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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쓰기/연습장

나이 먹고 있다는 것을 이렇게도 느끼네.

올 한해는 평온하게 나아가다가 굴곡도 있었던 한해였습니다. 결론은 잘 넘겼으니 미래를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

저는 나이가 벌써 30이 되어갑니다. 이제 바쁜일도 끝났고, 30이 되서 해야될 미래 설계를 준비해야 겠다~고 생각할 즈음 오늘 외숙모 환갑잔치에 가게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여의도(증권거래소 부근)에 갔습니다. 여의도는 저의 첫 회사가 있던 곳입니다. 정장 입은 멋진 직장인들로 붐비는 곳 입니다. 오랜만에 이 곳에 오니 빠르고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직장인들 모습에 마냥 신기했던 옛날 생각도 들었습니다.

여의도 근처의 중국집으로 갔습니다. 외숙모와 친척들이 와 계셨습니다. 저는 귀여운 조카들 바라보고 장난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얼마 뒤 먼 친척뻘 되는 분들도 오셨습니다. 그중에는 젊은 부부도 있고, 20대 중반의 예쁜 아가씨도 있었습니다.

저는 그들과 합석을 했습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 뻘쭘했습니다. 그렇게 있다가 옆에 앉은 동생뻘 되는 예쁜 아가씨에게 몇마디 말을 던져보았습니다.

몇마디 던졌지만 처음 보는 먼 친척이라 대화를 계속하긴 어려웠고, 관심을 돌려서 젊은 부부에게 한마디 걸어보았습니다. 그 부부는 저랑 동갑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부부 또한 아이들 챙기느라 제대로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습니다.

그냥 음식을 먹으며 그들과 아이들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무엇인가 특별하게 느껴지는것이 이 자리에서 제가 느꼈던 저의 사회적인 위치가 어색하면서 신기했다는 것입니다.

옆자리 앉은 20대 중반의 예쁜 아가씨는 4살이나 어린 동생이었는데 길거리에서 흔히 보는 성숙한 아가씨와 같아서 어린 동생으로 보기가 어렵더군요.

그리고 제가 무엇인가 강하게 느낀 것은 저랑 동갑인 부부의 모습이었는데, 부부의 외모나 아이들을 다루는 아빠, 엄마의 모습이 저랑 동갑이지만 차이가 많이 느껴졌다는 것입니다.

부부의 외모는 주름살이 하나둘 생긴 자상한 아빠, 깐깐한 엄마(?)의 모습이었고 내가 그들의 나이를 모른다면 한 30대 초,중반으로 봤을 나이였는데 영락없이 동갑이니 괴리감이 들더군요.

그 부부 또한 저를 보고 동갑 같지가 않고 어려보인다고 하니, 알 수 없는 괴리감이 엄습했습니다.

저는 여지껏 나이가 들었다는 신호로 얼굴이 삭아가는 것(!)을 의식하고는 했는데, 얼굴 뿐만 아니라 내 또래 나이대의 사회적인 모습과 위치에 따라 내가 나이가 많이 들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나랑 동갑인 부부는 깊이가 느껴지는(?) 자상한 아빠, 엄마의 모습을 하고 있었고 저보다 4살 어린 동생은 성숙해 보이는 아가씨가 되어있는데, 그 속에 나는 아직도 나이의 변화에 따른 사회적 위치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니 벌써 30이 되가는 이때 내 나이의 사회적 위치를 따라갈수 있도록, 느슨한 변화가 아닌 빠른 변화를 위해 노력해야 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예전에는 얼굴 때문에 내가 나이 들었구나 싶었는데, 요즘은 얼굴은 그대로고, 주변의 사회적인 모습에 따라 내가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느끼게 되어 어색하면서 신기했습니다.

어제 송년회때 우리 회사 차장님이 수고했다고 귀여운 동생대하듯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습니다.

그러나 내년에는 ‘자네~ 수고했네~’ 하며 멋지게 악수를 나누기 위해, 나이에 맞는 사회적 위치를 찾고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빠르게 변화해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