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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쓰기/연습장

코딩 속도

저는 역사를 좋아하는데요. 전쟁사 중에서도 2차세계대전사를 좋아합니다. 저는 2차세계대전 당시 과달콰날에서 일본군을 기관총으로 휩쓴~ 존 바실론 같은 전쟁 영웅 보다는, 해군 제독 니미츠 처럼 인자하면서 카리스마 있고 지혜로운 전략으로 전쟁을 승리로 이끈 리더십있는 지도자를 더 좋아합니다. 


보통 장교 같은 군인들은 처음에는 존 바실론 같이 필드에서 전투를 뛰면서 경험을 쌓을 것입니다. 점점 더 나이가 들고 연륜이 쌓일수록 전체를 아우르는 안목과 지혜가 생기고 지도자가 될것입니다. 대신 지도자가 되면 필드에서 전투를 뛰는 운동감각은 떨어질 것입니다. 사실 필드에서 뛸 필요 자체도 없겠죠.


문득 오늘 코딩을 하면서 이런 군인의 성장 과정이 생각 났습니다. 저는 과장인데요. 코딩과 설계의 중간단계의 묵직한 개발과 약간의 관리 업무를 수행합니다. 그래도 가끔은 페이지 찍어내는 노가다 코딩도 하지요. 오늘은 신입들이 주로 하는 순수 코딩 작업을 했습니다. 그런데 영 코딩 속도가 나지 않아 답답한 것입니다. 마치 물속에서 허우적대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제 밑에는 프로그래밍 감각이 탁월한 후배가 있습니다. 그 후배를 보면 마치 저의 신입때를 보는 것 이상의 빠르고 민첩한 감각을 가졌습니다. 후배도 비슷한 코딩 작업을 했습니다. 그런데 후배는 수면위를 빠르게 훑듯 날라가며 코딩을 하는것 같습니다. 잠깐 만감이 교차하더군요.


저는 옛날부터 평생 개발자를 꿈꿔 왔는데, 이런 순수 코딩도 손을 놓진 않아야 겠다는 생각도 듭니다만, 저 군인의 비유처럼 나이가 들고 역량을 쌓을수록 지혜가 생겨 큰 안목으로 설계등의 작업을 더 잘할수 있게 될것입니다.


이런 설계등의 작업이 프로젝트에 기여하는 바가 더 큰 작업이겠죠. 단순 순수 코딩 이상의 디자인패턴, 리팩토링등의 설계 요소가 들어간 고급 프로그래밍을 계속 할수 있다면, 이런 순수 코딩은 하지 않거나 좀 속도가 떨어져도 괜찮을것도 같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지도자 니미츠가 대 전략은 잘 짜도 존 바실론 처럼 무거운 기관총을 들고 피튀기는 전투를 벌일수는 없는것과 비슷하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도 후배의 날라다니는 감각이 기특하고 옛날이 조금 그립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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