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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맨의 사직서, 다수의 온라인 전태일 열사가 되어보자

IT맨의 사직서

가슴 뭉클한 탄성이 내 속에서 진동한다. 이 글에는 절대 악플이 달리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수많은 개발자들이 공감과 울분이 실린 댓글로 저 서글픈 글을 뒷받침하리라 생각했다. 나도 저 글을 읽은 수많은 개발자중에 한명으로써 공감의 댓글을 달았다. 진심으로 그 분의 건승을 기원했다. 무관심과 냉소로 가득찬 남의 온라인 글 읽기에 이렇게 그 글과 내가 하나되어 공감하고 댓글로 내 마음을 표현한적은 없었던 것 같다.

“한달 풀출근하고 추석도 출근하래서 안나갔더니 원청 대기업의 수석이 우리 회사 사장한데 업무 비협조라고 시말서 쓰라고 한다.”

“아침 9시 출근 밤 12시 퇴근이 정해졌다. 일주일에 하루는 완전 날밤 샜는데, 그런 날은 아침 7시 퇴근해서 오후 3시 출근했다. 휴일은 한달에 하루. 빨래할 시간도 안준다. “

“처음 프로그램을 만들 땐 2주 동안 집에 3일만 갔다. 그것도 옷 갈아입으러. 그리고 사무실에서 날밤의 연속. 그렇게 1차, 2차, 또 다른 프로그램. 사무실 인근에 여관방을 잡아놓고 새벽 4시 퇴근 9시 출근했다. 당연히 주말은 없다. 3달짜리 프로젝트를 하루도 안 쉬고 4시간 자며 했더니 겨우 테스트 일정에 맞춰 개발했다.
그런데 바뀐 갑의 담당자 왈 ‘디자인 다시 하고 서비스기획 다시 하죠’”

저 글에 담긴 갑과 사장들의 횡포는 1960~70년대 열악한 봉제공장 노동자들을 보는 것과 똑같다. 참다 못해 온 몸에 기름 붓고 분신하여 열악한 노동환경을 세상에 전파한 전태일 열사까지 생각났다. 전태일 열사까지는 아니더라도 저런 미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무엇인가 움직여야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내가 IT맨의 사직서에 공감 하는 글을 쓸려면 나는 다음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

- 개발자로서의 실력이 갖춰있어야 한다. 겉만 번지르르한 프로젝트 참가하면서 경력 쌓인 결과, 실제로는 능력이 없어서 말만 많이 하고 주변에 피해만 주는 개발자. 나는 이런 개발자들을 몇 명 보았다. 먼저 사장이 연봉을 주는 이상의 내공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

- 개발자로서의 자세가 되어있어야 한다. 프로젝트가 정말 바빠서 모두가 힘들어 하는데도 나만 살겠다고 칼 퇴근 하거나 휴가 떠나는 개발자는 저 글의 갑과 사장의 횡포에 공감할 자격이 없다. 프로젝트가 정말 바빠서 야근 하는 상황 하고, 프로젝트 주변 환경과 갑과 사장의 잘못으로 야근이 많은 상황하고는 분명히 구분 지어야 한다. 어찌 됐건 모두가 같이 고생하는 프로젝트에서 자기만 칼 퇴근 하고 심지어 휴가까지 떠나는 개념 없는 개발자도 분명히 있었다.

그리고, 늦게 출근하거나, 일과 중 메신저, 웹서핑등의 잡일 하다가 야근하는 것과 갑과 사장의 무리한 요구 때문에 야근하는 것 역시 구별되어야 한다. 내가 참가한 어느 프로젝트 에서는 어차피 야근하니깐 일과 때 잡일 하면서 대충 보내다가 야근 때 겨우겨우~ 일하고 그 다음날 늦게 출근하는 개발자가 있었는데, 왜 늦었냐 하면 회사에서 야근 시켜서 그렇다고 우기는 개발자들을 보기도 했다. 이런 개발자들이 오히려 갑과 사장 불평은 더 하는 것 같다.

- 모든 갑과 사장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해야한다. 옛날 자기도 너무도 고생했기 때문에 지금 관리자 위치에 올라서서 지금의 열악한 환경을 고쳐보고자 노력하지만, 뜻대로 안돼서 괴로워하며 고군분투하는 관리자 분들도 많이 계신다. 을이 실수해도 참고 인내해주는 마음 착한 갑도 있었다. 우리가 분노해야 될 대상은 이런 분들은 아니다.

위의 개발자로서의 자세와 생각이 되어 있다면 위의 글에 마음껏 공감하고 분노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럴 정도로 IT현실은 60~70년대 봉제공장처럼 열악하다. 물질적으로 열악하다기 보다는 사장과 갑의 개념없는 마인드등의 정신적으로 열악한 것이 더 큰 문제이다.

갑과 사장의 끝도 없는 정신적인 열악함을 깨우쳐주기 위해서 우리는 먼저 개발자의 자세와 생각을 갖추고, 저분처럼 비교가 되진 않더라도 아주 작은 전태일 열사라도 되봐야 겠다. 웹2.0 시대의 장점이 무엇인가. 옛날에는 한 명의 선각자가 크나큰 희생을 치뤄야 했지만 지금은 다수의 작은 힘이 모여 한 명의 큰 힘을 능가하는 위키노믹스가 가능한 시대에 있다는 것이다.

"개발자의 자세와 생각을 갖추고, 분노를 표출할 대상을 분명히 정한 다음, 다수의 작은 힘이 한 명의 큰 힘을 능가하는 위키노믹스의 힘을 보여줘야겠다. 그래서 나도 이렇게 글을 써서 이슈화에 동참하고자 한다. 우리는 크게 희생할 필요 없이 이렇게 작게나마 동참하는 것도 힘이 될수 있는 시대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