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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쓰기/연습장

당구에서 경제를 배우네

* 작년 가을 펀드/변액유니버셜 포함 500가까운 손해를 보고, 당시 점심 당구를 열심히 칠때 연속으로 물린 후 쓴 글입니다. 비공개로 묶여있길래 발행합니다. ^ ^;


요리를 하던 예술을 하던 운동을 하던 그 속에 인생이 녹아있다고 보는데 그 중 요즘 열심히 배우는 당구에도 인생이 담겨있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당구중 사구에서 빨간공 두개를 맞추면 점수를 따지만 흰공을 맞추면 ‘히로’라고 불리는 (-)감점을 당하게 된다. 당구를 잘 못치는 초보자는 처음에 ‘히로(감점)’를 의식해서 최대한 안전하게 친다. 하지만 안전하게 친다 해도 삑싸리~가 자주나면서 ‘
히로(감점)’를 자주한다.

시간이 지나 어설프게나마 당구를 치게 되면 ‘
히로(감점)’가능성이 있더라도 과감하게 치곤 한다. 그러나 어설픈 실력 덕분에 초보 때보다 더욱 더 ‘히로(감점)’를 당하게 된다.

사실은 고수들도 ‘히로(감점)’를 종종 당하곤 한다. 그러나 고수들은 ‘
히로(감점)’를 최소화하면서 게임을 진행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또는 만약 ‘히로(감점)’를 하더라도 ‘히로(감점)’를 만회할 실력이 충분히 있다.

당구는 백이면 백, 이백이면 이백, 자기 실력만큼의 점수를 안고 시작하기 때문에 공평하게 보이지만 사실 당구는 불공평한 게임이다. 겉으론 공평해 보이는 게임 규칙안에 하수들은 항상 고수의 밥이 되곤 한다. 빨간공 두개를 쳐서 점수를 딸 수 있는 확률은 혹시 맞겠지~ 라는 운 보다는 정교한 실력이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도 어설픈 실력을 가진 나는 혹시 맞겠지~ 라는 운에 기대를 하고 승부를 걸다가 어김없이 점심당구비 6천원을 내고 있다.


여기서 당구 게임판은 수익과 손실이 공존하는 재테크/투자 시장, 빨간공 두개 맞추는 경우는 투자 수익, 하얀공을 맞추는 히로(감점)는 투자 손실, 100, 200등의 당구 점수는 경제 지식이다. 

금융의 현인의 경지에 오른듯한 시골의사님이 투자가들에게 하는 조언이 당구에서 배우는 교훈과 비슷하다. 시장은 우리 같은 당구 실력 50, 80의 초보자들이 300, 500, 그 이상의 초고수들과 불공평하게 싸워야 하는 냉혹한 전쟁터이다. 이렇게 실력차가 월등한 시장에서 승자는 누구이고, 패자는 누구일까.

일정 수준의 경제지식 없이 이겨보겠다고 시장판에 뛰어드는 것은 당구 실력 50이 당구 실력 1000인 고수 여러명을 동시에 이겨보겠다고 나서는 것과 같다. 시골의사님의 조언처럼 일단 경제 공부부터 열심히 하고 승부를 걸어야 히로(감점)을 줄이고 패자가 되지 않는다.

요즘 무작정 투자로 500만원 손해보고, 금융 위기로 뒤숭숭한 세계를 보며 항상 머릿속에 ‘경제..금융..’을 떠올리다 보니 당구도 경제와 저절로 비교가 되고 있다. 이제 히로(감점)의 원인을 알았으니 부단히 실력을 닦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