나다. 비보이 배틀 영상을 TV로 본적이 있는데, 하늘을 날라다니는 비보이들의 몸짓에서, 나는 인간이 신체의 자유를 얻고 날라다니는 모습이 바로 저런 모습이구나 하며 열렬하게 빠져든 적이 있다. 결과는 비보이 흉내는 전혀 못내보고, 대신 비보이 관련 지식은 많이 쌓은결과, 비보이 칼럼니스트 식으로 잠깐 떠서 현업 비보이들이 댓글도 달고 공감해주곤 하는 상황까지는 잠시 갔다.


요즘 다시 군생활의 아련한 추억으로 남은 힙합 분야를 골고루 되살려보고 있다. 비보이 영상도 오랜만에 보니 무척 멋있다. 나는 저런 자유인이 될수 없다는 것이 한스러울 뿐이다. 근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비보이 세계도 무술 처럼 여러 분파가 존재하는데..나누는 분야중에 크게 올드스쿨과 뉴스쿨이라는 부류로 나누고는 한다.

올드스쿨은 정확한 설명은 아니지만, 최초에 비보이들의 무브가 탄생할때의 그 모습과 정신을 간직하며 그때의 무브와 기본에 충실한다는 의미와 비슷하다. 한마디로 옛것의 모습과 정신을 지키며 기본에 충실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뉴스쿨은 비보이들이 새롭게 창의적으로 개발한 새롭고 발전된 무브를 개발하고 닦는다고 말하는것과 비슷하다.

올드스쿨 뉴스쿨 하며 생각하다보니 문득 프로그래밍도 올드스쿨과 뉴스쿨 분위기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나는 뉴스쿨스러운 개발자로 시작했다. 젊은 자바 진영에 속하면서 새로운 프레임워크 새로운 오픈소스에 관심이 많고 이런 기술들을 습득하기 위해 노력했다. 스프링 프레임워크, 스트럿츠, 하이버네이트 등의 프레임워크 기술 연마에 노력한다. 나 같은 뉴스쿨 개발자는 도구 활용기술에도 관심이 많다. 이클립스, Ant, SVN, JUnit, Trac 등을 골고루 활용하고 싶어한다. 이런 기술 연마에 노력하지 않는 것은, 비보이라면 화려한 기술을 종종 뽐내야 할것인데, 비보이가 오직 서서 춤을 추겠다는 것과 같다.

근데 지금 일터는 완전히 올드스쿨 진영이다. 여기 개발자 분들은 데이터베이스, 유닉스, C, vi, 배치쉘 등의 옛날부터 내려오는 옛스러운 기술에 익숙한 전문가이고, 이런 기술들이 바탕이 되서 그 거대한 시스템이 작동한다. 이곳에서 뉴스쿨 관련 기술은 중요하지 않거나 관심 밖이다. 사실 이런 올드스쿨 기술들은 오랜 역사속에 더욱 더 가다듬고 발전이 된 기술로 앞으로도 각종 시스템의 근본을 지킬 묵직하고 옛스러운 기술들이다. 이런 기술 연마에 노력하지 않는 것은 비보이가 가장 근본적인 음악을 타지 않고 기계 체조 하듯 기술만 뽐내는 것과 비슷하다.

나를 굳이 말하자면 뉴스쿨스러운 개발자 일것이다라고 말하겠지만, 올드스쿨스러운 기술도 관심을 갖고 있고 좋아한다. 특히나 데이터베이스는 내가 부족한 기술이었기 때문에 이참에 이 올드스쿨 진영에서 잘 배워서 다시 뉴스쿨 진영으로 나아갈 것이다. 여기 올드스쿨 개발자 분들도 그 오래된 기술의 역사만큼 많이 알고 계셔서 많이 배운다.

다만 종종 뉴스쿨 스러운 환경이 그리울 때가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이클립스에 마일린등 셋팅하고 개발환경을 운용하는데 종종 이클립스가 버벅되서 많이 느려질때, 언젠가 올드스쿨 개발자 과장님이 '왜 이클립스를 쓰는지..이해가 안될때가 있다..' 라고 얘기하신적이 있다. 뉴스쿨 개발자들이라면 사실 어이없어할수도 있다.

그리고 내가 속한 회사 사람들은 여기 일터의 개발자와는 반대로 완전히 뉴스쿨 계의 최고 고수들로 이루어져있다. 언젠가 내가 속한 회사의 뉴스쿨 젊은 개발자 과장님이 오셔서 내일을 도와준적이 있었다. 이클립스 같이 만지고, Ant 같이 만지고 ,자바 진영의 여러 오픈소스 기술 얘기를 나누는데 어찌나 고향에 온것 갖고, 어찌나 반갑던지 이렇게 잘통하는 개발자와 계속 같이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일단 결론은 올드스쿨이던 뉴스쿨이던 골고루 열심히 하고 그 다음 특화 분야를 잡아 계속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그 결과, 신체의 자유를 얻은 비보이들의 몸짓처럼 즐거운 코딩이 언제나 나와 그대와 함께하기를~ 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