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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쓰기/연습장

처음엔 생소했던 배치팀 풍경

나는 처음에 들어간 회사가 금융SI회사라 보니 금융쪽의 경력을 계속 쌓고 있다. 나는 금융쪽의 경력이 왜 좋은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왜냐면 내가 겪은 금융쪽 일들은 정형화 된 일들이라 창의적인 개발을 하기 힘들고, 이쪽 계통이 보수적이라 최신 기술 보다는 안정된 기술을 쓰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내가 겪은 금융 프로젝트나 은행에서는 출퇴근 시간이 엄격하고 컴퓨터 보안도 엄격하게 적용하여 여러가지 불편한점이 많다. 그래도 좌우지간 이쪽 경력이 좋다고하니 좀더 경력 쌓아보고 아~ 이래서 금융 경력을 인정해주는구나라고 실감나게 느끼게끔 뭔가 금융의 핵심 업무와 기술을 익혀야 한다는 생각은..많이 한다.

어디든 마찬가지로, 금융쪽에서도 여러가지 분야가 있고 나는 인터넷 뱅킹쪽을 경험 했다. 근데 지금와서 보니 인터넷 뱅킹 쪽은 금융쪽에서도 바깥 쪽인것 같다. 인터넷 뱅킹을 할때는 계좌번호니 수취인이니 하는 금융 관련 데이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수 없었고, 알 필요도 없었다. 근데 여기서는 처음보는 생소한 팀이 아주 복잡다단한 작업을 하는 것을 곁에서 보고 있고, 나도 일부 곁다리를 놓고 있다.

그 생소한 팀은 바로 배치팀이다. 우리 사람들이 대낮에 바쁘다면 배치는 저녁부터 새벽을 지나 아침까지 복잡다단하게 거미줄 처럼 얽혀서 돌아간다. 최초에 계정계에서 데이터를 가지고와 기초변환을 하고 또 어느 영어약어쓰는 시스템에서 데이터 가져와 데이터 분할을 하고, 그 데이터로부터 또 다른 데이터를 만들어 내고, 우리 시스템에 맡게 데이터를 일부 변환도 하는 등 온갖 금융 관련 데이터들이 복잡한 데이터 이동 과 보정 단계를 거쳐 우리 시스템에 맞는 데이터들로 거듭난다. 여기 배치 작업은 마치 보이지 않는 거대한 데이터 제철소와 같다.

배치팀을 담당하는 개발자들은 나와 같은 보통 개발자와는 다소 틀린 일들을 한다. 일단 자바니 C니 이런 프로그래밍 언어를 다룰일이 거의 없고, 데이터베이스에 우선 능통해야 한다. 그리고 쉘 스크립트 작업에도 익숙해야 한다. 무엇보다 필요한 업무 요령은 필요한 데이터를 검색하고 통계내고 잘못된 데이터를 디버깅 하고 보정하는 일이다.

근데 내가 배치팀원이 하는 일들을 보고 아~ 이일을 내가 하면 정말 버거워 하겠구나~ 싶었던 것은..잘못된 데이터를 추출하고 보정하는 디버깅 작업들이 상당히 어렵다는 것이다. 내가 여기서 쿼리를 예전보단 많이 만지면서 느낀 것은 '쿼리'가 일반 프로그램 보다 디버깅 하기가 많이 힘들다는 느낌이 든다. 더구나 프로시듀어로 여러 쿼리가 뭉친 쿼리들은 디버깅 하기가 난감하다. 이 난감한 일들을 배치팀원들은 잘도 해낸다.

배치팀원들은 하루종일 데이터를 보며 데이터 보정과 배치의 속도 개선에 전념한다. 혹시 밤에 배치 작업중 장애가 발생하면 퇴근해서도 전화를 받고 장애 복구를 해야 한다. 이 광경들은 일반 프로그래머와는 다소 틀린 모습들이라 생소했다. 나보고 배치팀원이 되라고 하면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