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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쓰기/리뷰

삼국지 경영학을 읽고 (추억과 교훈 되살리기)

학생때로 되돌아 갔을때 무엇이 제일 떠오르냐고 묻는다면 그중 하나가 삼국지이다. 삼국지는 소설도 읽고, 만화책도 읽고, 삼국지 게임도 밤새워 하고, 친구들과 내가 좋아하는 장수를 놓고 한바탕 말싸움도 하는등 내 학창시절의 중요한 문화적 요소였다.

삼국지는 나 뿐만 아니라 학생, 청년들과 회사의 간부들까지 즐겨 읽는 영원한 스테디셀러일 것이다. 삼국지에는 내가 존경할만한 영웅이 있고, 약자를 응징하는 통쾌한 승리도 있고, 지적 쾌감을 느끼게 하는 화려한 전략이 있고, 촉나라의 슬픈 종말이 눈시울을 적시게도 한다.

그래서 관련 해설서도 부지기수로 출판되었다. 그러나 항상 삼국지 정본을 읽는것만 못했다. 삼국지의 내용과 그럴듯한 성공공식을 끼워 맞추면 비교적 쉽게 책 한권이 완성되기 때문인것 같다. 그렇다면 이 책은 과연 어떤책일 것인가?

“고단한 현실에 찌들어 잊었던 삼국지의 교훈과 추억을 되살려주는 한편의 특집 역사 다큐맨터리 같은 책이다.”내가 이 책을 읽고 떠오르는 이미지 이다.

책 한장~한장~ 읽을수록 학생때 읽고 느꼈던 수많은 삼국지의 장수들과 주요 사건들이 내 머릿속의 그림자 에서 하나씩 튀어나온다.' 아~ㅁㅁ가 이때~그랬었지~' '그래~제갈량이 이때 조조를 이렇게 골탕먹였었어~' 라는 감탄사가 계속 튀어나왔다. 이 책이 주는 최대 즐거움은 학생때 감명깊게 읽었지만 살다보니 잊었던 옛날의 추억이 수시로 되살아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삼국지의 교훈과 지은이가 경영학 측면에서 접목한 해설이 새롭게 와 닿았다.

조조, 결점없는 깔끔한 천재

조조의 성공비결은 간단하다. 조조자신이 결점없는 깔끔한 천재이기 때문이다.
 
개인능력이 월등히 뛰어났다. 조조자신이 정치, 경제, 전략등의 군주로서의 필수 지식과 문학과 예술에도 조예가 깊어서 모든 학문에 통달한 인재였다. 이런 비상한 조조에게 하나의 큰 나라를 움직이는 것은 그리 어려운일 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인재활용을 잘했다.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심지어 윤리적인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그 인재가 그 분야에 뛰어나다고 판단되면 골고루 활용하여 전쟁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문학 부분에서도 골고루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었다. 인재를 알아보는 안목과 관대한 인재 활용 정책은 수많은 인재들을 끌어모았다.

냉혹해야할때는 냉혹했다. 냉혹한 난세의 세계에서 큰 나라를 움직일려면 군주는 냉혹할 필요가 있다가 생각한다. 조조는 자신의 권위를 위협하는 세력이 있으면 당장의 욕을 먹더라도 과감하게 제거했다.

마무리를 잘했다. 이책에서 새롭게 발견하는 성공 비결은 죽기전의 마무리 일처리이다. 나이가 먹으면 생각이 둔해지고 자신의 성과를 과대평가하기 때문에 자만에 빠지고 나태해진다. 이때 후계자를 제대로 세우지 못하면 후세 또한 위태롭게 된다. 조조는 유비, 손권 과는 다르게 명확하고 똑똑하게 후세를 결정하여 마무리도 조조 이미지 답게 결점없이 깔끔하게 처리하였다.

유비, 궁극의 카리스마를 가진 달인

유비의 성공비결 역시 이것 하나로만 강하게 와 닿는다. 유비의 성공비결은 유비 자신이 사람을 끌어모이는 불가사의한 카리스마가 있어서 자신을 위해 충성을 바치는 헌신적인 인재들을 많이 확보하였기 때문이다. 내 부하들이 나를 향해 마음에서 우러나는 충성심을 가지게 만들수 있다는 것은, 그것이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여러 카리스마 중에서도 궁극의 경지에 도달한 카리스마라고 생각한다.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비결중 하나가 끝까지 일관성 있게 대의를 지키고자 하는 의지 일것이다. 그 어떤 곤경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대의를 추구하는 모습은 아랫사람이 볼때 한없이 위대해보인다. 속세에 찌든 평범한 사람은 결코 실천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유비는 50대까지 이런 대의를 실천하여 결국 자신이 살길을 마련한다. 지극히 간단하지만 지키기 어려운 성공비결이 아닐 수 없다.

유비의 실패 이유중 하나는 마무리가 부족했다. 유비가 노쇠하자 자신의 능력에 자만심이 들고 고집이 생겨서 관우가 죽고난뒤 무리한 군사출정을 하여 오나라에게 크게 패한다.

그외, 후계자 역량 부족, 제갈량외 인재의 절대적 부족, 자원의 절대적 부족등의 이유가 있겠지만 유비의 마무리가 특히 아쉬웠다.

손권, 유연한 정치의 달인

손권의 성공 비결은 군주로서 가지기 힘든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유연한 정치를 펼쳤다는 점이다.

명분보다 실리를 쫓는 외교와 인재관리로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었다. 그 예로 굴욕적이지만 때를 기다리며 조조에 아첨하면서 신하를 자처하기도 했다는 것이 있다. 버거운 원로 대신은 달래면서 다스리고, 패기넘치는 장수들은 그 패기를 전적으로 살려주어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었다.

다만 손권 역시 마무리가 엉망이었다. 황제가 된 뒤 자만에 빠져 신하들을 의심하고 자식들을 의심하여 충신이 떠나고 간신만이 남았으며, 뛰어난 태자는 죽여서 후계구도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다.

이렇게 조조, 유비, 손권의 성공 비결 과 실패의 원인을 이 책을 통해 다시 알아보았는데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학생때 느꼈던 교훈을 되살려서 좋았고 연륜이 풍부한 지은이의 해설로서 그 교훈들을 깔끔하게 가다듬을 수 있어서 유익한 책이었다.

다만 옛날에도 느낀것인데 삼국지를 읽으면 어려운 사회생활 해쳐나갈때 도움이 될것 같지만 실제로 도움이 되진 않았다. 삼국지의 귀신 같은 전략은 다소 꾸며진것이 있고, 삼국지의 성공 비결은 평범한 사람의 성공 비결이라기 보다는 정치가나 CEO등의 높은 사람의 성공 비결 때문이라고 보았다.

그럼에도 삼국지는 방대한 드라마가 주는 교훈이 영원한 스테디셀러이다. 삼국지를 읽은 사람들은 추억을 되살려서 좋고, 읽지 않은 사람은 수많은 삼국지의 교훈을 한번에 얻을수 있으니, 이 책을 골고루 추천하고 싶다.


삼국지 경영학
최우석 지음/을유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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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7월 4일 삼국지 경영학 저자와의 오찬 자리에 참석하여 사인 해주신 책을 받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