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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쓰기/연습장

밤샘의 기억

내가 경험한 모든 일들은 대부분 잊혀진다. 때로는 아무리 떠올리고 싶어도 떠올리지 못하는 기억도 있다. 지우고 싶지만 꿈속에서 나를 괴롭히는 기억도 있다. 나는 누구나처럼 기억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다.

잊혀졌던 기억을 저절로 떠오르게 하는 촉매제가 있다. 예를 들어 담배피는 직장동료 따라 바깥에 나가면 어쩔수 없이 담배연기를 마시게 된다. 독한 담배연기지만 때로는 담배연기에서 구수함을 느낀다. 담배연기의 구수함을 느낄때면 나는 군대 초기, 상사가 담배를 입에 물고 장비를 점검하실때, 옆에서 라이트 비추면서 독한 담배연기를 모두 마셔야 했던 상황이 생각 나곤 한다.

뜨거운 한여름 제초기를 돌릴때의 시큼한 풀냄새를 맡을때면 역시 군대 뜨거운 여름날 극심한 진동에 팔을 떨며 제초기 돌릴때가 생각난다. 가끔 옛날 노래를 들을때면 그 때 내가 무슨일을 했는지 저절로 떠오르곤 한다. 경양식 돈가스를 먹을때면 코흘리개때 돈가스를 제일 좋아했던 때가 떠오른다. 소주를 마실때면, 대학 동아리 선배들이 돈이 없어 소주와 생라면으로 때우던 옛날이 떠오르곤 한다.

오랜만에 밤샘작업을 했다. 이틀째 되던날 멍하게 모니터를 바라보다가 잠깐 눈을 감았다. 순간 밤샘과 관련한 여러가지 기억이 몽롱하게~ 떠올랐다. 아 그때 밤샐때는 이랬었지~

군대 있을때 야간 근무를 자주 했다. 야간 근무를 하면 결혼하신 고참분들은 두툼한 삼겹살과 김치찌개 재료를 가져오셔서 한밤중에 끓여주시곤 했다. 그때나는 부하 병들과 같이 허겁지겁 김치찌개를 먹었다. 배가 불러도 계속 먹고 싶어 허리띠를 풀고 먹기까지 했다. 군대 있을때의 밤샘은 결혼한 고참들이 해주신 푸짐한 '김치찌개'가 생각난다.

사회나와 유지보수성 개발 업무를 할때도 야간 근무를 했다. 운영팀 담당자와 일반 개발자 둘이 당직을 섰다. 당직을 서면 중간에 야식을 시켰다. 피자, 통닭, 족발등 온갖 야식을 다 먹을 수 있다. 그때도 아직 젊은 나이라 그런지 밤샘의 힘듬 보다는 맛있는 '야식'을 먹었다는 기억이 더 강하다.

한 3년차 되던 어느 프로젝트 오픈전 며칠째 퇴근 못한적이 있다. 아마도 이틀째 집에 못가던날 내 몸과 영혼이 따로노는 느낌이 들었다. '유체이탈'이 가능하다면 이런 느낌이겠구나 라고 생각할 정도 였다.

내 직장생활중에 밤샘작업은 '야식'등의 맛있는 기억도 있지만 잠을 못자 몽롱해지면서 극도의 피곤함을 느끼던 때가 많았다. 이번에도 옛날의 밤샘 기억이 떠올랐던 것은 잠을 잘 못자는 극한의 상황이 되니 굳이 생각하고 싶지는 않은 기억들이 떠오르게 되었다.

밤샘의 추억이라고 적을라다가 추억이라는 좋은 단어는 붙이고 싶지 않아 '기억' 이라고 정정했다. 밤샘의 옛날 기억은 다시 떠올리지 않을 정도로 프로젝트 문화가 언젠가 더 좋아지겠지~ 하는 바람이다.


덧) 요즘 초단축 일정에 일하고 있는데 좀 정리되면 다시 글 올리겠습니다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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