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짧게 쓰기/리뷰

디워를 감상하고 (진짜 여의주는 CG였다.)

디워가 이슈의 중심에 서 있을때, 나도 이슈의 중심에서 디워를 평가해 보고 싶었다. 저 멀리 산골에서 이슈의 중심에 서 본다는 것은 신나는 일이었다. 과장님과 영화를 보러 가는 길은 몹시 더웠지만 나의 기대만큼 뜨겁지는 않았다. 영화 자체가 재밌을것이라는 기대 보다는 디워라는 실체를 안다는 기대가 컸을 것이었다.

심형래와 디워라는 이슈 자체가 민감하여 얘기하기가 쉽지 않지만, 사실 초반 스토리에 몰입이 되질 않았다. 조선시대를 통한 스토리 설명은 장황해 보였고, 처음 나오는 CG는 실사가 아니라 게임 동영상 같았고, 반지의 제왕이 생각나는 군대는 모방했다는 느낌이 들어 창의적이지 않다라는 거부감이 들었고, 거리 풍경이나 건물, 사무실 등이 첨단의 세련된 느낌이 아니라 칙칙하다는 느낌이 들었고, 장면의 연결들이 무딘 나의 눈에도 짜임새 있지 않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진짜 재밌는 영화는 영화를 보는 내내 잡생각 없이 영화에 몰입해야 되는데, 영화 초,중반까지는 몰입하지 못하고 잡생각이 들었다. 심형래 특유의 유머라도 살렸으면 좋겠는데 오락 영화 특유의 유머까지 별로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막판 LA도시를 배경으로 한 이무기와 미군의 싸움이 시작되면서 무언가 몰입되는 느낌이 오기 시작됐다. 막판 LA에서 시작되는 전투는 CG가 영화 초반의 CG하고는 완전히 틀리다는 느낌이다. 초반CG와 막판CG는 제작년도가 틀리나~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막판CG는 그 사실적인 전투가 '오~ 괜찮은데~' 싶을 정도로 박진감이 있었으며 사실감이 넘쳤다.

마치 9회말 투아웃에 홈런이 터진 느낌이었다. 쉴새없이 몰아붙이는 CG는 이무기 끼리의 싸움과, 미군과 이무기 군사와의 싸움과, 용의 비늘과, 용의 움직임과, 용의 숨쉬는 모습까지 박진감 넘치고 사실적이었다.

사실 한번 보는 오락 영화로서의 스토리는 이미 논외가 되어버렸고, 나는 마지막에 펼쳐지는 CG가 훌륭했다는데 집중했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나와 과장님은 영화의 성공 여부를 떠나, 저 CG 기술을 고스란히 잘 간직하고 발전시킬수 있다면 우리나라 영화 발전에 굉장한 이익이 되리라는 사실에 백배 공감하였다.

이무기가 용이 되기 위해서는 여의주가 필수적이고, 그 여의주를 얻기 위해 이무기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유는, 여의주가 그만한 값어치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영화 산업은 이무기다. 그리고 디워의 CG기술은 분명히 여의주였다. 이 여의주를 영화 성공에 관계없이 나라가 지원하던, 투자회사에서 지원하던, 계속 지원한다면 과거 용가리에서 디워의 엄청난 발전 과정으로 볼때 반드시 우리나라 영화 산업은 용이 될수도 있을 것 같았다.

글을 쓰는 지금에 와서 스토리 보다는 9회말 투아웃에 터진 홈런같은 디워의 CG가 중요하게 느껴졌다. 디워의 CG는 우리나라 영화 산업의 빛나는 여의주다. 영화 성공과 관계없이 어떻하든 이 소중한 여의주를 간직하고 발전시킨다면 이 여의주는 우리나라 영화 산업을 용으로 승천시키는데 분명히 기여할 것임을 자신있게 말하고 쓴다.

그래서 심형래 감독의 디워는 분명히 가치있는 영화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