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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객체지향 토막글

미드웨이 해전에서 배우는 코드품질의 중요성

밀덕이라는 재밌는 단어가 있다. 밀리터리 마니아란 뜻이다. 남자라면 스포츠도 좋아하고 전자제품도 좋아하지만 군사관련 역사나 무기에 대한 관심도 많을 것이다.


나는 역사를 좋아했다. 역사중에서도 중국사를 좋아했다. 중국사중에서도 삼국지를 좋아했다. 삼국지를 읽지 않은 사람과 얘기를 하지 말라는 말을 믿었다.


사실은 왠지 모를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삼국지는 픽션이 섞였고, 화려한 모사들의 작전은 치밀하기 보다는 운이 따라주는것 같고, 아늑한 옛날 일이다. 무엇보다 픽션이 섞인것이 무작정 삼국지를 좋아하기에는 아쉬움이 따랐다.


2차세계대전 역사를 알면 알수록 거대한 스케일과 전장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2차대전하면 유럽/미국과 독일 히틀러의 싸움을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가장 많은 물량전과 가장 많은 사람이 죽은 곳은 독일과 소련의 전장이다. 가장 넓은곳에서 펼쳐진 당시 최첨단 군함과 비행기의 화려한 전장은, 끝없이 펼쳐진 넓은 바다 태평양에서 벌어진 미국과 일본의 전쟁이다.


그외 북아프리카에서는 전차전이, 대서양에서는 잠수함전이 펼쳐진 2차대전은 전장이 다양했고, 전쟁의 방식이 다양했고, 현실적인 영웅들이 다양했다.


2차대전은 생생한 사실의 기록이라 현실성이 있다. 삼국지와는 다른 2차대전의 스케일과 현실성에 나는 점점 빠져들기 시작했다. 2차 대전의 잔인함과 비인간성은 논외로 한다.


나는 우주와 같은 넓은 태평양에서 멋진 전함과 항공모함의 배들과 수백대의 비행기들이 돈잔치와 함께 함대항공전을 펼친 미국과 일본의 태평양 전쟁을 관심있게 보기시작했다.


우리는 꼬마때부터 알게 모르게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곤 하는데 그곳에 나온 건담이나 은하영웅전설은 태평양 전쟁 해전과 공중전의 경험이 기반이 되었다. 광대한 태평양에서 벌어진 미국과 일본의 전쟁을 보면, 


-천조국이라 불리는 미국의 엄청난 물량과 원칙을 지키는 매뉴얼의 힘, 

-이런 외계인같은 헐크 미국과 감히 맞짱을 뜨고 초기에는 승승장구 했던 일본에 대한 부러움과 놀라움, 

-그리고 결국 미국에게 차근차근 밟히고 처절하게 진주만 공습의 복수를 당하는 일본에 대한 통쾌함 등의 재미와 역사 지식을 얻을 수 있다.


1941년 12월 7일 진주만 공습 작전은 행복한 가족이 잠든 밤에 강도들이 몰래 지붕위에 잠입하여 집과 가족의 파괴를 시작하는 상황과 같았다. 


진주만 공습작전에서 미국은 많은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였다. 치명적인 피해는 입지 않았다. 일본이 꼭 제거하고 싶었던 항공모함 3대는 당시 진주만에 없어 살아남았다.


그래도 당장 미군은 해군 전력이 절음발이 되어 태평양의 재해권을 거의 잃었다. 이때 일본은 승승장구하여 동남아와 태평양의 많은 섬을 차지했다.


그뒤 6개월 뒤 일본은 미국의 항공모함을 제거 하고 태평양 중부의 미드웨이란 섬을 제거하기 위해, 미국은 미드웨이 섬을 지키기 위해 미드웨이에서 한바탕 해전을 준비한다.


예전에는 거대하고 아름다운 철의 요새 전함의 포격전이 해전의 모습이었다면 이제는 항공모함이 띄운 항공기의 공격과 방어로 해전이 펼쳐진다. 함대항공전이다.


미드웨이 근방에 일본의 함대가 도착했다. 일본의 카가, 아카기, 소류, 히류의 4개 항공모함에서 발진한 비행기들이 미드웨이를 폭격하러 떠났다. 미드웨이 섬 근처 미군 요크타운, 호넷, 엔터프라이즈의 3개 항공모함의 비행기들은 일본 항공모함을 찾으러 떠났다.


 

[저곳에서 역사에 남는 미드웨이 해전이 벌어졌다.]


당시 비행기에는 대함용 어뢰와 대지용 폭탄 두개 중 하나를 장착할수 있었다. 일본의 미드웨이 섬 일차 폭격 후 일본의 제독은 미드웨이를 계속 폭격하기 위해 비행기에 폭탄을 장착할지 미국의 항공모함을 상대하기 위해 어뢰를 장착할지 고민했다.


미국 항공모함이 발견됐다는 정보가 없자 일본의 제독은 폭탄을 장착하여 미드웨이 섬을 폭격하라고 지시한다.


그러나 정비사들이 비행기에 폭탄 장착중 미국 항공모함 함대가 발견됐다. 일본의 제독은 다시 대함용 무기인 어뢰로 교체하라고 지시한다. 항공모함에는 무기 교체작업중에 폭탄과 어뢰가 어지럽게 뒹굴고 있었다.


 

[미드웨이 섬 근처 일본의 항공모함 4척의 배치]


이때 미군의 급강하 폭격기 부대가 일본의 항공모함을 발견한다. 항공모함 카가 피격, 폭탄을 맞았다. 내부에 폭탄이 가득 뒹굴고 있었던 카가는 곧 화염에 휩싸여 복구 불가능 상태에 이른다.


아카기, 소류 도 같은 상황에 놓여 폭탄을 맞고 불바다가 되었다. 한대 남은 항공모함 히류는 미국 항공모함을 공격하기 위해 비행기를 발진한다. 이 비행기 부대가 미국 항공모함 요크타운을 발견하고 폭탄 하나를 명중시킨다.


일본은 요크타운을 침몰시켰다고 믿었다. 그러나 당시 미 항공모함은 원칙과 매뉴얼에 근거한 최고의 피해보수반원이 있었다. 보수팀은 삼십분도 안되 요크타운을 복구한다.


일본의 항모 히류에서 이차 공격대를 발진한다. 이들은 요크타운을 또 발견했는데 요크타운은 이미 침몰하고 다른 항공모함이라 생각하여 다른 항모라 생각한 요크타운을 다시 공격, 폭탄을 연속 명중한다.


이제야 치명상을 입은 요크타운은 침몰했다. 


 

그러나 요크타운의 뛰어난 피해보수반원 덕분에 다른 항공모함으로 착각한 일본군의 공격을 온몸으로 막아 다른 항공모함의 피해를 막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분전한 일본의 항모 히류도 폭탄을 맞고 침몰했다.


미드웨이 해전의 결과,

일본군 피해

- 항모 4척(아카기, 히류, 소류, 카가), 순양함 1척(미쿠마)격침

- 항공기 322대 격추

- 해군 3500여 명 전사, 전투기 에이스 약 100여 명 포함


미군 피해

- 항모 1척(요크타운), 구축함 1척(해먼) 격침

- 항공기 147대 격추

- 해군 307명 전사

- 미드웨이 기지 파손


가장 중요한 항공모함에서 일본은 네척이 모두 침몰되는 완벽한 패배를 경험했다.


일본은 왜 네척이 모두 침몰하고 미군은 단 한척만 침몰했을까.


원인은 일본의 자만심, 미군의 성실한 정보수집능력등이 있지만 내가 얘기하고 싶은것은 항공모함 내부의 보이지 않은 품질이 미군이 월등했다는 것이다.


항공모함의 웅장한 겉모습과 다량의 비행기를 발진하고 수용하는 항모의 기능은 미군과 일본이 동등하다.


겉모습은 오히려 당시 미군의 군함들이 다소 투박하다면 일본의 군함들은 일본의 서늘하고 예리한 칼과 절제의 미가 있는 정원처럼 특유의 멋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일본은 항모의 본래 기능인 항공기 발진을 통한 '공격' 기능에만 신경쓰고 항모가 공격을 받았을때 피해를 최소화 하는 화염 방지 시설과 병사들의 피해복구 시스템을 신경쓰지 않았다.


마치 전형적인 우리나라 SI 결과물과 같다. 일본의 항모는 눈에 보이는 기능에만 신경쓰고 큰 버그나 장애가 터질때 대처가 불가능한 내부 품질을 가지고 있다.


미군의 항모는 원칙과 메뉴얼에 근거하여 불에 대비한 절연 시설과 소화 시설에 신경을 많이 썼다. 항모의 병사들이 어떠한 상황에도 신속하게 피해를 복구하는 피해복구시스템 훈련에 많은 노력을 투자했다.


이런 눈에 보이지 않는 품질에 대한 투자의 효과는 미국 일본의 전쟁의 승리의 방향을 가늠하는 밀덕들이 길이길이 읽고 토론하는 인류사의 중요한 대규모 함대 항공전 미드웨이 해전에서 증명됐다.


단순한 비용절감을 생각해 눈에 보이는 기능에만 신경쓰면 공격만 할줄알고 자신을 보호할지 모르는 일본의 항모처럼 된다.


하나의 항모에 3천명 가까이 타는데 곱하기 4하면 만이천여명이 죽거나 다치거나, 살아도 극심한 생명의 위협에 시달린것이다.


우리가 개발하는 소프트웨어는 몇만명이 아닌 몇천만명의 생활을 위협할수도 있다. 그래도 우리나라 IT는 당분간 눈에 보이는 기능에만 신경을 쓸것이다.



덧) 2차세계대전 좋은 블로그 추천, 대사의 태평양 전쟁 이야기 http://blog.naver.com/imkcs0425


덧2) 이 포스팅은 향후 책에 들어갈 컨텐츠이기 때문에 펌은 금지.. 링크 부탁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