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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쓰기/연습장

처음 운전대 잡았을 때 해매 듯이 와인 따기

처음 운전면허 학원에서 차를 잡았을 때 차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과 무엇을 해야 될지 모르는 상황 때문에 무척 식은땀 나면서 많이 해 맸던 것 같다. 그 때보다 긴장은 들 했지만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봐도 안 되는 황망한 상황이 발생하여 나와 어머니를 참 당황하게 만들었다.

저번 주말 어머니랑 저녁을 먹는데 아는 동생이 와인을 선물했다고 한번 먹어보자~ 하신다. 마침 하루 종일 무엇인가를 하고 있어서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는데 와인 몇 잔 마시면 긴장이 풀리면서 기분이 좋아질 것 같다.

어머니가 와인을 보여주는데 겉으로 봐서는 정말 유럽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풍기고 있다.
잔뜩 기대를 하고 있는데, 어머니가 와인을 쉽게 못 따고 계신다.

내가 말했다. "그거~ 힘써야 딸 수 있나 보네~ 나 줘봐~"

"아니..이게 뚜껑 모양이 이상해..거참..이걸 어떻게 따라는 거야"

내가 속으로 '것 참~ 그것도 못 따고~' 하며

와인을 보는데 정말 뚜껑이 이상하게 박혀 있다.

이것이 돌려서 따는 것도 아니고, 들어올려서 따는 것도 아니고, 병따개로 따는 것도 아니고, 요즘 나오는 우유처럼 인체공학적인 병 따는 방법을 사용한 것 은 더더욱 아니고, 동그란 나무 덩어리가 길다란 와인 입구를 누구의 접근도 허용할 수 없다는 듯이 꽉 막고
있고 그 덩어리를 빼내기 위한 어떠한 홈도 없는 처음 보는 황당한 모양 때문에 사람을 10초간 멍하니 바보로 만들어 놓았다.

'도대체 이것을 어떻게 딸 수 있단 말이야~'

어머니가 일단 칼로 동그란 나무 덩어리를 칼로 긁으면서 홈을 내어 들어올려볼라고 시도하신다. 그러나 그 나무덩어리는 미세먼지도 통과 할 수 없이 단단하고 촘촘하게 그리고 길게 와인의 입구를 꽉 막고 있어서 나무덩어리에 상처만 입힌다.

어머니와 나는 저녁 먹다 말고 계속 와인과 씨름한다. 어차피 반잔 만 마실 것, 안마셔도 상관 없을 수도 있지만, 얻을 수 없는 것은 더더욱 집착하게 된다고, 약이 바짝 올라서 어떻게든 따볼라고 시도한다.

마침 컴퓨터는 리눅스를 설치하고 있어서 인터넷을 쓸 수가 없다. 네이버에 물어볼 수도 없고, 약이 올라 해매 고 있는데, 어머니가 이게 와인 따는 도구인가~ 하며 이모가 주고 갔다는 이상하게 생긴 도구를 가지고 오신다.

그 도구를 보고 순간 세계 여행 탐방 하는 TV 프로그램에서 외국사람이 어떤 이상한 도구를이용해 와인 따는 법이 잠깐 나왔던 영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 간다.

그 도구로 이런 저런 시도하며 실패하다가 그 도구 밑의 동그란 구멍을 와인 뚜껑에 덮고
스크류라고 하나, 그것을 돌리니깐 나무 뚜껑 안으로 살살 들어간다. 어느 정도 들어갔다 싶을 때 한 손으로는 와인 뚜껑을 잡고 한 손으로는 도구 손잡이를 꽉 누르니깐 그토록 꿈쩍도 안 했던 나무 뚜껑이 스케이트 선수가 빙판 위를 걷듯이 부드럽게 올라오기 시작한다.

곧 "뽁~"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빠지는 와인 뚜껑,

그리고 와인과 함께 즐기는 소박한 저녁 만찬,

나는 "뽁~" 하는 경쾌한 소리가 아직 잊혀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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