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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쓰기/연습장

내가 어른,아저씨 임을 기분좋게 느낄때

나이가 들어도 정신상태는 어린애인 사람을 피터팬 증후군이라 부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와 제 주변의 친구는 피터팬 증후군 까지는 아니지만 아직 어린 마음과는 달리 나도 모르게 아저씨가 됨을 안타까워 합니다. 내가 생각하는 나이와 사회에서 규정짓는 나이의 괴리감이 큰것에 혼란을 겪고는 합니다. 어렸을때는 그렇게 어른이 되고 싶었지만, 어른이 되었더니 어렸을때가 그렇게 그리울수가 없습니다. 젊고 화사한 에너지가 넘치는 젊은이들과 동등하게 어울릴것 같지만 그들 앞에 서있으면 칙칙한 아저씨가 되어 있습니다. 그래도 내가 어른이 되었음을 뿌듯하게 느낄때가 있음을 떠올리면 위로가 됩니다.

내가 어른이 되었음을 뿌듯하게 느꼈던 처음은, 한창 에너지가 넘치고 호기심 왕성하던 사원 초년생 일때였습니다. 어느날 담당 팀장님이 업체와의 회의때문에 지방에 비행기를 타고 가야 되니 정장입고 공항 와야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안입던 정장을 깨끗하게 다려 입고 노트북 가방을 손에 들고 공항에 갔습니다. 팀장님이 멋있다고 칭찬해주십니다. 그날 정장입고 노트북 가방 들고 비행기를 탄 내 모습은 드라마에서 보던 멋진 비즈니스 맨이었습니다. 어깨가 펴지고 저절로 여유있는 표정을 지으면서 내가 어른이 되었음을 뿌듯해 했습니다.

내가 어른이 되었음을 뿌듯하게 느꼈던 또 하나가 한창 신혼부부인 친구네 커플 집에 저번 주말 놀러갔을때 였습니다. 여지껏 놀러갔던 친구집은 혼자서 자취하거나 어머님이 계신 친구집에 놀러갔을 뿐입니다. 그런데 오늘 놀러가는 친구는 한창 신혼1년차 부부에요. 내 또래 친구가 결혼하여 부부가 되었다는 사실이 아직까지 낯설게 느껴집니다. 오늘 친구네 집 방문은 내가 신세지러 가는길이라 먹을것을 사가기로 했습니다. 제수씨가 햄버거가 먹고 싶다고 했어요. 사실 친구보다는 제수씨한테 훨씬 잘보여야 합니다. 안방마님한테 잘보여야 편한 방문이 되겠죠. 햄버거와 다른 먹거리를 푸짐하게 사서 갔어요. 신혼집은 친구 부부가 아늑하게 살기 알맞게 꾸며져 있었어요. 신혼부부라는 젊고 세련됨이 느껴지는 멋진 집이었습니다. 사실 내가 온다고 아침에 부산하게 청소를 했다고 합니다. 아하~ 내가 친구라는 한 개인의 집에 간것이 아니라 친구가 가장인 어느 가족의 집에 방문했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친한 친구지만 자기네 가족을 방문하는 손님이라 준비를 조금 해야 했나 봅니다.

친구와 볼일을 보고 베드민턴을 치러 근처 공원으로 갔습니다. 친구랑도 치고 제수씨하고 치고 친구랑 제수씨랑도 쳤어요. 내가 친구랑 쳤을때 심판을 보던 제수씨는 대놓고 내편을 들어줍니다. 친구랑 제수씨랑 쳤을때 심판인 나는 제수씨 편만 들어줍니다. 제수씨는 친구가 베드민턴 못친다고 구박합니다. 친구는 계속 당하기만 하지만 그래도 즐거워합니다. 나도 제수씨도 즐거워 합니다. 제수씨가 차려준 저녁을 처음 먹었습니다. 신혼이라 왠지 어설플줄 알았지만 벌써 1년 경력이라 그런지 경력 오래되신 어머님의 밥상처럼 맛있었습니다.

식사 후 집에가기는 귀찮고 그냥 친구집에서 쭈욱 쉬고 싶었어요. 그러나 거외 드라마 보면 남편 친구가 자기집에 오래 있으면 불편해 하잖아요. 그래~ 나도 슬슬 집에 가야지~ 하면서 집에 돌아왔습니다. 오늘 친구집 방문은 내나이쯤 되면 종종 발생하는 일상일텐대 저는 색다르게 느껴지네요. 나는 항상 어린것만 같지만, 내 또래 친구는 결혼하여 하나의 가족을 꾸렸고, 내가 그 가족을 방문하여 친구와 제수씨랑 편하게 어울렸습니다. 나도 어른, 사실은 영락없는 아저씨가 되었음을 기분좋게 느끼게 해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