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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쓰기/연습장

동원4년차 훈련 다녀오다. 정보로부터의 단절 효과

오랜만에 컴퓨터 책상에 앉아 블로그질 끄적끄적 하는데 그것 참~얼마나 했다고 벌써 눈이 뻑뻑하게 돌아간다. 나을 것 같았던 기침도 불쑥 튀어나온다.

이번 2박3일 예비군 훈련 가면서 이왕 가는 거 이런 것 좀 해결하고 왔으면 좋겠다고 기대하고 갔다. 지루하고 지루한 동원 훈련 갔다 온 분이라면 동원 훈련 가면서 무엇인가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저 놈 참 별난 놈일세~ 라고 의아하게 생각할 것 같다.

- 정보단식 즉 컴퓨터, 핸드폰, TV등의 문명의 도구로부터 완벽한 이탈을 통한 잡념 제거
- 정보단식으로 안구 건조, 오른쪽 눈 아래 근육 떨림 등의 눈 문제 해결 또는 당분간 잊어버리기
- 정보단식과 관련하여 요즘 의자에 너무 앉아서 엉덩이 아픈 문제 해결 또는 잊어버리기
- 공기 좋은 곳에 있어서 기관지염 해결

내가 간 곳은 시골의 거대한 어느 부대였다. 정말 거대했다. 옛날 훈련 때 ‘3보 이상은 구보’ 라는 말이 있었는데 여기는 ‘3보 이상은 버스’ 라고 말할 정도로 버스로 이동해야지만 일과 진행에 무리가 없을 정도로 거대한 하나의 소도시였다. 그리고 이 거대한 부대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한적했고 건물이 미국 도시처럼 넓게~넓게~ 퍼져있어서 눈이 보는 곳은 대부분 파란 풀밖에 없다.

그래서 일단 눈 문제는 완전히 잊을 수 있었다. 오른쪽 눈 아래 근육 떨린 증상은 몇 주 가던 것이 하루 만에 없어졌고, 눈 뻑뻑한 증상은 거의 못 느꼈다.

엉덩이 아픈 것도 못 느꼈다. 기침도 그곳에서는 거의 안 했다. 다만 기침이 완전히 떨어져 나가길 바랬는데 둘째 날이 서늘해서 중간에 다시 도졌다. 그래도 부대 내에서는 기침이 거의 나오지 않았다.

모처럼 정보단식도 하니 잡념도 없어져서 마음이 편했다. 중간에 학과장에서 컴퓨터를 만질 기회가 있었지만 지금의 단식상태의 느낌이 좋아서 전혀 손대지 않았다. 문명의 도구로부터 잠시나마 완벽하게 이탈되니 문명의 도구들이 발생시키는 근심 걱정으로부터 잠깐이나마 해결된 듯 했다.

이렇게 답답한 더위처럼 답답한 지루함을 올해도 사정없이 느끼고 돌아왔더라도 정보단식을 통한 기대들을 나름대로 채우고 와서 좋았는데, 불과 집에 돌아와서 컴퓨터 몇 분이나 했다고 눈이 다시 뻑뻑해지고, 기침도 나오는지~ 거참~ 허탈해지는 마음을 허탈하기 짝이 없는 무 형식의 시로 낙서질 하여 읊어보고 싶다.

거대하게 탁트이고 한적하게 펼쳐지는 내 앞의 광경, 눈을 편하게 하고
풀밭이고 시골이라 풀 향기가 느껴지는 편안한 공기의 느낌, 폐를 편하게 하고
정보로부터의 완벽한 단식, 머릿속을 짓누르는 전자파 같은 잡념을 없애준다.

그리하여 몸과 마음 어느 한편 편하였는데

자유분방 아저씨들 40여명 한방 쓰는 옛날 내무실,
무거운 군장차고 통제되는 2박3일,
답답한 더위처럼 답답하게 지루한 2박3일,
10시에 칼 취침, 잠은 오지 않고~
설잠잔 다음날 기상하며 드는생각, 답답한 2박3일 언제 가나~
자고자고 또 자고 잠 안오면 천장만 멀뚱멀뚱

지루함속에 다가온 반가운 퇴소식,


오랜만에 집에오니 반겨주는 내 컴퓨터,
몇분만에 다시 뻑뻑대는 눈의 느낌,
비싼의자 상관없이 느껴지는 엉덩이의 압박,
빽빽하게 들어선 건물로부터 느껴지는 탁한 공기로부터 발생되는 듯한 기침,

그렇다고 무시무시한 지루함을 다시 경험하긴 싫고,
드는 생각은 역시 하느님은 참 공평하시다~

좌우지간 어떻게 하면 눈이 편하고, 폐가 편하고, 마음이 편한지 잘 알았으니 한번 방법을 고민해서 생활 패턴을 바꿔야겠다.

역시 지루한 동원훈련에서도 무언가 얻고자 하면 얻어지는 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