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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쓰기/연습장

설악산 1박2일 비박 종주 후기, 1박2일 야생 체험

“거친 숨소리가 귀에 울렸다. 거친 숨소리는 내 입에서 나왔다가 다시 내 귀에서 거칠게 울렸다. 눈 앞에는 드 넓은 광경이 펼쳐져야 하는것과는 다르게 빨간 철제계단이 눈 바로 앞 80도 경사각으로 까마득하게 도열했다. 한발을 디딜때마다 10Kg이었던 배낭의 무게는 배수로 늘어나서 어깨의 통증은 깊은 불기둥으로 점점 빠지는 듯 했다. 허벅지는 떨리고 무릎은 신경이 끊어지는 느낌을 전한다. 종아리의 무수한 신경이 생전 겪어보지 못한 중력의 압박에 비명을 지른다. 내 몸의 모든 근육과 뼈와 신경들이 니가 왜 나서서 우리들에게 이 고생을 시키느냐~ 며 고함을 지른다. 나는 겨우 답한다. 내 몸의 모든 것들아~ 화내지 마라~ 나도 마찬가지다. 내가 왜 사서 이 고생을 하지? 나도 괴롭다.

내 앞의 철인이며 축지법을 쓰는 기인 같은 친구가 나에게 말한다. “친구야 조금만 참아라~ 이제 곧 정상이다~” 힘을 북돋는 친구의 말은 내 거친 숨소리와 섞이면서 잡을 수 없는 환청으로 작아졌다. 하지만 나는 불굴의 정신이 아니라 인생의 운명에 내 몸을 던진 자포자기 상태로 한발한달 몸을 내딛는다.

부들부들 한발을 내딛었다. 정상이다. 갑자기 3D맥스 영화관에서 보는듯한 광경이 펼쳐졌다. 갑자기 사방에서 달려드는 압력은 시원한 바람이었다. 눈앞에 펼쳐지는 웅장한 광경과 시원한 바람은 알람시계가 되어 순간순간 고함을 지르던 고통의 꿈에서 깨어나게 해주었다. 정상에 올랐더니 언제 그랬냐는듯 고통의 악몽에서 깨어났다.

배낭을 내려놓고 물을 마셨다. 얼음물을 마시는 순간 얼음같이 시원한 에너지가 빠짐없이 온몸 구석구석 전송되었다. 나한테 고래고래 고함치던 내몸의 모든 것들은 얼음물의 강력한 에너지를 전송받자 그때서야 웃음을 터트린다. 나와 내몸의 모든 것들이 똑같이 탄성을 질렀다. “그래 이맛이야~”

친구와 함께 먹은 쵸코바는 얼음물과는 조금 다르게 그 달콤하고 묵직한 에너지를 천천히 그러나 온몸에 구석구석 전달했다.

정상에 서서 까마득히 펼쳐지는 녹색 또는 바위색 풍경을 응시했다. 몇달간 눈 바로 앞을 압박하던 회색 건조한 도시 풍경의 때를 벗겨주는 광경이었다. 그제서야 저절로 이런말이 나왔다. “이 맛에 산에 가는구나~” “


위의 독백은 설악산 1박2일 비박 종주 가서 설악산 금강굴 코스 하나 타고 내려왔다가 다시 10kg배낭 매고 808빨간 계단을 거쳐 울산 바위 올라갈때 느낀 고통과 즐거움을 묘사한 것이다. 당시의 느낌을 하나도 빼먹지 않고 정밀하게 표현해 보려 했더니 머리에 쥐가 난다. 벌써 한달이나 지난 일이다.

등산, 수영, 낚시등의 레져 생활을 즐기는 친구따라 설악산 1박2일 비박종주를 함께 하기로 했다. 하나 특별한것은 ‘비박’ 이라는 노숙 장비를 이끌고 산을 타면서 노숙을 하는 것이다. 지나고 보니 무식이 용감했다.

[처음엔 설악산 금강굴 코스로 올라갔다. 처음에 숲길은 향기로운 숲냄새와 맑은 공기가 너무도 좋았다. 그런데 저 10kg배낭의 묵직함을 보면, 대부분 비박 장비 때문이다. 뒷모습 보기만 해도 무거워 보이네..]
 
[같이 갔던 친구의 모습, 듬직한 모습이 딱 봐도 산을 잘탈것 같은 포스를 풍긴다. 아닌게 아니라 헤라클래스~ 같은 친구]

[숲도 좋고, 물도 좋고..다 좋다. 우리는 설악산 금강굴 코스를 거쳐 본격적인 종주를 타기로 계획했다.]

[그런데 우리의 위대한~ 계획인 '설악산 1박 2일 비박 종주'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 본격적인 험한 코스를 타기전 지나치는 관리 사무소에서 우리를 가로 막았다. 5월 15일 까지 산불조심기간이라 금강굴 코스 이후로는 절대로 갈수 없으며, 비박도 절대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비박을 할 수 없다.. 우리의 본래 목표..우리가 힘들게 무거운 배낭을 들고온 이유가..우리가 서울에서 굳이 멀리 이곳까지 왔던 이유가 송두리째 사라졌다. 우리는 순간 멍했지만..어쩔수가 없었다. 관리 사무소 아저씨가 비박 배낭을 저곳에 맡기고 금강굴 올라가야 안심하겠다고 하여 우리는 배낭을 맡기고 금강굴로 올라갔다. 참고하시길.. 한창 산불이 심할때는 1박2일 종주, 비박, 등이 절대 안된다고 한다. ;]

[금강굴 올라가는 길은 힘들었지만 배낭을 놓고 갔기에 견딜만했다. 금강굴에서 찍은 풍경은 그저 웅장하고 아름다울 뿐이다.]

[금강굴 정상은 좁았는데 좁은 난간에 기대 아래를 바라보니 아찔했다. 금강굴을 내려와서 우리는 어긋난 일정을 어떻게 바꿔야 될지 얘기를 나누었다. 친구는 당일 코스로 하나 더 탈 수 있는데 울산바위 코스를 탔다가 내려와서 근처 낙산 해수욕장에서 비박취침을 예정대로 진행 하자고 하였다. 좋은 생각이다. 친구의 위기대처능력이 돋보였다.]

[이곳이 내가 이 포스팅 머릿말에 묘사했던 울산바위의 808계단이다. 빨간 철제계단의 경사는 가파랐고 그 끝이 보이질 않았는데 우리는 한번 금강굴 코스를 타서 힘을 뺀다다가, 10~13Kg배낭을 메고 저곳을 오르자니 정말 머릿말에 묘사했던 고통 그대로 힘들었다. 중간에 잠깐 쉬면서 찍었다. 그런데 저 친구를 보라. 저 친구는 그렇게 힘들어 하지 않은 표정이다. 무서운 놈~]

[힘들게 올라간 울산바위의 광경은 웅장하고 시원했다.]

[친구를 자꾸 모델삼아 올려본다.]

[울산바위를 내려와 설악산 국립공원을 나오면 바로 바닷가다. 근처로 가면 낙산해수욕장이라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설악산으로 몰리는것 같다. 산의 숲향기도 마시고 탁 트인 바다도 보고 얼마나 좋은가. 자주와야 겠다.]
 
[왠 황량한 벌판인가. 여기는 낙산 해수욕장의 아마도 텐트촌 같은 곳이다. 여기 넓은 벌판에 우리는 저기 보이는 비박 장비를 설치했다. 이번 후기의 하이라이트 비박 취침이다. 움화화~]

[비박 장비를 보기좋게 설치한 정면모습이다. 가운데 각종 장비를 놓고 우리는 저 안에 들어가 취침하게 된다. 누가 장비를 훔쳐갈까봐, 술취한 누군가 해코지 하지 않을까, 야생동물?이 해코지 않을까 나는 걱정하기 시작했다.]

[비박장비 안에 살짝 들어가보았다. 생각외로 따뜻하고 아늑했다. 그래도 막상 이 위험천만한 곳에서 잘생각을 하니 앞이 깜깜했다. 엄니~]

[풍부한 야생 체험 경험이 있는 내가 레져맨~ 이라 부르는 친구는 익숙한 솜씨로 스펨을 굽는다. 우리는 맛있게 저녁을 먹고 술한잔에 인생을 논했다. 우리는 잠을 청했다. 피곤한 몸에 비박 안이 아늑해서 잘 잘수 있을꺼라 기대했지만 사실 제대로 자기 어려웠다. 매서운 바람에 비박이 펄럭거렸고, 몸이 땀에 절어서 찐득찐득 습기가 불쾌했고, 사람이나 동물이 해코지할까봐 걱정이 되서 잠이 잘 오지 않았다. 1박2일 프로그램의 연예인들이 어떻게 고생하는지 이해할수 있었다. 정말이지 밖에는 매서운 바람 불고 몸은 제대로 씻지 않아 불쾌하며 외부와의 혹시 모를 공격에 바로 노출되어 있기때문에 잠을 제대로 자기 어려웠다. 하지만 옆에 친구는 코 골면서 잘잤다.]



[우리는 이른 새벽부터 아침해를 보고 그 아름다운 풍경을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 기다렸다. 비박에서 잠을 설쳐 일찍 일어났기 때문에 오히려 아름답고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아~ 멋있다~ 최고다~ 산과 바다 제일 아름다운 풍경을 동시에 경험한 최고 멋진 여행 중 하나였다. 이 멋진 경험은 전적으로 듬직한 친구 덕분이다. 친구는 수영을 배우면서 친하게된 친구다. 수영도 배우고 이런 멋진 친구도 알아서 뿌듯하다. 친구에게 고마운 마음을 다시 전한다.]

그리고 우리는 서울로 돌아왔다. 이번 등산에서 얻은 경험, 등산수첩
1. 설악산 국립공원은 등산할수 있는 코스도 무척 많고 근처가 바로 바닷가이기 때문에 산과 바다를 동시에 경험할수 있는 최고의 관광 코스였다.
2. 산불 조심 강화기간에는 1박이상 종주가 가능한지 비박 취침이 가능한지 꼭 확인한다. 우리는 잘못하면 무겁게 배낭 들고 와서 빈손으로 돌아갈뻔 했다.
3. 배낭 무게를 최대한 줄여서 가자, 나는 줄이고 줄여 10kg으로 갔지만 나중에 다리보다 어깨가 더 아파서 특히 힘들었다.
4. 당일 등산은 몰라도 1박 이상 종주, 특히 비박종주는 미리 체력을 키워서 가야겠다. 비박장비 챙겨가면 배낭 무게가 두배이상 무거워 진다. 예정대로 1박2일 종주가 진행됐다면 정말 힘들었을 것 같다. 앞으로 당일 등산을 통해 등산 경험과 체력을 쌓아야 겠다.
5. 수영의 효과를 체험했으며 등산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느꼈다. 예전에 산을 타면 특히 폐가 터질듯이 못견뎌 하는 경험을 했었는데 오늘 등산은 하루에 무거운 배낭 매고 두 코스 뛰었지만 폐가 힘들다는 느낌은 크게 들지 못했다. 하지만 다리쪽은 부들부들 힘들었고, 그 이후에도 일주일내내 알이 안풀려서 고생했다.
6. 비박 경험은 평생 경험하지 못한 소중한 경험이었지만 그 안에서 잠을 청하기는 쉽지 않았다. 자꾸 경험하면 나아질지는 잘 모르겠다.
7. 등산은 정말 힘들지만, 등산 끝에 얻는 성취감을 생각하면 앞으로도 취미삼아 많이 다녀야 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