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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쓰기/리뷰

칼의노래를 읽고 (그림 같은 이순신 장군의 비장한 독백)

나는 이 책을 읽고, 이순신 장군의 위대한 전략과 숭고한 정신에 감명을 받았다기 보다는 김훈이라는 작가의 처음 읽어보는 신기한 문장체에 충격과 감명을 받았었다. 그 상황에, 그 장소에 자기가 직접 있어보고 느껴 본 듯 묘사하는 문장은 깔끔하면서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복잡한 고민이 압축되어 모두 들어간 듯 했고 물감 대신 글로 그림을 그리는 것 같아서 한 문장만 읽어봐도 당시 상황이 바로 앞에 그려지는 것 같았다.

나는 김훈 작가가 그려준 이순신 장군의 고민과 당시 상황을 접하면서 이순신 장군에 대해 두 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이순신은 능력과 성품 모두 축복받은 천재다.” 사람이 능력이 뛰어나면 자만하면서 남을 얕보는 등의 성품에 결함이 있거나, 성품이 훌륭하면 능력이 부족하여 자신의 성품을 미처 펼쳐 보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순신 장군은 세계사에 남을 위대한 전략을 펼쳐 보였을 뿐만 아니라 고결하고 숭고한 성품으로 허약한 우리나라를 지켜주었고, 그 결과 몇백년이 지난 지금에도 전세계에 귀감이 되고 있어서, 여러 가지로 부족한 내가 볼 때 분명히 축복받은 천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순신의 시대적 상황은 누구보다 이순신을 불우하게 만들었다.” 이순신 자신이 너무도 뛰어난 존재였기 때문에 이순신을 시기하고 모함하는 말만 살아있는 임금과 신하들, 이순신은 그들과 타협할지 몰랐고 오로지 적으로부터 백성들을 구출 하는 것에만 집중하였기 때문에 왜놈들뿐만 아니라 임금을 포함한 안으로부터의 적에게 고문당하였다. 그 결과 이순신의 몸과 마음은 폐허가 되었고, 안으로부터의 적은 폐허가 된 이순신에게 또 다시 나라를 지켜내라고 한다. 그럼에도 이순신은 기적 같은 승리를 거둬 나라를 지켜냈으나 이순신 자신의 너무도 뛰어난 존재가 오히려 나라에 해가 되기 때문에 조용히 죽음을 준비한다. 이렇게 이순신이 처한 시대적 상황은 이순신을 불우하게 만들었고, 나는 이런 안타까운 슬픈 상황을 천재였기 때문에 겪을 수밖에 없었던 이순신 장군의 ‘비장한 숙명’ 이라고 생각해 보았다.

힘들게 싸우면서 키운 함대를 잃고 맨몸으로 나라 위한 숨막히는 싸움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비장한 숙명’, 고문으로 만신창이 된 몸을 이끌고 부하들을 토닥이며 차곡차곡 거대한 싸움을 조용히 준비하는 포기하지 않는 ‘은근한 끈기의 과정’, ‘나라 위한 헌신’과 ‘자신의 천재적인 재능’과 ‘적을 향한 처절한 분노’에 ‘혼’을 바쳤기 때문에 가능한 ‘기적 같은 명량대첩’, 성욕과 아들의 죽음 앞에 어쩔 수 없는 인간임을 나타내는 ‘친근함’, 무력하기 때문에 잔인했던 임금의 질투와 미움을 기꺼이 감수해야 함을 표현한 ‘조용한 분노’, 마지막 싸움을 앞두고 모든 적들을 피로 물들이겠다는 잔인하지만 너무도 당연한 ‘처절한 분노’, 너무도 커버린 자신의 위대한 존재가 나라에 폭풍이 되기에 살아서 살수가 없어서 죽음을 안개 속의 구름처럼 흐릿하게 준비하는 역시 ‘비장한 숙명’.

이렇게 김훈 작가는 말만 살아있는 임금과 신하들 때문에 모질게 고문당하여,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된 상태에서 또 다시 나라를 지켜내라는 쇳덩어리 같은 무거운 짐을 떠안은 이순신의 비장한 독백으로부터 시작해, 역시 임금과 말만 살아있는 신하들 때문에 자신이 오히려 나라에 폭풍 같은 해가 될 까봐 조용히 죽음을 준비하는 ‘비장한 숙명’ 부터 ‘비장한 숙명’ 까지 이어지는 이순신의 안타깝고 슬픈 ‘비장한 숙명’을 그림같이 그려준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천재가 나라 위해 헌신한 결과 얻어야 되는 평온한 삶을 누리지 못하고 오히려 안으로부터의 적 때문에 고통 받아야 되었다는 잔인한 현실에 무척 슬펐다. 지금도 이런 현실이 반복 될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그때의 잔인한 현실이 아니라 노력하면 그럭저럭 인정받을 수 있는 평온한 현실에 살고 있다. ‘그러니 내 어떤 불만을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인가. 위대하고 숭고한 이순신 장군의 발끝이라도 따라가야겠다’ 라고 하면서 이 책은 나에게 ‘그림 같은 문장의 아름다움’과 함께 ‘역동적인 자극’을 함께 주었다.

칼의 노래
김훈 지음/생각의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