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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쓰기/연습장

외할머니께 배운 장례절차

외할머니께서는 아흔을 바라보고 계셨다. 그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청소, 설겆이 궃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직접 하실 정도로 정정하셨다. 그래서 설마 그 병에 걸릴지는 가족, 친척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 갑자기 대장암에 걸리셨다는 통보를 받고 외할머니는 사실 이런 모습으로 살아계시는것이 더 안타까울정도로 고생하고 계셨다.

설악산에 놀러가던 전날이었다. 외가집에 계시던 외할머니께서 우리집에 오셨다. 아이고..아이고..하며 이불에 누워 계시던 외할머니는 아픈몸을 이끌고 내방앞으로 기어 오셨다. “아가야..어디 놀러간다고..할머니가 만원밖에 없어 그러니 이거라도 받고 잘 놀다오거라..”하며 만원을 건네주셨다. 내가 용돈 드려야할 입장에서 사실 어이가 없어 퉁명스럽게 “아따~ 할머니 됐어요~” 했지만 결국 만원을 받았다. 속으로 말했다. ‘내가 어른이 된지가 언젠대..할머니는 항상 아기처럼 보시는구나’ 조금 뭉클해졌다.

설악산 등산후 잠을 청하던 날 전화가 왔다. 엄니의 다급한 목소리가 울렸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어..새벽 첫차로 올라와라..”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니..나는 막상 닥치면 크게 슬퍼할줄 알았다. 그러나 외할머니가 아프신 후로 너무 고생하신 모습만 봐서 그런지 머릿속이 멍해지기만 하다.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난생 처음 겪는 장례식을 어떻게 치뤄야 할지 궁금했다. 결혼식 같은 경조사는 미리 날짜를 정하고 차곡차곡 준비하지만 장례식은 느닷없이 터지는데다가 절차 또한 생소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내가 상주라면 당황하여 어쩔줄 몰라할 것이 뻔했다. 그래서 이번 3일장을 치루면서 느끼고 배운점을 정리해 보았다.


장례식장 가기 전 준비


+ 옷은 어떻게 입고 가지?
집에 돌아와서 장례식 갈 준비할때 처음 든 생각은 옷을 어떻게 입고 갈것인가? 였다. 검은 정장+하얀 화이셔츠+검은 넥타이가 정답일 것이다. 검은 정장은 있었으나 검은 넥타이가 없었다. 검은 넥타이를 사야겠구나 하는데..엄니가 전화하시더니.. “하얀 와이셔츠만 매고 와라..양복은 여기 다있다..” 알고보니 상주인 외삼촌 식구가 상조회사에 가입했는데 상조회사에서 양복도 대여해준다고 한다. 하얀 와이셔츠만 챙겨 병원 영안실로 갔다.

+ 누구한테 알리지?
병원에 가던중 지인 누구한테 알려야 될지 고민이 되었다. 외할머니 상이라 지인들 골고루 알릴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아예 아무한테도 알리지 말까..생각하다가 정말 편하게 불러도 되는 친구 한명은 부르기로 했다. 외가쪽 상에도 편하게 부를 수 있는 지인이 있다는 것은 나에게 큰 위안을 주었다. 나중에 어른 말씀으로는 외가쪽 상이지만 오라고는 하지 않아도 지인들에게 ‘부고’를 내는 것이 맞다고 하시는데, 그래도 부고 받은 당사자는 부담될것 같다.

+ 조문은 어떻게 하지?
예전 조문할때 단체로 가서 조문객 대표가 향을 피웠기 때문에, 내가 직접 향 피우는 절차를 하진 않았다. 그래서 향 피우는 절차를 숙지하고 갔다.
1. 영정 앞에 무릎을 꿇고 향에 불을 피운다.
2. 향을 흔들어 불을 끄고 향로에 꽃는다.
3. 일어나서 뒤로 물러선 다음 두번 절을 한다.
4. 상제(부모나 조부모가 세상을 떠나서 거상 중에 있는 사람)와 함께 절을 한번 한다.
5. 상제와 함께 무릎을 꿇고 않아 인사말을 나눈다.

나 같은 경우 나도 유족이라 그런지 술도 따라드렸다. 받은 술을 향로에 3번 저은 다음 영정에 올려놓는 절차도 수행했다. 

나중에 조문객들 보니 '2. 향을 흔들어 불을 끌 필요'는 굳이 없는것 같기도 했다. 향에 불피우고 그냥 향로에 꽃는 분들이 많았다.

+ 내가 할일은?
옛날 군대 있을때 어느 군무원이 돌아가셔서 그 장례식을 도와준적이 있었는데 정말 눈물 쏙 빠지게 고생한 경험이 있었다. 정신없이 오는 문상객들 음식 나르고 설겆이 하고 짐 나르고 등…장례식 마치고 돌아와서 몸살이 났다.

이번에도 여러가지 일을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음식 나르거나 기타 자잘한 일은 상조회사에서 파견한 직원들이 알아서 하고 나는 조문객들 조의금 받는것 정리하면 된다고 한다.

조의금을 받으면 명부에 기록하는등의 일만 하였다.


3일장

+ 3일장의 절차
내가 또 궁금했던 것은 이 장례식을 며칠동안 하고 어떤 절차를 수행하느냐 였다. 예를들어 나는 3일장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장례식 간날이 5월 4일 이었지만 5월 5일 새벽에 발인을 한다는 것이다.

알고보니 이랬다. 외할머니는 5월3일 밤11시즈음에 돌아가셨다. 5월 3일날 돌아가셨기 때문에 그날을 1일장으로 친다. 5월4일은 2일장, 5월5일은 3일이므로 5일 새벽에 발인…이렇게 3일장을 보낸다는 것이다.

그럼 3일 밤11시가 아니라 4일 새벽에 돌아가셨으면 어떻게 되는거에요..했더니 그러면 5월4일 부터 1일장 쳐서 5월 5일 2일..5월 6일날 발인하게 되는것으로..하루 더 고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친척 말로는 외할머니가 우리 덜 고생하라고 다음날을 넘기지 않고 밤에 돌아가신것 같다는 말씀도 하셨다. ^ ^;

3일장 동안 해야되는 절차는 다음과 같았다.

+ 1일장
발상 : 초상이 났음을 외부에 알리고 상례를 시작함을 말한다. 이때 장례방법, 일정등을 결정하고 고인과 유족의 가까운 지인들에게 부고를 낸다.

이때 장례 행정처리를 어떻게 해야할지 결정한다.
상주와 호상 정하기: 상주는 죽은 사람의 장자, 호상은 초상때 상례에 관한 일을 주선하고 보실피는 사람으로 주로 가까운 친지가 담당한다.
장례방법: 화장 또는 매장 결정, 특정 종교에 예식을 맞출것인지 결정한다. 화장일경우 화장장의 예약관계, 매장일 경우 묘지를 결정한다.
부고 내기: 부고대상을 정하고 알린다. 이때 꼭 알려야 할 사람에게는 빠짐없이 알리되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 알리는 것은 결례라고 한다. 또한 호상의 이름으로 부고를 낸다.

+ 2일장
2일장부터 본격적으로 조문객들이 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때..외할머니 상 같은 경우 염습과 입관을 동시에 진행했다.

염습: 시신을 정결하게 씻기어(염) 수의를 입히는(습)으로 입관전에 하는 절차라고 한다.

나도 외할머니 염습 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런데 생전 처음 보고 놀랬던 것은 장례지도사가 수의를 입히는데 뭐 입히고, 입힌것을 꼬고, 그 위에 또 뭐 입히고 그 입힌것을 꼬고..너무 복잡하게 수의를 입히는 것이다. 어휴..저렇게 복잡하게 할 필요 있을까..하며 이해가 안된 상태로..1시간 넘게 지켜봤다. 정말 이렇게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수의 입히는 과정이 복잡다단 힘들어 보였다. 그런데 수의가 완성되고 장례지도사가 하는 얘기를 듣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외할머니가 천주교 신자시라 천주교에 맞게 수의를 입히셨다. 머리 수의의 왕관 모양은 교황의 왕관을 상징하는것으로 천국에서는 교황처럼 사시라는 뜻이고..발에 입힌 수의의 뾰족한 3개의 모양은 창으로서..천국가는길에 악마들이 달려들텐대 이 악마들의 공격을 무찌르기 위한 모양이다..라는 등의 구석구석 입힌 수의의 숨은 뜻을 듣고, 여러번 염습 경험하신 어르신들도 그 정성스럽고 깊은 뜻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외할머니가 많이 아프셔서 돌아가셨지만 이렇게 화려하고 멋진 옷을 입으시고 천국가시게 되었으니 우리 유족은 그나마 흡족해 하였다. 고인이 돌아가셔서 너무 슬픈 유족은 이렇게 염습을 고급스럽게 하는 것도 조금의 위로가 될것 같았다. 

입관: 염습을 마친 시신을 관에 옮겼다.

조문: 염습,입관 사이에 조문객을 계속 받았다.

+ 3일장
조의금 정리: 조문객이 모두 돌아갔을 새벽 조의금함을 들고 총무역할을 맞은 사촌동생이 유족 휴게실로 들어와서 조의금을 결산했다. 조의금은 조의금 대로, 조문객 이름이 적힌 봉투는 봉투대로 잘 정리하는 모습은 처음 보는 모습으로 나중에 잘 따라해야 할것이다.

발인: 새벽 4시경인가..발인을 시작했다. 발인은 영구가 집을 떠나는 절차라고 한다. 발인에도 식순이 있었는데 우리는 천주교식대로 미사를 드렸다.

운구: 운구란 발인 예식이 끝나고 영구를 장지까지 장의차로 운반하는 절차이다. 외할머니는 사촌형의 친구들이 운구를 담당했다.

하관: 장지에서 영구(시신을 담은 관)을 광중(시체가 놓이는 무덤의 구덩이 부분)에 넣는 절차이다. 우리는 외할머니의 선산인 전남 보성까지 내려갔다.

성분: 관을 완전히 흙으로 덮고, 흙을 동글게 쌓아올려 봉분을 만들고 잔디를 입히는 작업들. 미리 작업중인 인부들이 잘 마무리 하셨다고 한다.

우리는 묘자리를 외할머니 가문의 선산이 있는 전남 보성에 마련했다. 땅끝 보성까지 차타고 5~6시간을 달렸다. 나는 처음에 충남 보성인줄 알았다가..멀리 오고가느라 더 피곤했다. ^ ^;

그외 위의 각각의 절차마다 장례예식을 여러번 반복했다.


3일장을 치르고..

+ 삼우제
장례를 치른 후 3일째가 되는 날 다시 묘자리에 찾아가 제사를 드리는 절차를 말한다. 처음에는 또 멀고 먼 묘자리로 가야 된다니 절차 참으로..복잡하다고 고개를 가로 저었는데.. 알고보니 선조의 지혜가 담긴 예식이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삼우제를 치르는 실용적인 이유는 인부가 묘자리를 잘 만들었나 확인하는 것에 있다. 처음 장례만 잘 치루고 그뒤 무시해버리면 묘자리가 잘 만들어졌는지 비석은 잘 새워졌는지 잊어버리기 마련인데 한번 더 찾아가서 묘자리가 잘 만들어졌는지 자연스럽게 확인하게 되는..그래서 꼭 필요한 장례 절차이다.

+ 49제
돌아가신 날을 첫날로 하여 49번째 날에 다시한번 묘자리로 가서 제사를 지내는 절차이다. 이때 상복도 태운다.

[장례식장 풍경, 내용하고는 관계 없음]


나 같은 경우 마음은 외할머니를 영영 못뵐 생각에 머리는 멍하고, 몸은 설악산 갔다가 온몸에 알배긴 상태로 3일장을 보냈더니 이번주는 정신 없이 갔다. 그래도 생전 처음 조문객이 아닌 유족의 입장이 되어 상을 치루니 이것저것 배우는 것도 많고 느끼는 것도 많아서 이렇게 정리해보았다. 장례절차를 조사하다보니 빠진것도 많은데 빠진 절차/예절은 다시 잘 알아보고 나중에 정리해야 겠다.

장례식은 소중한 고인 잃은 충격도 충격이지만 갑작스럽게 온갖 복잡한 절차를 수행해야 하므로 상주가 침착하게 상을 치르기가 몇배는 어렵다. 닥치면 다 하겠지만..미리 알아둘 것은 알아둬야 겠다.

설악산 가던날 외할머니는 아픈몸을 이끌고 내방까지 기어오신후 “아가야~” 하시며 기어이 용돈 만원을 주셨다. 어리게만 보시기에 퉁명스럽게 받은 내 모습이 자꾸 생각나고 후회된다. 나중에 또 후회하기 전에 엄니한테는 항상 잘해드려야 될텐대..^ ^; 죄송합니다. 외할머니 천국에서는 항상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