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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벙글 개발자, 내가 느낀 최고의 동료애

저는 경력이 약 4년 되가는 IT개발자 입니다.

개발자로 제가 존경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는 프로그래밍으로 일가를 이룬 분들도 존경하지만 ‘갑이라 불리는 고객사로 파견나가 개발을 해주는 SI 전문 개발자’들도 존경합니다.

존경하는 이유는 SI 개발 환경이 굉장히 열악함에도 개의치 않고 계속 일을 해내기 때문입니다.

SI를 나가면 일단 내 회사가 아닌 남의 회사에서 일하는 것 자체가 불편합니다. 남의 회사이기 때문에 급조한 의자와 좁은 책상이 불편하고, 갑의 여러가지 요구에 시달려야 되고, 무엇보다 새벽 또는 밤샘 작업까지 당연하게 해야 되는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게 됩니다.

저는 최근 4일 연속 철야 작업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제대로 열악한 SI 개발을 경험하게되니 다시 한번 SI 전문 개발자들이 존경스럽기 까지 했습니다.

저는 가끔 SI개발을 경험하곤 했습니다. 경험할때마다 다시는 SI개발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며, 나름대로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다시 SI 개발 프로젝트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갑작스럽게 SI 프로젝트에 파견나가게 되었습니다. 날씨는 쌀쌀해졌고 사무실은 건조해서 그런지 마음도 쌀쌀하고 건조해 졌습니다.
                   
얼마 있다가 저 혼자 이 프로젝트를 할 수가 없다는 것을 그곳의 윗사람도 판단을 하고 저와 같이 일할 개발자를 투입시켜 줬습니다.

일하는 그곳이 ‘갑’이라면 같이 일할 개발자는 ‘을’회사의 직원이었고 저는 ‘병’이었습니다만, 저는 이 프로젝트 전담 개발자였고 새로 투입한 개발자는 다른 프로젝트 하다가 잠시 저를 도와주는 개념이었습니다.

보통 첫인상을 보고 몇 번 업무 대화를 나누면 나와 호흡이 맞을지 판단이 대충 잡히는데 이 개발자는 모난게 없이 마냥 성격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항상 웃는 모습이 ‘싱글벙글’ 이라는 단어가 저절로 떠올랐습니다. 편의상 이 개발자를 ‘싱글벙글 개발자’라 부르겠습니다.


그 뒤로 싱글벙글 개발자와 둘이 조촐하게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싱글벙글 개발자가 마냥 좋은 사람이라 프로젝트업무도 원할히 진행될 것 같고, 저를 친구처럼 잘 챙겨줌에 따라 마치 '추위를 녹여주는 난로'가 옆에 있는 것 같아서 이곳 생활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사람과 일한다고 해도 열악한 SI는 어쩔수가 없습니다. 조만간 여러가지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일정은 더디게 진행되고, 갑의 요구사항은 늘어가고, 그렇다고 갑이 업무진행을 도와주는 것도 아니라 알아서 하라고 냅두고, 일정은 따라잡아야 겠기에 진행은 하는데 테스트 환경까지 먹통이 됨에 따라 사면초가에 놓인 극도로 짜증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오늘 여기까지 하지 못하면 더욱 심각한 상황에 놓일 바로 그 상황에 닥치게 되었을 그 때, 나는 좀더 늦게까지 일하기로 했고 싱글벙글 개발자는 너무도 답답하여 일단 집에 가기로 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저녁 식사를 먹고 왔는데 싱글벙글 개발자가 위의 쪽지를 남겼습니다. 처음에는 무심코 읽고 말았는데 곱씹을수록 감동적이었습니다.

요즘같이 삭막한 세상에, 같은 회사 동료끼리도 자기 이익 찾는 이 마당에, 이제는 순수함을 찾기 힘든 삭막한 이 나이에, 무엇보다 소속도 틀렸던 싱글벙글 개발자는 초등학교 아이의 순수함이 담긴 쪽지를 저에게 남겼습니다.

옛날 초등학교 때 친구랑 싸우고 받았던 화해의 쪽지 이후로 처음 받아보는 쪽지 였습니다. 아직도 초등학생 같은 순수함을 가진 사람이 옆에 있다는 사실에 나는 업무의 고단함을 잠시 잊을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문득 생각이 들었습니다. 프로젝트가 마무리 되면 이 쪽지와 사연을 블로그에 올려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도 열악한 프로젝트는 변함이 없었고, 우리는 저번주 극한의 4일 연속 철야작업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사람을 판단하고, 저 사람과 진짜 친한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은 극한의 상황에 놓였을 때 저 사람이 어떻게 변하는가~ 일 것입니다.

극한의 상황에 놓이게 되면 아무리 좋은 사람이고 친한 사람이라고 해도 자기 이익을 우선 찾게 됩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극한의 철야작업 4일 내내 싱글벙글 개발자는 한번도 짜증을 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자기가 일을 먼저 끝내면 도울일 없냐며 제가 담당한 일을 같이 도와주었습니다.

싱글벙글 개발자가 저렇게 헌신하니 저 또한 제일을 끝내면 바로 싱글벙글 개발자의 일을 도와주었습니다.

그렇게 나흘을 버텼습니다. 유체이탈을 경험할 정도로 몸과 정신은 혼미했지만 ‘추위를 녹여주는 난로 같은 싱글벙글 개발자’가 옆에 있었기에 버틸만 했습니다.

생각할수록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여지껏 몇번의 프로젝트를 경험하면서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트러블은 항상 있었는데, 트러블이 있기는커녕 극한의 상황에서도 오히려 십시일반 서로 보듬어주고 도왔던 경우는 처음이었습니다.

극한의 4일 연속 철야작업도 처음 경험 했지만, 극한의 상황을 무시하는 동료와의 완벽한 호흡도 처음 경험했습니다. ‘추위를 녹여주는 난로’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꺼지지 않았습니다.


4일 철야작업이 지나고 금요일이 지났는데 불행하게도 토요일날도 나오게 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토요일날은 큰일은 아니었기에 다 출근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저는 혼자였고 동료 개발자는 가족이 있었는데 그래서 주말에는 항상 바쁘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기억하고 있던 저는 싱글벙글 개발자에게 간단한 일이기 때문에 나 혼자 나와도 될 것 같으니 쉬라고 했습니다.

싱글벙글 개발자는 싱글벙글~ 웃으며 말도 안된다고 말하며 끝까지 함께 깔끔하게 마무리 짓자고 했습니다. 나라면 못 이긴척 쉴것인데 싱글벙글 개발자는 끝까지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덕분에 토요일 작업은 깔끔하게 마무리 되었고, 이번주 싱글벙글 개발자는 새로 시작하는 자신의 프로젝트로 투입됐고 저는 지금 맡은 프로젝트를 마무리 중입니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한결같이 웃음을 잃지 않고 동료를 보듬어주는 싱글벙글 개발자를 보며, 저는 진정한 동료애로 사람을 감화시켜 저절로 따르게 하는 리더십은 이런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에게 추위를 녹여주었고, 사람에 대한 배울점을 찾게 해주었고, 사람에 대한 희망을 다시 찾게 해준 그분께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트러블 없는 동료간의 완벽한 호흡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해야 될지 감을 잡을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나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언젠가 제가 꼭 실천할수 있을때까지 싱글벙글 개발자 '이대리님'을 생각하며 노력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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