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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쓰기/리뷰

토크쇼 화법을 읽고 (말이 아닌, 뜻을 잘 전달하는 방법)

중세 기사들이 애타게 신비의 성배를 찾는다. 결코 찾지 못하지만 성배를 부지런히 찾는다. 나에게 말잘하기는 성배 찾기 처럼 애타게 찾지만 지푸라기라도 잡기 힘든 어려움이었다. 그래서 몇권의 말과 관련된 책을 읽어보기도 했지만 역시 애매한 성배 찾기와 다르지 않았다. 그저 부지런히 책읽고 글쓰면 어떻게 말도 잘해볼수 있을까 고군분투하는 요즘 이 책을 발견했다. 표지는 가벼워 보였지만 내용이 무엇인가 있을것 같다.

저자는 10년 넘게 <이홍렬쇼>, <김용만, 신동엽의 즐겨찾기>등의 내노라 하는 토크쇼를 만든 배테랑 방송 작가로, 토크쇼를 제작하면서 얻은 말과 관련된 노하우를 책으로 정리하였는데, 단순히 말 뿐만 아니라 토크쇼를 원할하게 이끌어가기 위한 예절, 분위기, 셋트, 조명, 옷, 제스처, 캐릭터 등의 모든 대화의 요소를 잘 조합하여 말솜씨와 상관없이 즐거운 대화를 주고받기 위한 방법을 알려준다.

그 방법이 일반적인 말잘하는 공식을 끼워 맞춰서 고리타분한 것을 생색내며 알려주는 것이 아니고, 저자의 오랜 토크쇼 제작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설명하였기 때문에 구체적이고 실용적이었다.

그러나 이 책 또한 성배는 아니었다. 말을 잘하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해야할지 알려주지, 실제로 말을 잘하기 위한 로또 당첨번호를 알려주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노력하는 방법을 조금 더 정확하고 요령있게 알려 줄 뿐이다.

다만 그 방법이 저자의 오랜 경험 과 지식에서 우러나왔다는 점에서 신뢰할만 했다.

저자 김일중은 '토크쇼 작가' 가 직업으로, 1991년부터 2004년까지 SBS에서 <코미디 전망대>, <웃으며 삽시다>, <쇼서울서울>, <TV전파왕국>, <남희석, 이휘재의 멋진 만남>, <이홍렬쇼>, <이승연의 세이세이세이>, <김혜수플러스유>, <최수종쇼>, <김용만신동엽의즐겨찾기> 등의 굵직굵직한 방송 프로그램을 집필해 왔다고 한다.

이정도 경력이면 저자가 토크쇼와 관련된 경험과 지식을 머릿속 보물 창고에 산더미 같이 쌓아놨다고 봐도 될 정도다. 이런 작가가 작심하여 자신의 노하우를 전달하기 위한 책을 썼다는 것은 책에 저자의 주옥같은 경험과 지식이 많이 녹아 있을 것이라는 신뢰를 준다.

그런데 책 표지는 책안에 깊이 있는 경험과 지식이 들어있다고는 다소 판단하기 힘든 가벼움을 보여주고 있다. 내가 저자라면 저런 가벼운 표지 대신 깊이가 있고, 산뜻하고, 깔끔한 표지를 선택했을 것 같다. 표지만 보면 왠지 가벼운 처세술 책 같다.

저자 의 강점은 누구도 가지기 힘든 풍부한 경험과 지식이다. 내가 저자라면 이럴때~이렇게 해야한다~ 라는 설명문구 뒤에 자신의 실패나 성공 경험담을 많이 넣었을 것 같다. 이 책에는 지은이와 주변 연예인의 경험담이 들어가 있긴 하지만 분량 제한 때문인지 다소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내가 책읽기와 글쓰기 원칙을 나름대로 정한다음,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는 환경/습관을 구축하여 글 잘 쓰기 위한 물꼬를 텄듯이, 말을 잘하는 방법 또한, 토크쇼 화법에서 알려주는 원칙을 먼저 숙지하고, 말을 잘하기 위해 노력하는 환경/습관을 구축하는 것일 것이다.

토크쇼 화법
김일중 지음/중앙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