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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쓰기/칼럼

수영에서 배우는 글쓰기 드릴 연습

나의 꿈 중 하나는 자전거 여행의 김훈 작가처럼 독특하고 멋진 나만의 문체를 갖는 것이다. 김훈 작가의 문장을 읽다보면 음악처럼 리듬과 운율이 느껴지고 문장에 취한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문장 고유의 맛이 느껴진다.

나 역시 나만의 멋진 문체를 갖고 싶다. 하지만 천부적인 재능도 부족하고, 블로그 통한 글쓰기 연습도 뜸하니 지속적인 노력도 부족하다. 그러나 요즘 글쓰기 관련 책을 읽으면서 적어도 이정도 글쓰기 드릴 훈련을 꾸준히 하면 김훈 작가처럼 최고의 문장은 아니더라도 읽기 쉽고 깔끔한 문장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요즘 수영을 열심히 배운다. 수영에 빠지면서 세상의 모든 요소를 수영에 비교하곤 한다. 글쓰기도 수영과 비슷하다. 나의 영법은 나의 문장과 같다. 나의 몸이 물을 미끄러지듯 우아하게 전진하는 상상을 하듯 나의 문장도 독자에게 매끄럽고 쉽게 읽히는 상상을 한다.

수영에는 일반 영법 훈련 말고 수영 드릴 연습을 통해 물을 미끄러지듯 우아하게 헤엄치는 훈련을 한다. 수영 드릴이란 수영할때 더 효과적으로 헤엄치게 해주는 보조 훈련을 말한다. 수영 드릴은 수영의 요소중 물잡기면 물잡기, 웨이브면 웨이브, 어느 한 요소에 집중하며 훈련하게 되기 때문에 체계적으로 수영 실력이 향상된다.

예를 들어 주먹 쥐고 수영 하면 물을 더 효과적으로 잡을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한다. 한손으로 자유형 하면 몸을 상하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전진하는 방법을 터득한다. 거꾸로 돌핀킥 하면 다리, 허리힘을 기르면서 웨이브~ 더 잘 타는 방법을 터득한다. 접영 리커버리를 생략하는 훈련은 물밑의 스트로크에 집중한다. 등의 수많은 수영 드릴 연습이 존재한다.

수영 드릴 연습을 글쓰기에 대입하면 수영 드릴 연습처럼 어느 하나의 요소를 집중적으로 훈련하여 체계적으로 글쓰기 실력을 기르는 방법을 말한다. 수영 드릴 연습처럼 어느 요소를 의도적으로 과장되게 집중 훈련하여 체계적으로 글쓰기 능력을 기르는 방법이다.

그래서 수영에서 배우는 글쓰기 드릴 연습이다. 그럼 다음의 글쓰기 드릴 연습들을 살펴보자.


   있었다, 것, 수, 있다, 같다의 단어를 제거한다.
 

우리 글쓰기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있었다의 남발 : 그들은 등산 준비를 하고 있었다.
것의 남발 : 나는 그녀를 좋아하고 있었던 것 같다.
수의 남발 : 웨이브 잘타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었다.
있다의 남발 : 나는 오늘도 어김없이 야근하고 있다.
같다의 남발 : 체계적으로 글쓰기 능력을 길러도 될 것 같다.
등의 단어를 남발하는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단어를 남발할 경우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1. 문장의 다양성이 훼손된다.
매 문장마다 위의 단어를 남발하면 문장의 끝에 같은 단어가 반복되므로 문장의 다양성이 훼손된다. 그 결과 같은 문장이 지루하게 반복되어 독자는 글을 지루하게 느낀다.

2. 문장이 길게 늘어져 지저분해 보인다.
위의 단어를 남발하면 간결하게 끝날 문장도 일부러 늘어지는 꼴이 되기 때문에 지저분하게 보이며 읽히는 속도도 느려진다.

3. 순수 우리글이 아닌 번역체 같다.
순수 우리 작가가 쓴 글과 번역체의 차이는 크다. 나같은경우 번역책일 경우는 꼭 서점을 방문해서 문장을 읽어보고 살 것을 다짐한다. 번역책은 원문 자체가 좋아도 번역체가 이상하면 잘 읽히지 않고 두통까지 생기곤 한다. 위의 단어는 특히 번역체에서 많이 쓰이는 단어들이다.

있었다의 제거 : 그들은 등산 준비를 하고 있었다. -> 그들은 등산 준비를 한다.
것의 제거 : 나는 그녀를 좋아하고 있었던 것 같다. -> 나는 그녀를 마음속에 품기 시작했다.
수의 남발 : 웨이브 잘타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었다. -> 웨이브 잘타는 방법을 어느날 터득했다.
있다의 남발 : 나는 오늘도 어김없이 야근하고 있다. -> 나는 오늘도 어김없이 야근한다.
같다의 남발 : 체계적으로 글쓰기 능력을 길러도 될 것 같다. -> 체계적으로 글쓰기 능력을 기른다.

위처럼 문제 되는 단어를 없애니 글이 간결해졌고 특히 두번째 ‘나는 그녀를 좋아하고 있었던 것 같다.’ 같은 경우 좀 더 다양한 표현이 가능했다.


있었다, 것, 수, 같다의 제거는 똑같은 표현을 다른 여러 방법으로 다양화하고 문장을 간결하게 유지하는 첫걸음이다.

드릴 연습: 의도적으로 있었다, 것, 수, 같다의 단어를 제거하며 글을 써라. 이 단어를 제거하면 처음에는 무슨 표현으로 대체할 것인지 생각 나지 않기 때문에 난감하고 답답하다. 난감함을 느낀다면 제대로 연습중이다. 난감함을 이겨내고 다양한 표현으로 대체하는 방법을 찾아낸다면 글쓴이는 다양한 표현방법을 익히고 글을 간결하게 쓰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된다.


   너무, 정말을 다양한 비유로 바꾼다.
 

내가 자주쓰는 드릴 연습방법이다. 너무, 정말, 굉장히 등의 수식어가 나올때마다 이 단어를 적당한 비유로 대치해 본다.

그녀는 [너무] 아름다웠다.
새로 산 내차가 [굉장히] 빠르다.
설악산 등산은 [정말] 힘들었다.
의 수식어를
그녀는 [영화제에 화려한 드래스입고 등장하는 여배우처럼] 아름다웠다.
새로 산 내차가 [임창용의 뱀직구처럼] 빠르다.
설악산 등산은 [군시절 더위 경고 발령된 한여름에 행군한것처럼] 힘들었다.
로 바꾼다.

드릴 연습 : 너무, 정말등의 수식어를 적당한 비유로 바꾸는 연습을 의도적으로 시도해보자. 문장력을 풍성하게 가꿔준다. 다만 지나치게 사용하면 덕지덕지 지저분한 화장처럼 장식적인 글쓰기가 되기 때문에 적당히 활용한다.


   중복 어미를 여러 어미로 바꾼다.
 

같은 어미가 문장속에 중복되어 나타나면 문장이 리듬있게 읽히지 않는다. 어미가 중독되면 다양하게 바꿔본다.

내가 책을 수시로 구입하는 이유는 실제 그 책의 지식을 완전히 습득하지 않았[어도], 책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 책의 지식을 다 습득한 것 같은…

=> 내가 책을 수시로 구입하는 이유는 실제 그 책의 지식을 완전히 습득하지 않았[지만], 책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 책의 지식을 다 습득한 것 같은…

같은 직장[에서] 근무했던 동료[에게서]

=> 같은 직장[에서] 근무했던 동료[로부터]

[나는] [가는] 길에

=> [나는] [가던] 길에

드릴연습 : 중복된 어미가 발견되면 즉시 다른 어미로 바꿔본다. 문장을 더욱 다채롭게 꾸며줄 것이다.


   지나치게 장식적인 글쓰기 다듬기
 

드릴 연습 : 뭔가 있어보이려고 지나치게 현란한 수식어를 쓴 문장은 늙은 여자가 화장을 덕지덕지 한것처럼 보기 싫다. 현란한 수식어는 글쓴이의 가식, 허영, 잘난척을 잘 보여준다. 지나치게 장식적인 수식어는 가차없이 제거하자.

온갖 미사여구로 치장된 문장
끊임없이 열거되는 전문용어
철학적인 사고나 지적인 이론으로 덧칠된 문장
지나치게 남발하는 외국어


   이어지는 문장을 짧게 절단한다.
 

드릴 연습 : ~했고, ~으며, 그리고 쉼표가 들어가며 연결되는 문장을 여러 문장으로 짧게 독립시켜 정리해보자. 문장이 깔끔하고 간결하게 바뀌어 독자들이 경쾌한 속도로 읽기 쉽게 해준다.

반쯤 뜬 눈으로 버스 정류장으로 가던중 시장을 지나가는데 주변을 한번 둘러보았더니 생선가게 아저씨들의 으쌰~ 소리가 들리고, 찌지직~ 거리는 스티로폼 소리도 귀 따갑게~ 들린 상태에서, 생선이 담긴 스티로폼 박스를, 굵은 팔둑과 얼굴의 깊은 주름과 까만 피부를 자랑하는 아저씨들이 힘차게 나르고 있다.

=> 반쯤 뜬 눈으로 버스 정류장으로 간다. 가는 길에 시장을 관통한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생선가게 아저씨들의 으쌰~ 소리가 들렸다. 찌지직~ 거리는 스티로폼 소리도 귀 따갑게~ 들린다. 생선이 담긴 스티로폼 박스를 굵은 팔둑과 얼굴의 깊은 주름과 까만 피부를 자랑하는 아저씨들이 힘차게 나르고 있다.


   사어를 쓰지 말고 생어를 써라.
 

주로 한자어로 된 추상어를 쓸 경우 그 단어의 뜻이 생동감있게 전달되지 못한다.
WBC 결승에서 일본에서 패했을때 우리는 [절망 했다.]
그러나
WBC 결승에서 일본에서 패했을때 우리는 [흡연실로 몰려가 담배연기와 섞인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로 바꾸면 문장이 생동감있게 바꾼다.


드릴연습 : 존재, 절망, 허무, 포부, 좌절, 몰입등의 추상적인 한자어가 발견될때마다 이 사어를 생동감 넘치는 생어로 바꿔보자. 바다에서 갓 잡은 파닥거리는 물고기처럼 생동감 넘치는 문장력을 길러준다.


   접속사 제거 
 

내가 연습하는 수영연습중에서도 유독 훌륭한 드릴이라고 생각하는 연습이 있다. 예를들어 주먹쥐고 각종 영법을 연습 하면 손바닥의 힘에 의존하지 않고도 물을 효과적으로 타는 방법을 익히게 된다.

접속사의 의도적인 제거는 주먹쥐고 헤엄치기처럼 내가 생각하는 가장 훌륭한 글쓰기 드릴이며 가장 고난이도의 드릴이다. 이 드릴은 간단하다. 그리고, 그러나, 하지만, 그래서 등의 접속사등을 모두 제거한다. 이 접속사를 제거하고도 문장의 앞뒤 흐름이 감칠맛 나는 노래처럼 자연스럽게 연결되게 문장을 꾸며야 한다.

김훈 작가같은 경우 천부적인 글쓰기 능력을 타고 났을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몇십년에 걸쳐 부단한 글쓰기 노력을 했을 것이 분명하다.

김훈 작가같은 경우 천부적인 글쓰기 능력을 타고 났을 것이 분명하다. 몇십년에 걸쳐 부단한 글쓰기 노력을 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를 제거해도 앞뒤 연결이 어색하지 않다.

외할머니께서는 아흔을 바라보고 계셨다. [그런데] 그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청소, 설겆이 궃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직접 하실 정도로 정정하셨다. [그러나] 갑자기 대장암에 걸리셨다는 통보를 받고 외할머니는 사실 이런 모습으로 살아계시는것이 더 안타까울정도로 고생하고 계셨다.

외할머니께서는 아흔을 바라보고 계셨다. 그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청소, 설겆이 궃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직접 하실 정도로 정정하셨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대장암에 걸리셨다는 통보를 받고 외할머니는 사실 이런 모습으로 살아계시는것이 더 안타까울정도로 고생하고 계셨다.

그런데는 제거하고, 그러나는 다른 매끄러운 단어로 수정했다.

드릴연습 : 접속사 제거는 글쓰기 드릴 연습중에서도 가장 훌륭하지만 가장 어려운 드릴로 정평이 나 있다. 가능한 모든 접속사를 제거해도 문장의 앞뒤 연결이 매끄러울정도로 문장을 배치해보라. 마치 바둑 고수의 몇수를 앞서보는 통찰력과 넓은 시야가 필요하다. 글쓰기는 바둑과도 비슷하다. 바둑의 수처럼 글쓰기에도 문장을 적재적소에 매끄럽게 배치하는 능력이 필요한데, 접속사 제거 드릴 연습은 바둑의 고수처럼 문장을 매끄럽게 배치하는 능력을 길러준다. 부단히 연습하라.


내가 마치 글쓰기 고수인마냥~ 글쓰기 드릴 연습에 대한 글을 써보았다. 그러나 나도 아직 하수이며 이 글을 쓴 이유도 하수인 나의 글쓰기 실력을 다듬기 위해 여러 글쓰기 책을 읽고 끙끙대며~ 정리해 봤다. 지금 이글도 유심히 보면 위의 글쓰기 드릴 연습 규칙을 지키지 못한 문장이 소형 지뢰처럼 숨겨 있다.

사실 이런 글쓰기 드릴 연습을 하지 않아도 약간의 노력만으로 천부적으로 글을 잘쓰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외수의 글쓰기 공중부양 머리말을 보면 천재보다 그 일을 시종일관 즐기는 삶이 결국 이긴다 라고 했다.

열심히..마치 수영 하듯, 바둑 하며 몇수를 내다 보듯 즐겁게 문장을 만들고 배치하고 그 문장속을 헤엄쳐보자. 그러면 나도 언젠가 나도 모르게 나만의 문체를 갖게 되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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