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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수영

수영 50m를 편하게 가던 날

엉덩이 통증등의 여러 씁쓸한 일로 우울한 새해 첫날, 나를 극사실주의 적인 독설로 평가하고 올해를 준비하는 지극히 개인 적인 글로 새해를 준비하려고 했다. 그러나 마이클 펠프스의 수영 다큐맨터리를 보니 시간이 어느덧 10시를 넘었고, 내일은 새벽 6시에 수영 강습이 있어서 일찍 자야 한다.  그냥 자려니 문득 작년 마지막날에 씁쓸한 기분을 풀어보려 자유수영을 갔다가 어제 드디어 50m를 자유형으로 편하게 가서 기뻐했었지~ 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맞다~ 나는 수영 50m를 편하게 가던 날이 마침내, 드디어, 끝끝내, 정말로, 다가오면 내 블로그에 비로소 수영에 대한 얘기를 쓰라기 다짐했다. 이제는 수영 얘기를 조금씩 써도 된다. 그려~ 눈물겨웠던 수영 훈련 얘기를 조금 써보자.

풍덩 소리와 함께 암흑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눈을 결코 뜰 수 없었다. 무엇보다 숨을 쉴수가 없다. 순간 악마 같은 죽음의 공포가 몰려왔다. 살기위해 허우적거렸다. 눈 못 뜨고 숨 못쉬는 공포는 물이란 악마가 나를 죽이는 공포로 다가온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나이지만 죽을것만 같은 지금이 무서웠다. 이제는..죽을 것 같은 그때. 누군가의 힘에 의해 나는 물위의 바위에 올라왔다. 그날 어느 계곡 유원지의 5살의 꼬마는 겨우 살았다. 5살 계곡 유원지에 겪었던 그 사건 이후로 물과 수영이라면 몸서리를 쳤다. 젊은이들이 수영장이나 해수욕장에서 즐겁게 노는 모습은 나하고는 동떨어진 부러운 모습이었다.

내가 수영을 배우게 된 것은 건강 때문이었다. 30살 전부터 내 몸은 여기저기 고장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특히 30살 때 엉덩이 통증등의 정형외과적인 건강 이상이 생겼다. 결국 건강하게 살아보기 위해 비장하게 말하면 생존을 위해~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가스불 위에 구워지는 오징어의 모습을 상상한다. 처음 강습받던 나의 모습과 같다. 물위에 들어가서 숨을 참고 호흡법을 배우는데 온몸이 부들부들 떨며 오므락 거린다. 내몸의 경련과 전율이 물속에서 스파크를 튄다. 강사님이 고작 물안에서 호흡법 배우는데도 부들부들 떨며 힘들어 하는 나를 보고 이렇게 물어보신다. “혹시 어렸을 때 물에 빠져 죽을뻔한 경험 하셨나요?” 역시 전문가는 보는 눈이 예리하다.

그 뒤로 눈물겹고, 부끄럽고, 답답하고, 한숨쉬는 수영 훈련이 이어졌다.

한달이 지났을때..워낙 물이 무섭고 몸치니 못하는건 당연해..하고 위로..두달째 배영을 배우는데..여전히 물안에만 들어가면 저절로 힘이 들어가고..석달째..설마 석달째까지 물에 안뜰까 생각했지만 정말 지겹도록 물에 뜨지 않고..다른 동기 강습생들은 이제 물에 떠서 술술 잘가고..나는 아직도 팔 두어번 휘저으면 가라앉고..아..나는 그냥 물에 뜨기면 하면 행복할 것 같고..정말 나는 하늘도 어쩌지 못하는 몸치인가..가슴 터지게 답답한 날들이었다.

수영이 너무 안되던 그때 다짐한게 있다. 내 물에 떠서 25m를 가던날 내 마음은 터질듯이 기쁠 것 같다..그때가 온다면..정말 올까?.. 그래도 온다면 블로그에 꼭 기념 글을 쓰리라~ 수영 25m를 가는 것이 위대해 보였던 답답한 시기였다.  

비로소 물에 뜨기 시작한 날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3개월 하고 31일 되는 날이었다. 나는 수영 실력이 조금씩 조금씩 늘어가리라 생각했는데 비로소 물에 뜨던 그날은 하늘에서 번개가 갑자기 생뚱맞게 치듯~ 그야말로 갑자기 물에 떠서 앞에 가기 시작했다.

힘겹게 몇번 팔을 젓고 숨을 쉬고 일어나서 처음 느꼈다. 숨이 차서 폐가 헐떡이는 그 느낌, 폐가 적당히 힘든 그 상쾌한 기분 처음 느낄때를 생생하게 기억한다. 물에 떠서 앞으로 갈때 내몸이 공중부양 하는 것 같고 깃털이 되는 느낌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내 수영의 한계는 3개월 31일이 되서야 비로소 넘게 되었다. 한번 한계가 뚫리니 만사형통이었다. 얼마 뒤 수영25m를 가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시시해서 생각을 바꿨다. 50m를 가면 블로그에 쓰자. 4개월째 50m를 정말 입에 단내를 느끼며 어거지로 가기 시작했는데, 다시 또 생각을 바꿨다. 수영 50m를 편하게 가면 그때 한번 써보자.

어제가 그날이었다. 어제 참 엉덩이 통증도 낫지 않고 씁쓸한 기분을 안고 수영장에 갔다. 2시간 동안 재밌게 놀면서 2비트 킥이란 자유형 수영 기술도 익히면서 50m를 편하게 갈 수 있었다.

사실 수영에 대해 하고 싶었던 말이 푸짐하게 많다. 수영이 나에게 가져다준 혜택은 비단 건강 뿐만 아니라 위태위태한 빨리빨리 조급증도 줄여주는 정신적인 면에서도 엄청난 혜택을 가져다 주었다. 과연 일주일에 3번 새벽 5시 넘어 일어나 수영장에 갈 수 있나 싶었는데 5개월동안 부지런하게 다니면서 부지런함도 키웠다. 내가 가진 취미라고는 디지털적인 요소 또는 책읽기 등의 정신적인 요소 였지만, 인간의 원초적이고 아날로그적인 수영을 알면서 다른 세계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노년이 되서도 즐길 수 있는 수영은 평생 취미로 즐겨도 만족스럽다. 작년에 나는 엉덩이 통증 대신 수영이라는 평생 취미 평생 선물을 얻었다. 우울한 작년과 올해를 이겨낼 수 있는 최고의 선물 수영이다.

무엇보다 값진 경험은 생생한 한계 극복 경험이다. 3개월 31일동안 팔 두번 휘저으면 가라앉았던 내 몸의 한계에 치를 떨며 답답해 하던 그 시기를 이겨내고 물에 떠서 앞으로 가던 그 생생한 경험은 몸으로 마음으로 오기로 이겨냈기 때문에 언제나 생생하다. 그때의 한계 극복 경험은 내 개인적인 힘든 상황과 나라 전체적인 힘든 상황을 대비한 생존을 위한 준비에 자신감과 두고두고 참고 삼을 경험을 축적해주었다.

수영 50m를 편하게 가던 작년 마지막 날은 마치 공중부양 하던 편안한 느낌이었다. 내일부터 6개월째는 접영을 마지막으로 배우면서 일단 4대 영법을 모두 배우게 된다. 요즘 한팔 접영을 열심히 연습하고 있는데 역동적인 접영이 어린이가 율동 배우듯 재밌어서 어서 다 배우고 싶다.

그리고 오리발도 배우고..수영 기술 다듬고 다듬어서..나중에는 한강 수영, 바다 수영도 하고 라이프 가드 자격증도 따고..이렇게 평생 취미 삼을 수 있는 수영을 알게 되서 요즘 엉덩이 통증 등으로 되는 것 없는 시기지만 참 힘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