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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쓰기/연습장

꾸역꾸역 나아가는 힘

종종 고된 일때문에 투덜거리는 글을 올리곤 했다. 그리고 나중에 그 글들은 모두 삭제하곤 했다. 결국 나는 약하다~ 라고 광고하는 글 같았다. 그러나 그때 겪었던 일은 고되긴 고되었다. 밤새고 일요일날도 일하고 이 일들은 종종 반복되는데도 이것 쯤이야~ 그건 누구나 다 겪는일이야~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일중독자거나 대단한 낙천주의자 일 것이다.

이번 두달간의 짧은 프로젝트도 고되다~ 라는 관점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프로젝트 였다. 이번 일은 덩치 큰 검은 그림자가 뒤에서 계속 나를 압박하고 재촉하는 그런 느낌이었다. 일정 쪼임이 심했다. 내가 측정해보면 한 3달짜리 일을 2달로 압축하는 경우였다.

일을 잘게 쪼개 작업을 하나하나 완수하는 식으로 해결해보려 했었지만 끝이 안보였다. 한 30분이면 해결할것으로 예상했던 일을 반나절 붙잡고 있다. 점심을 먹었더니 기분나쁘게 졸립고 머리가 안돌아가 손가락이 키보드 언저리만 맴돈다. 새로 업데이트한 xcode4는 굉장히 느려서 내 속을 태우고 약올린다. 항상 야근하고 일요일도 일하지만 여기는 야근식대도 지원안해 마음씨 좋은 직원이 개인돈으로 식대를 주곤 했다. 혼자 일하니 어디 물어보고 문제를 공유할 지인도 없다. 정해진 시간내, 내가 결정한 방법대로 밀어붙였을때 이 기능을 구현할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다. 중간에 진로 고민 때문에 싱숭생숭 일이 안됐다. 주말에도 일에 매달린다. 그래도 풀리지 않는다. 과연 내가 이일을 잘 끝낼수 있을까.

나는 일을 계획적으로 진행하고 본래 일정보다 좀더 앞서가서 내가 맡은일을 '지배'하는 그런 기분을 느끼고 싶었다. 이번일은 계속 쫓기는 일정 압박 때문에 한계를 느꼈다.

그래도 이번일이 잘 마무리 되고 있는 것은, 그 악조건에서도 꾸역꾸역 나아가는 미약하지만 의미있는 노력 때문이었다. 혼이 뺏길정도로 졸려서 일이 안되는 가운데서도 어떻하든 하나하나 진행해 가다보니 진도가 안나가는것 같아도 돌이켜 보면 꽤 진도가 나가있었다.

일이 계획적으로 진행안되고 엉망진창 꼬였더라도, 꾸역꾸역 하나하나 일을 해결하다보니 어느덧 끝이 보이는 그런 경험을 했다.

일을 즐겁게, 계획적으로, 여유있게 하지 못하더라도 인내하며 꾸역꾸역 진도를 빼는 그런 전진하고 나아가는 행동, 이것이 계속되는 악조건에서도 내가 계속 밥벌이를 하게 해줄 하나의 큰 힘이 되었다.

(그렇긴 하더라도 이런 일종의 비용절감 프로젝트는 이제 그만~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