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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쓰기/연습장

에반젤리스트도 어려운 일이구나.

최근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1차업체와 개발자를 연결해주는 '2차 업체'와도 약간의 인연을 맺게 됐다. 단순히 소개와 돈만 주고받는 사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2차업체 인터뷰 볼때 유쾌했던 이유는 사장이 30살이고 과장이 28살이었기 때문이다. 거외 TV에서 종종 보던 똑똑하고 패기넘치는 엘리트 젊은이 같은 이미지 였다. 이런 순수하고 젊은 회사가 거친 SI업계에서 크게 될것인지 지켜보는것도 재미있는 일이었다.

젊은 사장님이 나홀로 파견나가기전 당부하시기를, 그냥 프리로 돈받고 하는일만 하는것이 아니라, 우리 회사 입장이 되서 우리 회사 기술과 산골대리님의 기술을 그곳에 널리 전파하여, 우리회사 이미지를 향상시키는 '애반젤리스트'가 되어달라고 부탁하셨다. 나는 애반젤리스트는 또 무슨 용어인가 궁금했다. 알고보니 "해당 기술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플랫폼, 제품, 서비스의 가치를 전달하는 사람" 이라고 한다. 참 멋있는 직업이다. 사실 나는 프로그래머면 프로그래머지 아키텍트니 컨설턴트니 이런 거창한 외래어를 싫어한다. 그래도 애반젤리스트란 단어와 그 뜻은 참으로 멋있었다.  그러고보니 나는 과거 우리회사 기반 솔루션 구축에 스프링과 아파치 미나, SVN등의 기술을 전파하고 가치를 전달하고자 했으므로 약간은 비슷한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좌우지간..그리하여 나는 이곳에 왔다. 근데 기술 전파는 커녕 아직까지 적응하기에 바쁘다. 내코가 석자인 상태로 그 많은 일이 언제 풀릴지 기다리며 그냥 열심히 하고 있다. 그 와중에 에반젤리스트 비스무리한 일을 할 이슈가 생겼다.

바로 버전관리 이슈인데, 현재 내가 속한 팀은 VSS를 쓰고 있고, 나는 현업직원 대리님의 허가로 SVN을 쓰고 있었다. 이 사실을 안 다른 직원들이 VSS냐 SVN이냐 다른 방식이냐를 놓고 갑론을박을 하게 된 것이다. 나를 아는 사람도 인정하겠지만 나는 정말 나서기를 싫어하고, 책임지는것도 귀찮아하는 성격이다. 그런데 이 갑론을박에 나는 강하게 들이댔다. 'SVN을 꼭 써야합니다~!' 라고 들이댔다.

근데 내가 더듬더듬 말하니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한다. SVN이 불리했다. 왜냐면 사람들은 익숙한 VSS를 계속 쓰고 싶지 변화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더듬더듬 계속 SVN을 쓰면 안정적이고, 속도 빠르고, 유닉스와 궁합이 맞고, 무료이고..등의 장점을 강조했다. 그런데 나 때문에 SVN을 쓰기로 결정했다기 보다는, 거외 선덕여왕의 국선 문노처럼 상당한 고수 이미지에, 말은 조용조용 하시는 과장님이 VSS는 유료인데 우리는 불법으로 쓰고 있지 않냐고..SVN은 무료이니 SVN을 쓰자고 한마디 하셨다. 그 한마디에 분위기가 급선회 하더니 결국 SVN을 쓰기로 했다.

SVN을 쓰기로 결정해도 팀원들은 상당히 귀찮아하는 눈치이다. 사실 나라도 귀찮아 할것이다. 그래서 조심조심 SVN 사용법을 알려주고 있다. 것참..SVN처럼 검증된 기술도 설득하기 어려운데 다른 신기술 전파는 더욱 더 어려운 일인것 같다.

어찌됐건 출발은 좋다. 나의 목표는 지금 업무에 적응하면 Trac이나 지속적인 통합툴을 도입하고 편리한 쉘스크립트도 많이 만들어 보는 것이다. 여기에 만약 SVN이 빠졌으면 마치 소금없이 순대 먹는 경우처럼 허탈했을 것이다.

에반젤리스트..기술 전도사라..참으로 멋진 일이다. 왜냐면 현실에 익숙해 하는 개발자에게 좋은 기술 있으니 쓰자고 설득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기 때문이다. 만약 자신이 전파하는 기술이 정말로 훌륭하고, 자기가 뭔가 사명감을 갖고 에반젤리스트 역할을 하는 개발자가 있다면 그분들은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 하다.

예를 들어 내가 생각하는 훌륭한 에반젤리스트는 스프링프레임워크모임 KSUG의 분들이다. 그 분들 덕분에 나도 많이 배웠고, 회사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당시 회사는 무료로 컨설팅을 받은 샘이었다. 나는 책으로 에반젤리스트 역할을 할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객체지향과 개발자를 행복하게 하는 기술에 대해 언젠가는 책으로 쓸 것이다. 근데 일단 회사 적응부터 잘 하고 볼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