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짧게 쓰기/연습장

전지전능한 관찰자의 허황된 힘

“적이 누구인지를 명확히 하라” 내가 두고두고 읽고 있는 ‘전쟁의 기술’이란 책의 첫번째 조언이다. 하필 첫번째 조언부터 삭막하게 ‘적이 누구인지를 명확히 하라’ 일까.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내가 먼저 좋게 대하면 상대방도 마음을 열어줄 것이란 기대는 4살짜리 어린애 같은 어리석은 순진함 이었다. 이런 순진함은 과거 다니던 회사의 싸움에서도 증명되었다. 과거 회사 어른들이 4살짜리 순진함으로 대했던 그들은 가차없이 깊은 상처를 주었다. 그래서 나와 주변 조직을 갉아먹는 ‘적’을 식별하는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반드시 치명적인 독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깊이 새겼다. 나는 ‘적이 누구인지를 명확히 하라’ 를 가슴 깊이 새기고 있다.

이것이 ‘전쟁의 기술’에서 얻은 지혜다.

“문장으로 발신한 대신들의 말은 기름진 뱀과 같았고, 흐린날의 산맥과 같았다. 말로써 말을 건드리면 말은 대가리부터 꼬리까지 빠르게 꿈틀거리며 새로운 대열을 갖추었고, 똬리 틈새로 대가리를 치켜들어 혀를 내밀었다. 혀들은 맹렬한 불꽃으로 편전의 밤을 밝혔다.”

소설 남한산성에서 ‘말’로는 무엇이든 못할게 없는 성안에 갇힌 허약한 신하들을 비꼬는 문장이다. 청나라의 태풍 같은 침략에 따라 미세한 촛불 같은 허약한 존재인 임금과 신하는 남한산성으로 피신갔다. 그런데 허약한 존재중의 하나인 일반 신하들은 좁은 성안에서도 화려한 ‘말’들을 남발했다. ‘말’ 로는 청나라 칸보다 힘이 세고 청나라의 화려한 행군보다 화려했고 장엄하고 멋이 넘쳤다. 말로는 못할것이 없었다.

그래도 말 많은 뱀의 혀를 가진 신하 중에 일부 신하들은 묵묵히 청나라에 대비한 나라를 위한 일 들을 했으며 최명길도 그 중 한분이다.

최명길은 자기 스스로 사대부의 자존심을 버려가면서까지 청나라와의 화친을 위해 노력했다. 되지도 않은 사대부의 정신을 멋진 말로 내세우되 대책은 내놓지 못하는 뱀 같은 신하들에 비하면 아름다운 희생 정신의 지도자 최명길 이었다.

최명길 같이 희생을 무릎쓰고 기꺼이 실천하는 사람을 가까이 하고, 말로는 아름답고도 멋지게 말하되 실천은 그 사람 안방 에서도 찾을수 없는 사람을 조심하라.

이것이 '소설 남한산성'에서 얻은 지혜다.

‘전지전능한 관찰자’ 라는 내가 만든 용어가 떠올랐다. 관찰자 입장에서 무슨 말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예를 들어 수원 삼성의 안정환을 마구잡이로 갈궜던 못되먹은 여자 서포터가 전지전능한 관찰자 였다.

디워를 초토화 시킨 진중권씨도 전지전능한 관찰자다. 진중권씨가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심형래 감독은 한국 CG 산업을 발전시킨 공로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말해 '전지전능한 관찰자'란 ‘어떠한 책임도 주어지지 않은채’, ‘어떠한 사회적 책임이 주어진 사람’을 마음대로 공격하는 사람을 말한다.

어떠한 책임도 주어지지 않은 전지전능한 관찰자는 수원의 못되먹은 여자처럼 말을 못할 수도 있지만 진중권씨처럼 탄성을 일으킬 정도로 멋지게 말 할수도 있다.

그래도 변함이 없는 것은 ‘어떠한 책임도 주어지지 않은’ 관찰자의 힘은 기름진 뱀과 같았고, 흐린날의 산맥과 같다. 전지전능한 관찰자는 우리 사회에 직접적인 도움을 하나도 줄 수 없는 허황된 힘에 불과하며 그 말들은 독이 될 수도 있는 말들이다.

그러나 욕을 먹은 ‘어떠한 책임이 주어진 사람’은 비록 욕을 먹더라도 우리 사회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사람이다.

만약 전지전능한 관찰자의 허황된 힘을 가진자로부터 공격을 받았을때, 내가 반응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바라보는 것이다. ‘어떠한 책임이 주어지지 않은 전지전능한 관찰자’는 마음대로 말을 한다. 그러나 결코 사회에 도움되질 못한다.

그러나 욕을 먹는 ‘어떠한 사회적 책임이 주어진 우리’는 사막의 한줌 모래알만큼이라도 사회에 도움이 되고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마음을 추스릴수 있을 것이다.

최명길 같이 희생을 무릎쓰고 기꺼이 실천하는 사람을 가까이 하고, 말로는 아름답고도 멋지게 말하되
실천은 그 사람 안방 에서도 찾을수 없는 사람을 조심하라.

적이 누구인지를 명확히 하라.

전지전능한 힘을 가진 관찰자의 허황된 힘을 조심하라.

내 스스로 그런 사람이 되지 말자.

사회도 블로그 스피어도 역시 만만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