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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쓰기/연습장

부산 First Class 여행

1월 20일 토요일날 부산에 갔다. 사실 여행이라고 까지 부를 정도는 아니고 친구 누나 결혼식에 갔다.

약 보름간의 휴가 동안 그럴듯 하게 밖에 돌아다녔다고 말할만한 것은 이날 부산에 간적이 전부라, 나는 굳이 부산에 여행 갔다고 말하고 싶다.

토요일 오후 친구랑 KTX 타고 부산으로 출발했다. 일반석의 좌석이 비좁았지만 깔끔한 열차시설과 비교적 정확한 도착시간에 놀라, 우리나라가 많이 발전했다는 뿌듯함을 안고 부산에 도착했다.

길거리의 이쁜 젊은 여자들을 보며 나름대로의 첫인상을 생각하는것 처럼 부산이란 도시는 첫인상이 좋았다. 바다를 접해서 그런듯한 탁트인 넓은 이미지, 화려하진 않지만 깔끔한 건물들이 먼길 여행온 나를 기분좋게 하였다.

친구들을 만났다. 자기 누나가 결혼하는 친구는 친구들이 멀리서 내려온것에 너무도 고마워 하며 호텔도 잡고(사실은 4인용 온돌식 관광호텔 이지만..) 맛있는 해물 음식도 사주면서 우리를 즐겁게 해줄려고 열심히 노력 하였다. 이런 모습이 참 멋지고 나도 배워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결혼식 때는 영화 홍반장의 주인공처럼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누나 결혼식을 무사히 마치는데 노력하는 모습 역시 보기좋았다. 마치 공사현장을 진두지휘 하는 감독관 같았다.

29살 먹은 아저씨들중에 유일하게 여자친구 있는 놈이 그 부산친구였는데 여자친구가 좋아할만한 이유가 다 있었다. 그 친구는 모든 일에, 모든 사람에게 성실하였다.

부산 여행중 기억에 남는것은,

곰장어 - 자갈치 시장에서 곰장어를 처음 먹었다. 곱창처럼 질기지도 않으면서 쫄깃하게 씹히는 맛이 일때문에 쌓인 스트레스가 씹으면서 다 풀릴정도 였다.

예식장 부패 - 최근에 여러 결혼식을 다녔지만, 세상에.. VIPS, TGI 등의 고급 패밀리 레스토랑보다 맛있는 훌륭한 예식장 부패는 처음 가봤다. 해산물, 중국요리, 한식, 튀김, 고기, 디저트 등이 골고루 맛있게 배치되었는데, 나중에 후회 안하기 위해 배가불러도 계속 꾸역 꾸역 먹었다. 부산 예식장 부패는 다 이럴까? 결혼식이 다 이런 부패 라면 친하지 않은 사람 결혼식에도 꼬박 참석하고 싶을 정도였다.

마파도2 - 돌아오는 KTX 예약이 늦은시간에 되는바람에 남는 시간동안 친구들과(친구의 여자친구 포함) 마파도2를 보았다. 나는 스릴러물인 '데자뷰'를 보고 싶었는데, 친구의 여자친구가 자막 읽기 불편하다고 마파도2를 보고싶다고 했다. 나는 다분히 문서지향적(?) 이라 자막 읽는게 불편하진 않은데 자막 읽는거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는것을 그때 처음 느꼈다

사실 마파도2는 어지간히 재미없었다. 마파도2의 내용보다 기억에 남는것은 친구와 친구의 여자친구와의 스킨십이었다. 연인들이 영화관에서 이루어지는 스킨십이 이렇구나..싶었다.

내 친구 커플을 보며..나는 옆에 아저씨 같은 내 친구랑 스킨십 하고 싶을정도였다.

KTX 특실(First Class)을 타다 - 부산에 친구 한녀석이랑 같이 내려갔다. 내려갈때는 친구가 KTX 비용을 내고 올때는 내가 내기로 했다. 그런데 올라올때, 일반석은 너무 늦은시각에 몇장만 남았고 그나마 가장 빠른시간은 특실만 있었다. 나는 고민끝에 친구 포함 14만원을 내고 특실을 예약했다.

처음에는 기분이 상했지만, KTX 특실 타는것도 추억아니겠냐 라며 위로 하고 친구하고 같이 특실을 타고 서울로 돌아왔다.

정장을 입고 KTX First Class를 타는 느낌이 마치 내가 지방출장 갔다 돌아오는 회사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팀장님 같았다.

이틀간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역시 다른곳을 간다는것은 여러가지 재밌는 추억을 남기는것 같다. 그래도 그중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모든지 성실하게 대하는 부산친구의 멋진 모습이었다.

친구들에게, 결혼식에서 누나를 위해, 여자친구를 위해 성실하게 뛰어다니는 모습은 만사 귀찮어 하는 내가 배워야 할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