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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쓰기/연습장

2007년 절반의 여름 독서 휴가

2006년의 절반은 불안한 빨간색 이었으며, 절반은 건조한 회색이었다. 그래서 작년은 편하지 않았다. 작년이 빨간색이며 회색이었던 이유는 각각 '노조 투쟁 경험자로서 바라본 이랜드 사태' 와 '사막같은 눈' 이라는 글 들로 대신한다.

그래도 2006년이 뿌듯했던 이유는 오로지 혼자간 '제주도 하이킹'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9일간의 긴 휴가를 혼자 보내야 했다는 것은 오히려 행운이었다. 무언가에 이끌려 홀홀단신 배타고 떠난
'제주도 하이킹' 여행에서 나는 마음속 화산이 폭발하는 벅찬 감동을 푸른 바닷가와 검은 돌들, 시원한 폭포, 푸른 초원의 마라도, 이국적인 우도, 성산일출봉의 빨간 태양, 서늘한 만녕굴, 한라산 정상, 다리와 엉덩이의 고통을 이겨내며 내리막길을 활주하는 자전거 위에서 내내 느낄 수 있었다. 도시속에 쌓인 회색 근심들을 다 폭발시킨 그때의 벅찬 감동을 머릿속 사진들로 영원히 찍어 간직해야 할 것이었다.

그때의 감동이 너무도 강렬하여, 얼마동안은 여행을 통한 직접경험만이 유익하다고 생각하며 책을 멀리하였다. 그런데 오히려
'제주도 하이킹' 경험이 내가 독서를 좋아하게된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올해초 심드렁하게 큰 서점에 놀러갔다. 하나의 책을 무심코 몇장 넘겼는데 월척을 감지한 낚시꾼의 손맛 처럼 어떤 손맛을 느끼고 근처 앉은곳을 찾아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끝까지 읽었다. 원래 찾고자 했던 책이 있어 그 책을 찾아 몇장 넘겼다. 이 책도 역시 월척의 손맛이 느껴졌다. 그 책은 아예 그 자리에 서서 끝까지 다 읽었다.

두 책을 다 읽고나서 내 머릿속의 나름의 가치관과 사상들이 대장장이가 쇠를 망치로 두드리듯, 완전히 폭파된다음 재결합되는 충격을 받았다. 그 충격은 너무도 강렬하면서 너무도 감동적이어서 마치
'제주도 하이킹' 할때 느꼈던 감동과 똑같았다.

나는 만원어치의 책에서 몇십만원짜리의 여행과 똑같은 감동을 느낄수 있다는 것에 더 감동받았다. 그리고 두 책 합쳐서 800쪽이 넘는 어려운 내용들을 서점안에서 다 읽었다는 나의 새로운 능력 발견에 더 감동받았다. 이 감동들을 내내 기억하기 위해 집에 도착하여 밤새 리뷰를 썼다. 리뷰를 썼더니 불완전한 배움이 날카롭게 정렬되어서 굳이 책을 살 필요가 없었고, 그때 썼던 리뷰중 하나는 큰 칭찬을 받았다. 독서와 글쓰기라는 나의 새로운 능력 발견이었으며, 독서와 글쓰기를 통한 나의 새로운 가치 창출의 시작이었다.

(두 책은 각각 '대한민국 개발자 희망보고서', '시멘틱웹 : 웹2.0시대의 기회' 로 정보화를 통한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혀주고, 개발자로써의 자부심을 갖게 하는데 크게 도움을 주었다.)

세상의 모든 지식을 빠르게 습득하는 독서와, 무딘 칼을 날카롭게 다듬듯 나의 생각을 날카롭게 다듬는 글쓰기는 어느덧 나를 상징하는 새로운 무기가 되고 있다.

이번 5일간의 휴가를 받고 절반은 고등학교 친구들과 '계곡 여행'을 갔다 왔다. 그리고 나머지 절반의 휴가는 독서를 하며 보냈다. 이번 독서에서도
'제주도 하이킹' 만큼의 벅찬 충격과 감동을 느낄수 있을 것인가?

+ 아틀라스 세계는 지금 : 정치지리의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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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을 못했지만 이 책을 통해 세계의 주요 지도와 이슈들을 파악하고 싶어서 읽었다. 송유관등의 자원에 따른 복잡한 이해관계에 대해 새롭게 알았고, 메스컴에서만 보이는 부자 나라 는 일부분이고 가난한 나라들이 대부분인데 그 나라들 고생이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읽고 나니 세상을 보는 지리적, 사회적 시야가 넓어지는것을 느낀 유익한 책이었다.

+ 이기는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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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자기계발 책은 외국 책을 번역한 것인데 이 책은 토종 우리나라 자기계발 책으로, 그래서 좀더 나한테 와닿았다. 고리타분한 성공공식이 아니라 진흙탕 현장 조언들로 가득하여 밑줄 많이 그어가며 읽었다. 이 책 그대로 실천할 수 있다면 당장 누구든지 이길수 있을것 같았다.

+ 위키노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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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 천재보다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이 공동작업하여 더 위대한 결과물을 창조하는 위키노믹스라는 신조어는 그야말로 평범한 사람으로써 천재와 싸워보고 싶은, 나를 위한 새로운 경제 개념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무엇을 추구해야 될지 새롭게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위키노믹스의 출발점이자 성공적 모델인 오픈소스 커뮤니티와 개발자들은 세상을 이롭게 하는 훌륭한 개척자들이다. 이 책의 리뷰를 꼭 써서 불완전한 위키노믹스 관련 기술을 다듬고, 나의 미래를 연결지어야 할 것이다.

+ 정유진의 웹2.0기획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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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노믹스를 읽고 웹2.0 관련 기술 재 정리를 위해 다시 읽었다. 이 책은 실무적인 웹2.0 관련 기술들로 가득하다. 이 책을 읽고 세미나를 한적이 있는데 관련 자료를 다시 다듬어서 늦었지만 블로그로 꼭 올리기로 했다. 문득 박식함과 넓은 시야와 통찰력이 돋보이는 정유진님의 비결이 궁금하였다.

+ 일주일만에 흙집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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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서평으로 받은 서적으로 빨리 읽고 리뷰를 써야 했다. 이벤트 서평이지만 내용은 알차고 훌륭했다. 사람은 모름지기 자기 스스로 의식주를 해결할 줄 알아야 하는데, 컴퓨터만 할 줄 아는 나는 부끄러워서 기회만 있으면 기본적으로 알아야 될 의식주 관련 기술을 공부하고 싶었다. 이 책은 자연 친화적인 흙집 짓는 과정을 통해 사람과 관련된 철학과 흙집 짓는 유익한 기술들을 알려준다. 이 책을 두고두고 읽으면서 유익한 기술들을 습득하여 나중에 가족들과 진짜로 흙집짓고 별장삼아 살아보기로 결심했다.

+ 여행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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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드 보통이라는 에세이 작가는, 마치 내가 좋아하는 우리나라 당대 최고의 문장가 김훈 처럼 유명한 유럽의 문장가인 것 같다. 기대를 하며 읽었는데 처음에는 그럭저럭 읽히더니 읽을수록 길을 잃고 어떻게 길을 걸었는지 기억이 하나도 나질 않는다. 이 책의 리뷰를 써야 되는데 머릿속이 백지 상태다. 고상한 책이라 기대했지만 나한테는 토종적인 우리나라 책이 어울리는것 같다.

+ 행복의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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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역시 멀게 느껴지는 알랭드 보통의 에세이 책이다. 여행의 기술 독서 실패를 딛고, 내가 건축물을 보는 시야가 무지하여 한번 건축물을 보는 새로운 시야를 배워볼까 하고 이 악물고 읽었는데, 이 책 역시 아무것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나의 독서 능력을 의심하게된 책 이었다.

+ 구본형, 사람에게서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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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기술, 행복의 건축의 계속된 독서 실패로 주눅든 나에게 이 책은
'제주도 하이킹', 성산 일출봉의 떠오르는 태양처럼 나에게 희망과 감동을 주었다.

방금전에 독서를 마친 이 책에서 나는
'제주도 하이킹' 버금가는 감동을 느꼈다. 춘추전국시대의 일화를 바탕으로 저자 나름대로 재 해석한 경영/자기계발적인 조언을 해주는 책인데, 구본형이란 지식인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집필한 것이 손 끝에서 느껴질 정도로 페이지 마다 밑줄 그을 유익한 지식들로 가득찼다.

원래 이책을 읽고 친구에게 '책 나눔' 을 할려고 했는데, 계속 간직하여 책 내용을 음미하면서, 친구한테는 따로 이 책을 선물하기로 했다.

이 책을 읽은 것과 구본형이란 분을 안것이 이번 독서 휴가의 최대 수확이었다. 이분의 관련 책들도 이참에 사서 읽어봐야 겠다. 이분의 명성을 듣긴 들었으나 막상 읽어보니 굉장하다는 느낌이었다.

이렇게 절반의 여름 휴가, 독서 휴가가 끝나고 내일 부터 다시 회사의 성공을 위해 부단히 뛰어야 할 때가 왔다. 독서로써 지식을 얻고, 글쓰기로부터 얻은 지식을 정리했다면, 이것들을 반드시 써먹어야 뿌듯할 것이다.

다시 부지런히 진흙탕 속을 뛰어다니며 얻은 지식들을 써먹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