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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쓰기/연습장

새해 평창 송어축제 여행 (실수투성이로도 얻는 즐거움)

저번 크리스마스 연휴는 삼일내내 아이폰 셋팅 하느라고 폐인상태였습니다. 덕분에 아이폰을 잘 쓰는 방법은 알았지만, 그 황금주말을 폐인상태로 보내니 허탈합니다. 아무리 아이폰이 내 여자친구고 나는 여자친구랑 크리스마스를 보냈다고 위로해도 어쩔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씁쓸했던 성탄절 연휴를 이번 신정 연휴에 만회할 기회가 생겼어요. 우리 고등학교 친구들이 신정때 평창에서 모이기로 했거든요. 원래 처음 가고싶었던 스키장은 예약을 못해 가지 못했지만 그래도 모처럼 나들이 하는게 어딘가 싶었습니다.

진부터미널에 도착, 친구들과 식사를 하며 무엇을 할꺼냐고 물어봤더니 여기 송어축제 한다고 합니다. 우리는 열심히 낚시해서 한사람당 최소 다섯마리는 낚자고 다짐했는데요. 이 다짐이 엄청난 허풍이 되어버렸어요.   

송어축제터는 추웠고, 얼음은 단단하면서 차가웠고, 구멍이 많이 뚫린 곳에서 수 많은 사람들이 낚시를 하고 있었어요. 근데 막상 많아야할 송어는 안보이고 낚이지도 않아요. 시간이 흐를수록 나도 친구도 주변의 아저씨도 아가씨도 아이들도 짜증을 냅니다.

중간에 진행요원 아저씨들이 얼음구멍 통해 송어를 대량으로 방출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잡겠거니 했는데 역시 잡히지가 않습니다. 우리들은 네시간을 칼바람과 얼음바닥의 차가움을 이겨가며 버티다가 결국 포기하고 말았는데요.

그래도 두어마리 잡은 '꾼'들에게 물어보니 아무리 미끼를 움직여도 송어는 가짜미끼를 물지않고요. 얼음 구멍을 자세히보면 송어가 움직이는게 보인데요. 송어가 얼음구멍을 지나가는 그때 낚시바늘로 확 들어올려야 송어를 잡을수가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 해도 너무 잡히지가 않으니 축제가 영 마음에 들지는 않았어요.

생각해보시면 축제 참가비 한사람당 만원씩 사만원내고도 못잡은데다가,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송어는 먹어야 하지 않냐며 삼만원어치 송어를 사버렸으니 불만이 있을만도 할겁니다.

팬션에서 회를 떴습니다. 한 친구가 횟집도 아니고 패밀리가 떴다~에서 배웠다며 열심히 회를 떴습니다. 근데 결국 우리는 친구가 뜬 회를 이렇게 이름 지었습니다. '송어 손 주물럭 회'라고요. 친구가 워낙 송어 생살을 주물러가며 회를 힘겹게 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친구의 손맛이 구석구석 배인 송어회를 그래도 맛있게 먹었습니다.

다음날은 우리가 묵었던 오대산 근처 펜션에 눈이 많이 내렸습니다. 회사에서 봤으면 귀찮았을 눈인데 놀러가서 본 눈은 넊을 잃을정도로 운치있고 아름답습니다.

이번 여행은 그 매서운 바람과 얼음바닥에 헛고생 낚시하고, 친구의 서툰 송어 손 주물럭회 먹고, 눈 때문에 올라올때 고생했지만, 이 모든게 다 얘기거리가 되고 추억이 되는 즐거움으로 남았습니다. 올해는 아이폰도 좋지만 이런 유쾌한 여행을 많이 다녀야 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열심히 낚시질 하는 친구들과 수많은 사람들, 잡은 사람은 별로 없다.]


[나는 얼음바닥 아래 원래 송어가 많이 사는줄 알았는데

가끔가다 아저씨들이 송어를 대량으로 방출했다.]

[친구가 패밀리가 떴다에서 배웠다고 열심히는 회를 뜨는데, 정말 송어 손 주물럭 회가 되고 말았다.]


[강원도의 자연과 펜션과 하얀 눈은 운치있고 아름다웠다. 사진은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