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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쓰기/연습장

1000명중에 1명, 민 책임님과의 인연

올해 4월 나름 경력자인데도 면접을 보러 가는 길에 잔뜩 긴장했다. 전철안에서 한숨을 쉬었다. 이제는 편하게 면접봐도 될 짬인데 나는 왜 이러지~

과장님을 보는 순간 이상하게 긴장이 해소되었다. 과장님과 악수를 하는데, 과장님이 살짝 입술을 올리며 미소를 짓고 동그란 눈으로 나를 깊게 꿰뚫어 보는 모습을 보았다. 그 짧은 순간에 나는 과장님에게서 깊은 우물속에 맑은 물을 마시는 듯한? 호의를 느꼈다. 아 이분은~ 내가 만날수 있는 10명중에 1~2분 나랑 잘 통할 분이구나.

내가 면접때 무슨말을 해도 과장님은 마음에 드신듯했다. 나도 과장님을 향한 인상이 좋았다. 회사가 좋은지는 모르겠고 일단 과장님이랑 같이 일하면 즐겁게 일할것 같아서 이곳에서 일하기로 했다.

과장님이 나를 좋게 본다는 것은 일단 느낌으로 알고 있었는데, 중간에는 오히려 부담이 되기도 했다. 과장님은 실력도 뛰어나면서 분위기 메이커 였기 때문에 팀원 모두가 과장님의 이목에 집중했고 과장님의 한마디는 영향력이 컸다. 그런 과장님이 내가 볼때는 좀 과장될 정도로 나를 항상 좋게 얘기하니 주변 팀원들이 나를 유심히 보는것 같은 부담을 느꼈다.

한편으론 나의 진짜 모습 이상으로 좋게만 보는 과장님이 고마워서 일을 열심히 했다. 과장님이 산골씨는 이렇게 좋은 사람이다~ 라고 이미지를 심어 놓았기 때문에 나는 그 이미지에 맞추느라고 진을 빼며 열심히 일을 했다. 나중에 이 얘기를 나의 단점을 잘아는 옛날 회사 동료에게 얘기했더니 큰소리로 웃기도 했다. '다음 부터는 적당하게 이미지 심어놓고 일해~' 라는 조언도 들었다.

중간에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다른곳으로 가게 되었다. 과장님이 많이 아쉬워 하셨다. 과장님과 마지막 술자리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나의 진짜 모습은 이정도일 뿐인데.. 과장님은 특별한 근거 없이 나를 너무 좋게만 본다는 생각을 했다.

술자리에서 과장님의 얘기를 들어보니 나를 좋게보았던 이유가 비로소 납득이 되었다. 과장님이 나를 좋게본 구체적인 이유를 말씀하시는데 나도 모르는 나의 잠재력과 나의 장점을 과장님이 구체적인 근거로 말씀을 해주셨다.

그말을 듣고 아~ 하는 탄식이 나왔다. 과장님은 나도 모르는 나의 장점과 잠재력을 보고 같이 키워나갈 수 있는 내가 1000명의 사람을 만나면 그중 1명 있을까 말까한 나에게는 소중한 '귀인' 이었던 것이다.

아직도 나는 어느 면에서는 자신감이 있고, 어느 면에서는 초라하기도 하다. 가끔 초라함을 느낄때마다 나는 과장님을 생각할것이다.

과장님 회사에서 일했을 때 나는 내가 겪은 프로젝트중 일적으로 가장 마음고생을 많이 했지만, 가장 역량(퍼포먼스)를 많이 발휘해서 성공적으로 일을 끝낼 수 있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이 말이 어느때보다 나에게 와닿았던 초여름이었다.


과장님의 소원은 전철역의 노숙자들을 모조리 없애는 것이다. 노숙자들을 강제추방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시설에서 다시 건강과 삶의 의욕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과장님의 이타적인 소원을 듣고 개인주의에 익숙한 나는 부끄럽기도 했고 감명을 받았다. 과장님 소원이 뭐든 꼭 이루어지길 기원 해 본다.

[과장님과 헤어질 당시 받은 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