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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쓰기/연습장

성주산 청설모는 맥북을 좋아해요?

저는 길고 긴 글쓰기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6월달은 집에서 하루종일 글을 쓰던 날들이었습니다. 오로지 글쓰기만 하던 날들이라 나중에는 나에게 이런 날들이 있었구나~ 하며 아늑한~ 추억이 될것 같습니다. 글은 쉽게 써지지 않아서 답답했습니다.

6월의 그날도, 점심을 먹었더니 엄청난 식곤증이 몰려오고, 날은 덥고, 문장은 생각나지 않아서 답답했습니다. 문득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그래~ 동네 뒷산 공기좋고 시원한 성주산으로 가서 일하는거야~' 성주산은 부천의 유명한 산 입니다. 뒷산이라고 하기엔 좀 크고, 전국적으로 유명한 산이라기에는 작은 산입니다. 최근에 매일 아침마다 성주산을 타면서 머리와 호흡기 계통이 상쾌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래서 성주산에 가면 글도 잘 써질것 같았습니다.

그날 오후 3시에 노트북 매고 성주산으로 갔습니다. 한창 해가 따가울때라 엄청덥고, 노트북은 엄청 무겁더군요. 땀을 많이 흘리며 겨우 산 중턱에 올라 적당한곳에 짐을 풀었습니다.




저기 보이는 예쁜 노트북은 맥북입니다. 처음에는 왜 윈도우와 호환되지 않는 맥북을 쓰는지 의심스러웠지만 쓰면 쓸수록 맥북이 마음이 들었습니다. 과장일수도 있는데 내가 주변에 말하길, 맥북은 발달된 외계인이 쓰던 컴퓨터다~ 라고 얘기합니다. 디자인도, OS 인터페이스도, 기타 프로그램도 윈도우와는 차원이 틀릴정도로 혁신적이더군요.

저 벤치에 자리를 풀고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역시 공기좋고 시원해서 그런지 작업이 잘 진행되더군요. 그런데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내 주변에서 작은 동물이 포착되었습니다.


오~ 흔들리는 사진속의 저놈은..


다람쥐인지 청설모인지 하는 녀석이었습니다. 청설모의 움직임을 과장해서 표현하면, 사람의 눈으로 따라가기 힘들정도로 빨랐습니다. 저는 저놈이 사라지기 전에 언능 사진을 찍혀야겠다고 생각하며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청설모를 계속 유인하기 위해 '연양갱'을 동그랗게 만들어 저곳에 올려놓았습니다.

[저 연양갱을 약간 쪼개서]

[저 자리에 올려놓았더니..]

처음엔 연양갱의 달콤한 냄새를 못맡는것 같더니 어느새 달려와서 냠냠~ 먹더군요.




청설모는 연양갱을 먹고 금새 사라졌습니다. 그래도 저는 청설모가 곧 다시 올것이라 생각하고, 연양갱을 계속 저위에~ 올려놓았죠. 아니나 다를까~ 몇분있다가 청설모가 조용히 다가오더니 번개같이 먹습니다. 한 3번은 계속 연양갱을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이놈이 나에 대한 경계를 많이 풀고, 내 주변을 어슬렁~ 어슬렁~ 거리더군요.


[내 주변을 어슬렁..어슬렁..그래도 귀여운 놈이라 즐거웠다.]


저는 잠깐 일어나서 몸을 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청설모가 내 벤치 앞으로 달려 오는겁니다. 그러더니 제 맥북을..






으쌰~ 점프하며, 제 맥북을 탐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마치 맥북을 탐내는 듯한 청설모의 애절한 저 모습, 인간만이 알고 쓸수 있는 저 물건을 청설모는 알고 있는것일까요?.... 사실은 맥북 주변에 연양갱이 있어서 그랬겠죠. 일종의 낚시 제목이었습니다. ^ ^;

청설모 덕분에 뜨거운 초여름 어느날을 즐겁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 뒤로는 아무리 저자리에 가보아도 청설모는 다시 안나오더군요. 연양갱 좋아하고 맥북을 만져본 청설모가 건강하게 오래 살길 바랍니다.

[나는 청설모가 연양갱 먹던 저 자리에 맥북을 올려놓고 마무리 작업한 다음 집에 돌아갔다.]

산골이덧1) 저때 글쓰기 작업이 굉장히 잘됐습니다. 잠도 안오고 술술 풀리더군요. 근데 다시는 글쓰러 산에 가지는 않았습니다. 왜냐면 모기한테 굉장히 많이 물렸거든요. 산속의 모기는 낮부터 활동하고, 그 독성이 무지 강하더군요. 3일 고생했습니다. 그리고 산에서 노트북 들고 작업하는게 왠지 뻘쭘하고 위험할것도 같았습니다.

동영상 특별 부록) 연양갱을 원하는 청설모의 속마음

00:11 : 아저씨 연양갱 먹으로 왔어~ 연양갱 어딨어~
00:18 : 우쒸~ 연양갱 없잖아 나 뒤돌아 있을테니깐 연양갱 올려놔~
00:23 : 아저씨 연양갱 올려놨어~? 우쒸~ 연양갱 없잖아~
00:29 : 아저씨 내가 좀 빨랐지? 좀더 기달려줄테니 어여 연양갱 올려줘~
00:34 : 연양갱 이번엔 올려놨어~?
00:35 : (애처롭게 날 보며) 아..아저씨 미워..
00:44 : 나 아저씨 좋게 봐서 놀아줄라고 했는데 아저씨 미워..나 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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