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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쓰기/연습장

어느 삼성맨의 사직서 그리고 문인과 영웅과의 차이

꿈과 이상을 찾아 삼성에 입사했지만 이상과는 다른 회식 등의 안 좋은 문화에 대해 괴리감을 느끼고, 어느 능력 있는 신입사원이 떠나면서 썼다는 ‘사직서’가 오늘 이슈가 되었다.

내가 사랑하는 삼성을 떠나는 이유

이 글을 읽고 사람들은 대개 두 가지 반응을 보일 것 같다.
- 거대한 기성세대에 용기를 내서 옳은 말을 하고 회사를 떠난 개척자
- 현실에 적응 못하고 직장 사춘기에 시달린 나이 어린 직원의 철없는 소리

나는 이 두 가지 반응에 대해 하나를 판단하여 글을 전개하기 보다는 과거 읽었던 책을 바탕으로 다른 관점에서 생각을 해보고 싶다.

중국역사의 인재 활용 경전이라는 변경이란 책을 보면 중국 남방에서는 문인들이많이 배출되었고 중국 북방에서는 중국 황제들이 많이 배출되었다고 한다.

그것은 지리적으로 남방에서는 강과 시내가 많기 때문에 부드럽고 고상한 지식을 좋아하는 문인들이 많이 배출되었고 북방에서는 산이 많아서 산의 중후하고 강한 이미지가 용감하고 호전적인 영웅들을 많이 배출하게 하여 호전적인 전쟁을 통한 황제들이 많이 배출되었기 때문이다.

문인과 영웅이라는 두 지식인의 차이는, 북방의 영웅들은 정치에 치중하는 데 비해 지자들은 문학과 예술에 경도하는 경향이 있고, 남방의 문인들은 문학과 예술에 경도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문인과 영웅은 지혜의 두 가지 유형일 뿐이며 둘 사이에 높고 낮음을 따질 수는 없다. 하지만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학자 서생이나 문인 들은 절대로 개국 황제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학자나 문인들이 배우는 성현의 도는 치국을 위한 것이지 결코 개국을 위한 것이 아니다. 성현의 도는 수신과 양육의 이치를 가르치지 반역의 원리를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다.

2.    학자나 문인들이 대표하는 이상적 도덕은 항상 사회 현실에 집착하여 개탄하고 호소하고 애원할 뿐 절대로 반란을 제창하거나 백골 더미 위에 새로운 궁전을 세우지 못한다.

3.    학자나 문인들은 독서에 능하고 두 귀가 항상 성현의 교훈을 향해 열려 있어 사회적인 수련이 부족하기 때문에 개국 황제들에게 필요한 야심과 임기응변의 능력, 무례함과 몰염치, 잔임함등의 성격과 자질이 결핍되어 있다.

나는 어느 삼성맨의 사직서란 글을 읽고 옛날에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던 이 문장들이 생각나 다시 책을 뒤져서 위의 문장들을 찾아냈다.

분명히 책에서 가르치는 이상과 원칙은 남방의 문인들이 훨씬 잘 알 것인데 역사를 보면 실제 명예와 부는 북방의 영웅들이 다 가져간다. 그것은 위의 문장들처럼 남방의 문인들이 책의 고상한 원칙으로부터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복잡다단하게 얽힌 사회의 ‘잔인한 현실’에 적응해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본다.

많이 배웠기 때문에 쓸 수 있는 멋진 글을 남긴 그 사람도 분명히 책으로부터 많이 배웠고, 일도 성실하게 잘 했을 것이다. 다만 책에는 가르치지 않는 ‘잔인한 사회’ 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위의 문장처럼 야심과 임기응변, 무례함과 몰염치, 잔임함등의 요소도 분명히 필요할 것인데, 그 요소를 배우기가 그 사람은 거북하다 못해 역겨웠을 것 같다.

북방의 영웅, 남방의 문인, 그 사람은 남방의 똑똑한 문인인 것 같다. 다만 똑똑한 북방의 영웅은 되지 못한 것 같다. 그렇더라도 자신의 특징과 재능을 살린 길을 찾으면 다시 살아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에는 남방의 문인만이 잘 살수 있는 길을 찾아서 글에 담긴 자신의 이상과 역량을 마음껏 살렸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