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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쓰기/연습장

부산 장거리 여행 (차와 아이폰등의 물건에 대한 생각)

가장 친한 친구의 부름은 내가 보고싶기에 불러서 기분이 좋지만, 가끔 가기 싫을때 불러서 귀찮기도 하다. 나는 편하지만 나쁜 친구와 귀찮지만 좋은 친구 사이에서 고민했다. 결국 좋은 친구가 되기로 했지만 이미 갈까 말까 고민했던 나는 온전히 좋은 친구는 못 되는 것 같다.

부산까지 간다. 친구의 차를 타고 빠르게 질주한다. 얼마전까지 폭설 앞에 무력했던 차는 그때의 질퍽함을 잊고 빠르게 질주한다. 그러나 아무리 빠르게 질주하더라도, 우리나라가 아무리 좁더라도, 서울 부산 도로 길은 까마득하게 멀고 지루하게 오래 걸렸다.

요즘 나는 차에 관심이 많다. 차 바깥의 풍경 보다는 도로의 수많은 차에 눈이 간다. 나에게 차는 먼저 내가 살수있는 차와 내가 살수없는 차로 나눈다. 내가 살수있는 차는 또 멋이 없지만 싼차와 멋이 있지만 아슬아슬하게 살수 있는 비싼차로 나눈다. 나는 멋이 없더라도 싼차가 좋을것 같지만 세상의 이목은 나를 비싼차로 유혹한다. 나의 허영심은 겉치례 위주의 세상의 이목을 탓하면서도 멋진 차를 타자고 한다.

부산가는길 바깥을 보면 차생각을 많이했고, 차 안에서는 아이폰이 참 쓸만하다는 생각을 했다. 친구가 지루하다며 재밌게 해보라고 재촉할때 아이폰이 기꺼이 해결해주었다. 동영상을 보고 컬투쇼 팟캐스트를 들으며 심심하지 않게 갔다. 마침 부산 가기전 장만한 대용량 베터리는 아이폰을 마음껏 쓰게 해주었다. 무엇을 사서 이렇게 대 만족하기는 아이폰이 처음이다.

과거 나는 무소유 정신이라고 해서 어느 물건에 의지하지 말자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근데 아이폰을 쓰며 많이 만족하는 나의 모습이나 차에 관심갖는 나의 모습을 보면 나도 이제 물질에 많이 의존한다.

그러나 요즘은 물질에 의존하는 것이 크게 나쁘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아이폰을 쓰면서 개발자로서의 창의력과 상상력, 앞으로의 IT 전망 예측등에 윤활유를 바른 것처럼 유익한 자극이 되는 느낌이다. 어느 물질을 알면서 육체의 편함과 쾌락외에 정신적으로 얻는것도 분명히 있다. 그래서 적당히 문명인으로 쓸만한 것들은 써도 될것이다. 부산가는 길에 유독 차와 아이폰등의 물건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