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짧게 쓰기/연습장

불신속에 건져올린 일상의 황홀

구본형의 일상의 황홀이란 책을 즐겨 읽고 있습니다.‘하루하루를 잘 사는 것처럼 빛나는 예술은 없다.’는 다짐으로 하루하루의 일기를 모은 책입니다. 한 사람의 일기장이 책으로 만들어지고 잘 팔리기까지 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지만 이 책은 그럴만 합니다. 작가는 하루하루 일상의 삶에서 얻은 값진 지혜를 일기로 잘 녹여내고 있습니다.

문득 내가 너무 '대박 황홀한 일'만 쫓진 않았나 생각을 했습니다. 대박 황홀한 일이 저에게 자주 있을리가 없습니다. 저는 로또 당첨 바라듯 대박 황홀한일을 바라곤 했습니다.

그래도 작은 일상의 황홀은 자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일상의 황홀도 적금 모으듯 차곡차곡 잘 간직하면 대박 황홀한 일을 능가하는 값진 경험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생각하며 전쟁터 같은 삶을 살아야 겠습니다.

제가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세상에 대한 불신으로 자꾸 안으로 움츠려 들고 방어적이 되는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불신속에 일상의 황홀을 건지는 값진 경험도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불신속에 건져올린 일상의 황홀을 모아보기로 했습니다.

구본형 일상의 황홀 - 10점
구본형 지음/을유문화사


> 불신

산골이네 집이 있고 소년네 집이 있다. 산골이네 집은 가난하고 소년네 집은 풍족하다. 그런데 산골이네 가족들은 표정이 밝고 소년네 집은 표정이 우울하다. 알고 봤더니 산골이네 아버지는 착실하고 부지런하여 차곡차곡 가족을 일으키고 있고, 소년네 아버지는 할아버지로부터 재산을 상속받았는데 방탕하게 쓰고 있었다. 어느 가족이 더 행복할 것인가. 산골이네 집이다. 가난하지만 산골이네 집은 희망이 있고 풍족하지만 소년네 집은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보다 더 나아질것이란 희망이 있는것과 없는 것은 생존을 갈라놓는 중요한 조건이다.

이명박이 대통령이 됐다. 희망이 안보인다. 지금 나라가 어렵더라도 대통령이 나라를 잘 꾸릴수 있다는 희망만 찾을 수 있다면 즐겁게 살아가겠는데 희망이 없다. 일을 해도 거리를 걸어도 우리나라가 어둡게 보인다.


아는 누나 통해 보험을 가입했다. 그런데 어느날 보험 담당자가 바껴 있었다. 계속 허리가 아팠다길래 결국 아파서 그만뒀구나 싶어서 자세한 사정을 알아보고 위로를 해주려고 전화를 했는데 전화를 안받는다. 몇시간뒤 누나가 문자를 보냈다. ‘건강상의 이유로 그만두게 되었으니 양해바라며 그동안 성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식의 단체 문자 였다. 순간 머릿속에 멍해지더니 마음속에 멍이 생겼다.

나는 나를 부자 만들어줄 것 같은 누나의 보험일에 대한 강한 열정~ 때문에 가입한것도 있지만, 보험판매자와 고객을 떠나 친하게 지내고 의지할 수 있는 누나 한명 생겼구나~ 하며 좋아한것도 있었다. 그런데 그 누나는 너와 나는 사무적인 보험판매자와 고객 사이였어~ 라고 단체 문자 통해 알려주었고, 사무적인 관계가 종료됐으니 너와 나의 친분도 이제 끝이라는 것을 역시 '친절한 단체문자'로 꽝~ 도장 찍듯 알려주었다.


> 일상의 황홀


저번주 금요일은 내 생일이었다. 남자 생일 그냥 보내면 되지~ 하며 무덤덤하게 보내려고 하는데 회사동료들이 회의실에서 작은 생일파티를 열어주었다. 무덤덤하게 보내려고 했지만 막상 이렇게 생일 축하를 받으니 기분이 좋았다. 우리 회사동료들은 특별하다. 내 직장생활 내내 함께했던 우리 동료들은 서로 혈연 못지 않은 깊은 정을 가지고 있다. 이 정이 계속 함께 하기를 바랐다.


생일날 집에 가는길에 고등학교 친구보고 술한잔 사달라고 졸랐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술을 마시는데 술은 달고 쏟아내는 말은 마음속의 찌꺼기를 다 뱉어내듯 시원했다. 새벽까지 얘기를 하다가 친구 자취방에서 새우잠을 잤다. 그런데 아침 일찍 집에 돌아오는 길이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었다. 친구랑 자주 술한잔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요즘 메타 블로깅 성적이 신통치 않다. 내 블로그를 감시? 하는 회사 동료들은 요즘 내글이 딱딱하다고 얘기해준다. 가끔 예전에 썼던 글을 읽어보는데 오히려 예전에 쓴글이 좋네~ 라고 생각할 정도니 답답한 감이 있다. 그런데 갑자기 큰 선물을 받았다. 올블로그 티페이퍼라는 올블 소식지에서 내 블로그를 소개해주었다. 전혀 생각하지 못한 일이라 돈벼락 맞은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돈벼락은 아니지만 트래픽 벼락을 내려주신 올블 직원분께 감사드린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진심으로 나라를 걱정하는 모습을 실천했기에
, 짧은 순간에 큰 족적을 블계(=블로그 스피어)에 남기신 알마 팀장님께서 내가 쇠고기 이슈와 관련된 글을 쓰지 않으니 내심 못마땅하셨나 보다. 아래 미국 한인들이 직접 만든 UCC 동영상 주소를 던져주며 내 블로그에 올려서 널리 알려보라고 하신다. 그래서 나도 유튜브 동영상을 보니 감동이다. 같은 땅에 살면서 자기 기득권만 잘 살겠다고 일반 시민을 버리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멀리 떨어져 있어도 진한 민족애를 느끼게 하는 분들도 있다는 것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 일상의 황홀이 모여 대박 황홀한 일을 능가하고 불신 또한 이겨낸다.

불신은 끊이지 않을 것이고 대박 황홀한 일은 안타깝게도 거의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일상의 황홀은 꾸준히 일어날 것이고 일상의 황홀 통해 얻은 하나하나의 경험을 잘 다듬을 수 있다면,

일상의 황홀이 모여 대박 황홀한 일을 능가하고 불신 또한 이겨낼 수 있을 것 이라고 다짐해 보았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