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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쓰기/연습장

고수들의 세계로 출정하다

아무것도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세상에 나가는 것은 두렵다. 그럼에도 굳이 세상에 나가고 싶다면 창피함을 감수하고 좌충우돌 하면서 세상에 나아가는 방법과, 창피함을 최소화 하기 위한 준비과정을 거친 후 세상에 나아가는 방법이 있을 것 이다.

잘 생각하면 창피함을 감수하면서 좌충우돌 나아가는 것이 나중에 더 추억이 되고 많이 배울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수줍음이 많아서 굳이 기다림의 과정을 거쳐야 했다.

친구들을 보기 위해 서울에서 강릉 가는 버스에서 나는 몹시 지루해했다. 나의 준비는 즐겁기는 했지만 남이 보기에는 강릉 가는 버스 안처럼 지루했을 것 이다. 이제 강릉에 도착해서 보고 싶은 친구들과 만나면 버스 안에서의 지루함은 영영 사라지듯이 나는 지금의 지루함을 즐거움으로 바꾸기 위한 출정을 시작했다.

일단 책 카페 4군대를 가입하고 가입인사를 했다. 처음 보는 사람이지만 고향 친구처럼 통하는 사람이 있듯이 나는 왠지 끌리는 감을 믿는다. 다행히 4군대 중 하나가 왠지 끌리는 감을 느꼈다. 그 곳에 가입인사를 하고 그나마 제일 잘 썼다는 ‘김훈, 남한산성’ 서평을 올렸다.

그런데 서평을 올리고 다른 멤버가 쓴 서평을 보니 하나같이 요즘 말하는 ‘포스’가 느껴진다. 작은 글자들이 합쳐져서 보여지는 서평 전체의 모양새는 군대 사열할 때처럼 반듯하게 정렬되어 있고, 문장들은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이 쓴 것처럼 정통적이면서 깊이 있게 꾸며져 있고, 문장의 앞뒤 연결은 전문 칼럼니스트가 쓴 것처럼 짜임새가 촘촘하고 탄탄하다.

순간 머쓱했다. 그러나 처음 올린 서평만큼은 믿기로 했다. 이것만큼은~ 이란 믿음이 있었다. 그런데 다른 서평은 그냥 올려서는 안되겠다. 사포로 거친 나무 다듬듯이 조금 더 다듬어야겠다.

조금 더 다듬는 귀찮음이 있더라도 나는 이미 고수들의 세계로 출정 했다. 고수들과 즐겁고, 재밌게 어울리면서 나도 어느새 고수가 되어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